박소영展 / PARKSPYOUNG / 朴昭映 / sculpture
2010.03.24 – 2010.04.09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2010_0324_수요일_06:00pm
후원: 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주)메타로그아트서비스
관람시간: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통의동 보안여관
서울 종로구 통의동 2-1번지
Tel. +82.2.720.8409

有機的 전시_敍事공간과 思惟작품 : 박소영展

● “Going nuts!_돌아버리겠네!” 이 적나라한 제목은 포장에 익숙한 우리에게 차라리 솔직함에서 오는 쾌감을 전해 준다. 한손을 머리에 지그시 기댄 여인이 빙글 돌고 있다.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방식이 마치 일차원적 형식처럼 보인다. 분명 기술방식은 시각 예술적 수사를 시원하게 생략하였다. 그러나 작가가 까발린 진실과 짐작할 수 있는 형상만으로 박소영의 작품을 모두 다 보았다고 하면 그 또한 오산이다.

● 박소영은 스스로 원하는 순수한 형태를 얻기까지 긴 시간 석고를 바르고 갈아내는 일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노동이 형태를 만들고 형태가 미술을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박소영의 관찰 대상은 실존의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형과 무형의 공간 속 미묘한 찰나를 포착해 내듯 작가의 행위는 절묘한 타이밍에서 무한할 것 같은 반복을 멈춘다. 그리고 결과의 실체는 바로 ‘덩어리’ 연작들이다. 예술적 직감과 시간, 공간의 구조조차 선택적으로 다루고 있는 박소영의 시각이 응시라는 또 다른 국면과 만나면 덩어리 같은 포즈pose를 탄생시킨다. 무형의 것을 탐구하는 것이 아닌 유형의 인체를 박소영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아스라한 굴곡이 적나라한 데생dessin보다 더한 현실적 인물로 탄생되는 것이다. 덩어리처럼 묘사해 놓은 ‘Going nuts!_돌아버리겠네!’는 그래서 적나라한 동시에 은유적이며, 노골적이지만 빤하지 않게 된다. 거기에 덧붙여 창작의 고통과 번뇌, 혹은 개인적 괴로움은 작품의 큰 외형과 섬세하고 고운 외피로 표현되어 무거운 심경과 예민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장치되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박소영 작업사作業史의 숨겨진 레이어layer인 ‘하얀 수석’시리즈를 목격하게 된다. ‘덩어리’와 ‘반복하다(Over and Over)’의 교집합적 위치 정도로 해석되는 이 작업들은 소용을 다하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가치 재발견의 행위다. 실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버려진 수석받침들은 여러 의미로 상징성을 띤 오브제 역할을 한다. 무無를 즉물卽物처럼 시각화하는 박소영은 보이는 부분에 만족하지 않고 물체를 완성시켜왔다. 오늘 채택된 수석받침은 작가의 유기체적 선택과 버려진 가치에 대한 상징물로 활용된다. 보기seeing 또는 쳐다보기looking를 적절히 조절한 후, 그 위에 덩어리라는 추상적 미감으로 일시적으로 수석의 형상을 갖으며, 동시에 박소영식 표현의 변별을 유지해 낸다. 추상적 작품을 구상으로 해석해 내는 과정 중에 작가는 직감적 현물과 배경을 분리시켜 내는 작업과 최소한의 정보는 유지시키는 긴장의 행위를 유지해야만 한다. 여기에 아날로그analogue방식의 작업과정이 더해지면 그의 시각적 사유는 더욱 견고해 진다.

게다가 작가는 이번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에 대한 사유와 필연도 놓치지 않고 작업과의 상관관계를 유기적으로 이끌어 낸다. 여관이라는 속성을 갖은 공간은 개인의 익명성을 전제조건으로 하지만 동시대인의 구성원들이 머물며 시간을 소요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박소영이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익명의 개인과 동시대인의 교집합이 되는 시대적 고민과 사유들 말이다. 이렇게 접근된 개인의 현상과 사유는 개별공간의 익명성으로 대변되는 오늘의 역사를 발견하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새로운 재해석과 재발견으로 발전된다. 예술의 오롯한 의미일지 모를 덩어리들은 누군가에겐 새로운 모양의 수석이 될지도 모르며, 혹은 그 수석 자체가 잊혀 질 익명인 자체를 대변할 지도 모른다. 개인과 익명의 시간, 남겨짐과 버려짐의 행태 등 수많은 이야기가 박소영의 ‘하얀 수석’에는 담겨 있다. 그리고 여관방에서 쏟아 내거나 감추었을 수많은 ‘Going nuts!_돌아버리겠네!’들 역시 나일 수도, 너일 수도, 또는 우리 모두일 수도 있는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이유라고 박소영은 이야기한다. 하여 우리는 박소영이라는 개인이 적극적으로 행해준 사유의 시각적 방출을 통해 일상을 살아가며 수없이 쏟아냈던 ‘Going nuts!_돌아버리겠네!’를 좀 더 우아하고 정당하게 외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오늘 박소영의 ‘하얀 수석’과 ‘Going nuts!_돌아버리겠네!’는 보안 여관 각 방에 들어 앉아 새로운 서사로 귀결되며, 온전히 완성되는 극적 결말을 맺는 당위성을 갖는다.

■ 김최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