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윤주경   이승준   이진준展
초대일시: 2009_0807_금요일_07:00pm
후원: (주) 메타로그 Art&Culture project group
기획: 김숙경(미술사/전시기획)
전시관람 및 보도문의: 김숙경 010-3757-2621
관람시간: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Urban&DISurban” 탈피(脫皮)와 치유 미술문화 이데올로기와 통의동 보안여관 ● 예술의 범주에서 개념의 다양성은 곧 현대성으로 인식되어지며, 이를 향한 참여자들의 넘치는 욕구는 단어 자체를 지극히 보편적인, 근접하기 쉬운 어떤 것으로까지 끌어내린다. 또한 ‘그 다양성’은 언제부터인가 실현방식의 새로움과 부동의 등식관계에 놓여져, 유형의 수적 팽창을 과감히 실행하는데 공적, 사적 타당성을 부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인간적 사고와 사회적, 철학적 개념들의 대응관계와 유사성을 지시하는 정의가 한 시대의 문화예술현장에서 행동방식의 편의로 제·도·화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특이현상이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예술의 제도와 사회적 권위를 동일시하는 기득권층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에 집중하여 예술의 기능과 목적을 겨냥한 다양한 전시들을 지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것이 권한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시장논리에 따른 전략적, 이데올로기적 장치라 할지라도 예술과 문화의 교집합적 범위를 빠른 속도로 넓힌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미술은 체재의 수용과 반성을 전제로 이 급조된 현실에 관한 비판적 담론을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예술의 영역확장에 대한 분명한 의미와 내용적 밀도를 생산하는 의지로 우리의 예술문화 현실이 ‘진정한 풍요와 안정의 괘도’에 진입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전시“Urban&DISurban” 역시 한국 미술현장에 자리매김한 제도로서의 미술과 다양성을 표방한 새로운 실천방식에 관한 질문을 안고 시작한다. 우선 이 전시가 평범한 공간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보수가 이루어질 낡은 여관건물(보안여관, 1942년)에서 실현되므로 ‘지금의 전시성향’에 맞춘 형식의 공공기능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전시방식의 공공성을 규정하기에 “Urban&DISurban”은 일반전시 형식과 큰 차이를 갖지 않는다. 보안여관의 특수성은 단지 예술과 도시문화의 교합에 있어 작가가 산출하는 표현내용의 무게를 배가시키는 현실일 뿐 작가의 감각과 사고를 담보로 전시 전면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작용의 문제로서 여관내부의 건축미학적 상황은 작품의 실재를 극화함과 동시에 관찰자의 심리에 강한 긴장과 탐구의지를 불러일으킨다. 한 칸 규모의 작은 방들로 이루어진 여관은 외형과는 달리 토벽과 목재건물의 골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부분적으로 철거된 이층/전시공간은 몇몇의 내벽이 부재한 탓에 공간의 구분은 있으나 개방적이고, 반세기 이상의 시간에 부식된 ‘그 날것의 상태’는 인공물이기보다 자연의 것에 가깝다. 그 안에서 작가의 표현행위는 제도의 틀을 벗어나 서서히 팽창하기에 이른다.

탈피와 치유 ● “Urban&DISurban”은 도시/도시성의 외형과 그 내적 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것, 즉 감각과 사유의 원형이 충돌과 파장을 통해 드러나는 개별적 내용들의 연동현상에 주목한다. 여기서 ‘urban’은 -도시문화의 통상적 의미인- 형식을 규정하는 제도적 체계와 인습의 외형을 말한다. 따라서 전시“Urban&DISurban”은 ‘생물학적 의미의 탈피’와 같이 사회적 규범과 제약으로 다져진 ‘허울을 벗는 행위와 그 허울이 벗겨진 상태’를 가늠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삼중채널 비디오”움직이는 모조남근”에서 윤주경은 군대와 남근이라는 권력의 극단적 상징체와 전국노래자랑과 같은 ‘범국민적’ 방송에서 채집한 일상의 소음을 병치시켜 독립된 개체로서의 인간/인권이 제도적 집단화에 묻혀버린 현대사회의 속성을 우화적으로 가시화한다. 이승준은 사진“Extra Dimensions餘分次元”을 통해 자본주의사회가 지닌 건조한 현실을 서울근교의 신도시풍경으로 대체하고, 그 안에 대형 동물인형을 개입시킨다. 시장논리의 실체는 드러나고 인형의 존재/허구는 자본의 매카니즘을 ‘낯선 상황’으로 유도한다. 이상의 작업이 제도와 권력의 탈피된 상태를 은유한다면, 복합매체를 활용한 이진준의 설치공간“Your Stage”와 김소희의 사진이미지“Wings of Desire”는 물성화된 현대인의 존재여부를 자문하는 행위와도 같다. 실재이나 비현실적 공간으로 여겨지는 이진준의 작업에서 거울과 유리에 의한 복잡한 반사체계는 투영된 인간의 존재를 그 구조와 분리시키지 않는다. 김소희는 사회의 절대권력과 부자유로부터의 진실회복 의지를 죽음/사멸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간다. 동화적 몽상을 통해 그는 삶의 본성을 인습과 규범을 넘어선 가상의 세계로 치환하고, 이러한 ‘심리 실험과정’에서 여과된 인간정신을 ‘욕망’에 은유한다. 전시공간에서 이들이 기술하는 세계는 물리적, 심리적으로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미적 경험과 판단이 머무는 시간을 통해 사고의 대립보다는 의미의 규합과 화해를 이끌어낸다. ■ 김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