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간 2018년 7월 14일 – 8월 7일(총 24일)

참여작가 박형지

관람시간 12: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통의동 보안여관(신관) (BOAN1942지하1층)

오프닝18. 07. 14 (토) 6pm 통의동 보안여관 신관 (BOAN1942지하1층)

협력기획 송고은 (통의동 보안여관 큐레이터)

통의동 보안여관에서는 2018년 7월 14일 부터 8월 7일 까지 박형지 개인전 <그린멘>(Green Me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가 사진과 인쇄 등 다양한 매체로 ‘이미지화’ 될 때 원본의 물성이 어떤 변형을 이루는가?’ 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작가는 회화의 물질성에 관해 또 다른 관점을 지닌 그래픽 다자이너 박연주, 큐레이터 이성휘를 화자로 초대해 회화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이 질문에 새롭게 접근했다. <그린멘>은 각각 엽서 크기 정도부터 높이 약 2m의 캔버스에  동일한 이미지를 반복하여 그린14점의 회화 연작, 각기 다른 7인에게 쓰여진 ‘그림 읽기’에 대한 고민을 담은 큐레이터의 편지 그리고 이를 다시 섬세하게 편집한 14 버전의 출간물 <그린멘>으로 구성된다. 이는 매체에 따른 회화의 물질성과 그 변화 대한 일련의 과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원본과 재생산의 부산물들을 새롭게 연결시켜준다.

박형지

박형지는 홍익대 회화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과정,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컬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을 졸업했다(MA). 개인전 ⟪Resembling Resemblances⟫(AiR Sandnes, 산네스, 2017), ⟪사건의 축적⟫(갤러리175, 서울), ⟪Neon Plants, Night Lights and Travel to the Galaxy⟫(Oriental VisArt, 제네바, 2011), ⟪Strange Scenery⟫(Nordisk Kunst Plattform Project Space,  브루산드, 2010) 등을 하였으며,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하이트컬렉션, 서울, 2015), ⟪모험가, 관광객, 레지스탕스⟫( 스페이스 오뉴월, 서울, 2014), ⟪오늘의 살롱⟫(커먼센터, 서울, 2014), ⟪아트선재오픈콜 #2:쭈뼛쭈뼛한 대화⟫(아트선재센터, 서울, 2013), ⟪세탁기 장식장⟫(서대문구 재활용센터/판교생태학습원, 서울/성남, 2012)등의 기획전과 노르웨이의 AiR Sandnes(2017), 네덜란드의 AiR WG(2017), 미얀마의 New Zero Art Space(2014), 홍은예술창작공간(2012)등의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열 넷, 열 넷의 그린멘 그리고 일곱 개의 편지

송고은(통의동 보안여관)

<그린멘>(Green Men)은 이천십팔년 칠월 십오일 부터 팔월 칠일까지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린 박형지의 개인전이다. 그리고 <그린멘>은 각 각 엽서 크기 정도부터 높이 약 이 미터의 캔버스에  동일한 이미지를 반복하여 그린14점의 회화 연작이다. 한편, <그린멘>은 비슷한 이야기를 7명의 다른 수신인에게 쓴 편지의 이유가 된다. 그래서 <그린멘>은 7개의 편지 중 하나와 크기가 다른 14 점의 회화 연작을 가로 이백사십, 세로 삼백십오 센티미터안에 넣은 각기 다른 14개 버전의 책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린멘>은 <그린멘> 자신이자 그 스스로의 분신이 된다.

당신이 지금, 마주친 그린맨이 궁금하다. 하지만 사실 어떤 그린맨을 마주했다 할지라도 그를 통해 박형지가 묻고자 하는 질문은 (거의)같다. 이 프로젝트는  회화가 사진을 거쳐 인쇄 등 다양한 매체로 이미지화 될 때 원본의 실질적 물성이 축소와 확대, 굴절과 변형을 이루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또한 원본과 복제의 경계가 더욱 흐릿해지는 세계에서 회화에 대한 우리의 오랜 종교, ‘역시 그림은 실제로 봐야합니다’라는 믿음에 대해 반문한다. 이런 질문들은 미술의 역사에서 줄곧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럼에도 이 새삼스러운 질문이 여기서 여전히 유효한 것은 이를 접근하는 흥미로운 형식에 있다. 작가는 매체에 따른 원본의 변화에 기꺼이 자신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그래픽디자이너 박연주와 최근 ‘회화의 수렁’에 빠져 있다고 고백하는 큐레이터 이성휘를 이 질문의 또 다른 화자로 초대했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 발현된 소기의 결과물은 전시장에서 서로를 부인하거나 흉내 낸다. 그러나 섣부르게 하나의 결론으로 매듭짓지는 않는다. 대신, 복제와 재현에 관한 또 다른 갈래를 만들어 낸다. 어쩌면, 여기서 보여지는 과정은 모든 이미지와 경험, 물질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현상일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작가가 지난 2017년  네덜란드(AiR Sandnes) 와 노르웨이(AiR WG)의 레지던시에서 시작한 작은 초상화에서 출발되었다. 박형지는 회화가 갖는 물질성의 변형과 또 이에 대한 수용의 태도를 묻기 위해 정체불명의 그린멘을 등장시켰다. 여기서 <그린멘>은 특정한 인물을 의식하거나 내러티브를 생성시키기 위함은 아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모호한 인물을 통해 회화적 제스처를 강조하고 캔버스의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표면 자체에 주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장치일 뿐이다. 실제로 이 동일한 이미지는 14번의 반복된 횟수에 따라 변화되는  캔버스 위의 물감 두께, 붓질의 망설임과 단호함의 차이들을 더욱 유심히 관찰하도록 만든다. 작가의 이런 형식적 접근은 이성휘가 쓴 7개의 편지 형식과 닿아있다.  이 편지는 회화를 다시 언어화 시킨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의심과 큐레이터로서 갖는 회화 매체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담고있다. 편지는 각각 아빠에게, 친구에게, 소설가에게 심지어는 AI 등에게 발신된다. 이렇게 수신인에 따라 같지만 다른 7개의 편지는 박형지의 회화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형식적 실험은 책의 도판이미지를 회화 연작 중 가장 작은 작품과 1:1의 비율로 크기를 맞춰 박연주가 디자인한 책과도 연결된다. 14개의 그림 이미지와 한 개의 편지로 구성된 책은 미묘하게 다른 14개의 버전으로 다시 재조합 된다.

보통 회화 작품은 가장자리가 매끄럽게 다듬어진 완전한 평면 이미지로 재생산된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약 사 센티미터의 두께를 가진 직육면체의 입체인 동시에 그 표면을 이루는 물질은 감상의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그래서 회화를 ‘본다’는 것은 그 실체를 영접하는 것 외에 재현된 이미지의 표면을 다시 해석하고 오역하는 경우의 수를 포함한다. 이제 더 이상 회화에 대한 상징주의적 해석이 유효하지 않은 것이라 해도 회화의 형식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회화가 불러일으키는 상상의 공간을 제한하는 일일 수 있다. 회화는 그것이 어떤 이차원의 장소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를 그 앞에 서성이게 한다. 다시, 여기 <그린멘>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 봐야 할까? <그린멘>의 성지가 된 화이트 큐브에서 14점의 그린맨들과 14권의 그린멘 또 그에 상응하며 순환된 7개의 편지들을 다시 어떻게 수축되고 확대 될까?

전시구성 및 출품작 소개 

열네명의 그린맨들_박형지   

❍평면 이미지로만 언뜻 본다면, 모두 동일해 보이는 이 작품들은 박형지가 엽서 크기 정도 부터 2m에 이르는 캔버스에 반복하여 그린 작품(그린맨)이다. 횟수가 거듭될 때 마다 붓질의 움직임과 표면의 두께가 조금씩 달라지는 회화의 표면을 관찰 할 수 있다.

1, 열네명의 그린맨들_박형지   

❍평면 이미지로만 언뜻 본다면, 모두 동일해 보이는 이 작품들은 박형지가 엽서 크기 정도 부터 2m에 이르는 캔버스에 반복하여 그린 작품(그린맨)이다. 횟수가 거듭될 때 마다 붓질의 움직임과 표면의 두께가 조금씩 달라지는 회화의 표면을 관찰 할 수 있다.

2. 회화를 대하는 큐레이터의 태도, 7개의 편지_이성휘

❍ 이성휘의 표현에 의하면 회화작품을 전시에서 다루게 되며 점점 더 ‘회화의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큐레이터는 회화를 언어화하는 것에 대해 교육받지만 실상, 회화를 읽어 내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도 서술한다. 이성휘는 회화를 대하는 스스로의 태도와 방식들 서술하며 박형지의 회화와 연결짓는다. 박형지의 회화가 보여준 형식 실험은 동일한 이야기를 각기 다른 7인 즉, 아버지, 친구, 좋아하는 소설가 그리고 심지어는 AI등에게 보낸 ‘같지만 다른’ 편지로 매개된다.

당신은 그림을 좋아하시나요? 윌리엄 블레이크에 대해서는 시뿐만 아니라 그의 판화 작업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는 환상을 보기도 하고 신비주의자였다고도 하죠. 아무튼 18세기말 영국에서 그의 그림은 전통과 단절하고 기행에 가까운 그림이었습니다. 아마 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자 그의 예언서 시집을 읽으면 그의 그림을 이해하는 데에도 더 큰 도움이 되겠지요. 그런데 저는 그림을 감상할 때 설명을 듣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림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는 걸 좋아합니다. 시간을 들여서 그림을 보았을 때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그것은 그림을 발견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흔히 사람들은 음악이나 영화를 시간의 예술이라고 말하지만 그림 역시 단번에 파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사람처럼 그림도 첫인상이라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두께 0의 납작한 사진 이미지를 보는 것과 지지대 위의 그림을 실견 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  – 오에 선생에게 보낸 편지 중, 이성휘

3. 또 다른 열 네명의 그린멘_헤적프레스

이번 전시 <그린멘>과 연계된 책<그린멘>은 헤적프레스에서 출간되었다.  헤적프레스(Hezuk Press)는 박연주 디자이너와 정희승 사진작가가 함께 운영하는 소규모 출판사이다. 주로 평면성에 기반한, 즉 자신들의 매체이기도 한 사진과 그래픽디자인과 연관된 다양한 협업을 실험하고 있다. 새로운 출간물인 <그린멘>은 박형지의 그린맨 연작 14점의 이미지와 이성휘의 편지 7개중 하나를 조합하여 또 다른 14개 버전의 <그린멘>을 제작했다. 책은 전시 기간 중 BOAN1942 내 보안책방에서 전시, 판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