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파티_2010_0821_토요일_06:00pm_보안여관 뒷마당
퍼포먼스 Exercise in futility_매주 토요일_05:00pm_보안여관 내 김진란 작가의 방

참여작가
권대훈_김주리_김진란_방병상_서평주
안세권_정만영_최수앙_최승훈+박선민_하태범

기획_배세은

관람시간 / 12:00pm~09:00pm
통의동 보안여관 서울 종로구 통의동 2-1번지
Tel. +82.2.720.8409

전시 『눈먼 자들의 도시』는 전시명과 동일한 책, 포르투갈 출신의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문학 작품에서 출발한다. 이 소설은 사람들이 하얗게 눈이 머는 상황 속에 벌어지는 인간의 심리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를 환상적 리얼리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보통 까맣게 눈이 머는 상황과는 다른 작가적 설정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것을 신체적 시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보이지만 보지 못하는 상황, 피상 너머의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는 인간의 우매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 해석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보면서도 그 이면의 진의眞義를 보지 못하는, 영혼의 눈을 잃은 현대인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눈멈’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의 허구적 설정을 빌어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관찰자로서의 예술가적 태도 혹은 역할이다. 현대미술은 결국 관점의 문제가 아닐까.(아니, 아주 오래 전부터) 예술은 시대 속에서 정치적이든 그렇지 않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제안한다. 아주 날카롭게 찌르고 해부하며, 그리고 때로는 삶의 미세한 결을 쓰다듬으며!

80년의 역사 속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통의동 보안여관’, 그 위에 새로운 이야기가 덧입혀진다. 보안여관은 1, 2층으로 이루어진 오랜 문화, 역사적 흔적을 지닌 건물이다. 이 독특한 공간에서 참여 작가들은 각자 자신의 작품에 가장 적합한 방의 구조와 위치를 선택하고 각자의 방에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1층 ● 방병상은 사진과 영상 설치를 통해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머물고 떠나는 도시 속의 장소, 다리, 터널, 정거장 등의 풍경을 포착, 그 안에 부유하는 현대인의 공허한 심리를 그린다. 신문 위에 유머러스한 낙서로 사회적 이슈들을 풍자하는 서평주는 낙서 신문으로 방을 도배하고 사회적 가치 척도가 담긴 새로운 시력 테스트 장치를 선보인다. 김주리는 도시 속에 사라져가는 풍경, 빨간 벽돌집을 점토로 빚어 전시 기간 동안 점점 무너져 사라지지는 작업을 보여주고, 권대훈은 시간의 흐름과 빛의 방향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형상을 보여주는 빛 조각을 통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이야기한다. 매체에서 수집한 사건의 현장을 하얗게 표백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보여온 하태범은 이번엔 보안여관에 허구의 여관방을 설정하고 하얗게 색칠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한편, 1000개의 하얀 비누가 깔린 김진란 작가의 방에서는 비누 바닥 위에서 걸레질을 하며 일상의 굴레 안에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모습과 그 안의 미미한 변화를 보여주는 그의 퍼포먼스 작업을 상영한다.

2층 ● 최승훈+박선민은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속에 등장하는 눈먼 자들의 모습과 신문 사진에서 발견한 시위자들의 모습의 외양적 차이(눈을 가린 장님과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린 시위자)에서 착안해 두 대조적 존재에 내재된 성향의 대립, 일방적으로 바라봄의 폭력성과 보지 못함의 무방비 상태, 그 안에 숨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도시 재개발 지역의 사진을 찍어온 안세권은 청계천 재개발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기존 사진 작업에 부분적 발췌와 확장 설치 작업을 더하여 기존 작업의 재발견을 시도한다. 최수앙은 한 쪽 다리가 없는 말, 사용할 수 없게 된 의족, 다리가 하나 없는 테이블 등 세 가지 상징적 조각과 오브제를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보편적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을 보여준다. 정만영은 과거에 보안여관에서 실제로 화장실로 쓰였던 장소를 새롭게 복원하고 사운드아트를 통해 새로운 공간의 발견과 체험의 기회를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