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럭03 – 일곱번째 공부

광복의 기쁨을 쌀밥으로!!!! 불광가마솥밥

박상현 칼럼리스트와 쌀과 밥에 관한 이야기를.
보안여관 두럭 03 멤버들이 정성스럽게 지은 밥을 함께 먹는 날.

* 일시: 2016년 8월 15일(월, 광복절) 오후 5시
* 장소: 서울혁신파크 전봇대 집
* 초청 쌀 이야기: 박상현 칼럼니스트
* 두럭 03멤버: 김도희, 이서, 신은경, 유혜인, 이생강, 조성준, 천근성, 최인선
* 주최: 통의동 보안여관(ArtSpace Boan1942)
*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혁신파크

박상현 칼럼니스트 Review

포스터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심상찮은 행사 일꺼라 생각했는데… 완전히 기대 이상이었다. 밥강의 3년 만에 이런 훌륭한 기획은 처음이다.
불광동 서울혁신센터에 모인 분야별 작가와 기획자들이 각자 밥과 찬을 준비해 왔다. 강의가 끝난 후 자신의 방식대로 밥을 짓기 시작했다. 누구는 가마솥에 밥을 짓고, 누구는 압력솥과 냄비에 밥을 지었다. 누구는 아침에 지은 밥을 삼베에 싸서 찻물에 밥을 말아먹는 새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찬밥의 낭만’이라는 멋진 테마까지 부여했다.
밥이 중심이 된 행사. 밥을 함께 짓고 함께 나눈 행사. 그리고 밥을 배터지도록 먹었던 행사. 덕분에 참석자 모두가 밥맛의 매력에 푹~ 빠지는 시간이었다.
누룽지만 남은 가마솥엔 토종닭 4마리를 삶아 내친김에 복달임까지 했다. 배부르고 끝내주는 광복절을 보낸 것 같다.
앞으로 밥강의를 이런식으로 진행 해볼까… 하는 욕심이 생기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하십니까? ㅎㅎ

각자의 밥 이야기

김도희, 신은경의 ‘쌍가마골 불났네’

이생강 ‘생강보다 쎈 엄마밥’

쌀 원산지: 홈플러스 35000원 농협쌀
밥 레시피:
– 재료: 홈플러스 흰쌀, 이모네 검정쌀, 남양주 감자, 강황가루
– 조리 방법: 배운적은 없지만 30년간 엄마 뒤켠에서 지켜본 방식으로.
– 쿠킹 TIP: 20여년간 우리 밥을 담당한, 이제는 추가 부러진 압력밥솥을 사용하여 밥 맛보다는 추억에 호소

밥의 유래(왜 이런 밥을 짓게 되었는지 이유) : 아침 출근 길. 늘 바쁜 와중에도 아침밥은 꼭 챙겨먹이겠다는 어머니의 굳은 의지가 한 때는 부담스러웠다. 밥 맛이 없을 때도 꼭 아침을 먹어야 하는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인스턴트로 목숨을 연명하는 중인데, 가끔 엄마의 아침밥이 그립기도.. 때로는 놀랍기까지 하다. 바쁜 순간에도 그런 밥상을 차려놓을 수가 있는가… 공유를 넘어 희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지… 그 불편하고 고된 일들을 모두 넣어, 엄마의 정성으로 밥을 지어 대접해보고자 한다.

어떤 마음으로 먹어주길 바라는지 OR 누가 먹길 바라는지: 엄마는 못드시겠지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밥을 먹겠습니다.

조성준 ‘농부의 아들밥’

쌀 원산지: 경상북도 상주시 화동면 신촌리
밥 레시피:
– 재료:상주쌀, 물, 양은냄비
– 조리 방법:
1. 쌀을 깨끗하게 씻어서 30분가량 불린다
2. 쌀을 냄비에 붓고 손등이 잠길락말락 할때까지 물을 붓는다.
3. 냄비위에 돌을 얹고 중불정도로 조리하다 물이 끓기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인다.
4. 12분쯤 지나 밥 냄새가 나면 불을 끄고. 3분 정도 두면 밥 완성!

– 쿠킹 TIP:농사를 지은듯한 노동 후에 먹으면 더욱 꿀맛

밥의 유래(왜 이런 밥을 짓게 되었는지 이유) 도시로 도망(?) 혹은 유학 온 농촌의 아들이 대접하는 농촌의 새참 밥

어떤 마음으로 먹어주길 바라는지 OR 누가 먹길 바라는지: 농사를 짓는 어려움이라든가 이런건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지 잊고 있었던 혹은 알고 있지만 소홀했던 관계들에 대하여 생각하며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천근성 ‘스뎅근성밥’

쌀 원산지: 전라남도 해남
밥 레시피:
– 재료: 현미, 스텐인레스 냄비, 물, 인덕션
– 조리 방법:
1) 계량컵 기준 4컵과 물량을 반반 맞추어 냄비에 넣는다.
2) 인덕션 화력을 ‘강’으로 돌려 놓아 팔팔 물이 끓게 둔다.
3) 10분 뒤 물이 어느정도 조르면, ‘중’불로 맞춘다.
4) 5분 뒤 밥냄새가 올라오면 불을 끄고, 뜸을 드린다.
5) 밥 그릇에 정성스럽게 밥을 담고, 맛있게 먹는다.

– 쿠킹 TIP: 스테인레스 냄비 뚜겅이 유리로 되어 있어 뚜껑을 열지 않고 취사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밥의 유래(왜 이런 밥을 짓게 되었는지 이유) 바야흐로 20년 전, 보이스카웃 뒷뜰야영 당시 나는 분대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운동장에서 텐트를 치고, 분대원들에게 밥을 해주었다. 배고픔 탓인지 밥은 맛있게 먹었지만 당시 스댕 냄비는 그으름을 가득 안고 열렬히 전사했다. 그리고 20년 뒤 결혼 선물로 유리 뚜껑으로 된 스댕 냄비를 선물 받았다.

어떤 마음으로 먹어주길 바라는지 OR 누가 먹길 바라는지: 33살 근성이가 13살 근성이에게

이서 ‘찬밥의 낭만’

쌀 원산지: 신동진( 초록마을 무농약 쌀)
밥 레시피: 무쇠솥에 밥을 하고 식힌다. 찬밥에 시원한 보리차를 붓고 무우짠지를 올려 먹는다. 막걸리를 곁들인다.
– 재료: 집에서 사용하는 무쇠솥.
– 조리 방법: 밥하는 법대로, 물은 조금 덜넣는다.
– 쿠킹 TIP: 물에 말아먹는 밥은 꼬들하게 짓는다.

밥의 유래(왜 이런 밥을 짓게 되었는지 이유)
연일 더운 여름, 언제쯤 먹는 밥이 맛이 좋을까 그림을 그려본다. 농부들이 농사를 짓다 흐르는 땀을 훔치며 그늘에 앉아 막걸리 곁들여 보리차에 물말아 먹는 시원한 밥의 그림. 이토록 또 낭만적인 찬밥의 신세가 또 있을까 싶어지는 풍경이다.

어떤 마음으로 먹어주길 바라는지 혹은 누가 먹길 바라는지: 새참을 나누며 쌀은 농부의 땀으로 이룬 것임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