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작가: 이소영 (Soyung Lee)
전시 기간: 2015년 9월 30일 – 10월 13일
관람 시간: 월-일요일, 12pm – 7 pm
전시 장소: 통의동 보안여관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작가 소개

이소영은 현대라는다양한 시간대의 시차 속에서 한 지역의 개인이 느끼는 갈등과 감수성,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역사적 담론의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미국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BFA)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과정(MFA) 졸업

레지던시
핀란드의 수무 아르테(2008)
미국의 야도(2008)
맥도웰 콜로니 펠로우쉽(2009)
창동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2010)
미얀마 뉴제로 아트스페이스(2014) 등

개인전
《multiplepersonality disorder》(갤러리정미소, 서울, 2004)
《BeingDeprived/Chasing the Morning》(갤러리타이타닉 수무 스튜디오, 투르쿠, 2008)
《클라우드 쿠쿠랜드》(호기심에 대한 책임감, 서울, 2009)

기획전
《그들의 나약함을 내버려둬》(정다방, 서울, 2012)
《세탁기 장식장》(서대문구 재활용센터, 서울, 2012)
《THE FUTUREIS COMING FROM ALL DIRECTIONS》(갤러리175, 서울, 2013)
《쭈뼛쭈뼛한 대화》(아트선재센터, 서울, 2013)
《UnfinishedNarratives》(주인도한국문화원, 뉴델리, 2014)
《모험가, 관광객, 레지스탕스》(스페이스 오뉴월, 서울, 2014) 등

전시 개요

이소영의 개인전 《Doubtful Nest》는 삶의 터전인 ‘보금자리’를 주제로 하여, 보호막이자 은신처, 몽상의 장소로서의 보금자리를 돌아보며, 우리가 현재 머물고 있는 보금자리가 안전을 보장하는지, 우리는 어떤 울타리를 만들어서 무엇을 보호하고 있고, 무엇을 묵과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전시이다. 유년 시절부터 거주지가 자주 바뀌는 삶을 살아온 작가는 전시를 통해서 본인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을 해왔거나 여전히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사람들의 고민을 돌아보며, 우리가 그리는 보금자리와 그 안에서 깨어진 틈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보금자리는 심신을 쉬어가는 곳,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곳, 누군가와 삶을 공유하는 곳이다. 그러나 때때로 녹록치 않은 갈등과 충돌, 불안의 장소가 된다. 이소영은 지난 몇 년 간 강제 이주의 역사를 가진 고려인 디아스포라와 피지배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 사람들의 삶을 리서치하며, 이주와 망명, 사회의 보호막 등에 대해서 고민해왔다. 그의 고민은 보금자리에 대한 고민으로 수렴되었고, 이 전시에서는 보금자리를 보호막으로 기능하는 보금자리, 안전 지대를 벗어나 있을 때의 보금자리, 그리고 경계의 안팎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형태의 보금자리라는 세 가지 틀로 고찰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작가는 “어디서 살지? 지금 여기가 괜찮은가? 어디에서 죽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은신처, 보호막, 보금자리로서의 집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영상, 설치, 드로잉 등으로 선보인다.

전시의 메인 작품인 <요새 (Fortress)>(2015)는 지난 여름 보안여관을 무대로 다섯 명의 배우를 동원해 촬영한 신작 영상이다. 인물들은 보안여관의 낡은 건물을 요새로 삼아 미지의 위험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각자 꿈꾸는 집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어딘가로 떠나기 위한 회의도 진행한다. 이소영은 ‘어디서 살지? 지금 여기가 괜찮은가? 어디에서 죽지?’라는 질문을 배우들에게 던졌으며, 이들 스스로 보금자리로서의 집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한편, 이 영상에는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에 나오는 “뛰는 심장 위에 훈장을 달아라”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영화 속 해병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얼마나 비인간적인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갈등하며,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싸운다. 이 영화의 대사를 인용함으로써 이소영은 국가와 이데올로기에 의해 규정되는 보금자리만큼이나 가족이 기다리는 안식과 위안의 보금자리를 강조하고자 한다.

전시에 소개되는 또 다른 신작, <털 없는 이들의 나라 (A Nation of the Hairless)>(2015)는 라오스 비엔티안에 있는 부다 파크에서 촬영되었다. 한 편의 짦은 우화와도 같은 이 작품은 털이 없는 매끄러운 몸을 가진 것을 진보와 진화의 상징으로 그리는데, 그러는 어느날 작중 화자의 몸에서 털이 하나 발견되었고, 이 털 때문에 그는 열등해지는 것을 부끄러워 한다. 그에게 있어서 털은 퇴보의 상징이자 비균질한 구성원을 구분해내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너의 영역 (YourTerritory)>(2014, 2015)은 미얀마 양곤의 길거리를 배회하는 개들을 촬영한 영상이다. 영상에서 개들은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채 도시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이를 벗어나는 일없이 배회한다. 이들은 사람들이 장악한 도시의 잉여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채 스스로의 영역을 유지하는 개들을 보며 이소영은 서로 다른 존재의 공존에 대해 생각해 본다.

반면, <제2의 보금자리 (The SecondNest)>(2012, 2015)는 우리에 갇혀 사육되고 있는 동물원의 동물들을 촬영한 영상이다. 작가는 호랑이나 표범과 같은 맹수들과 원숭이, 기린, 코끼리, 펭귄과 같이 다른 기후와 지역에서 사는 동물들이 고유의 본성을 잃은 채 무기력하게 우리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소영은 사람들이 이들 동물에게 ‘너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고 강제로 우리들(혹은 나)의 영역으로 잡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 양곤의 길거리를 배회하는 개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편, 이소영은 곰 젤리(gummy bear)를 이용하여 한 사회의 구성원이 힘없이 학살 당하는 인간사나 나약한 신체와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 (2012,2015)과 (2012, 2015)는 나약한 개인이 무기력하게 신체적 학대를 당하는 것을 곰 젤리를 이용해 잔혹 동화처럼 표현한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곰 젤리는 물에 휩쓸려가고 바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등 외부의 힘에 대해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곤 한다. 또한 곰 젤리의 말랑말랑한 몸뚱아리는 핀셋으로 고정된 채 메스로 난도질 당하며 형형색색으로 재조립되기도 한다.

전시와 함께 출간되는 동명 타이틀의 자료집 《Doubtful Nest》는 이소영이 오랜 기간 거주한 곳과 지난 몇 년 간 주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달 이상 머물렀던 지역에서 기록한 메모와 사진, 프로젝트 관련 텍스트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핀란드 라플란드(2008), 경기도 안양(2010), 카자흐스탄(2012), 라오스(2013), 미얀마(2014) 등지에서 일정 기간 체류하며, 나약함, 박탈, 이주와 망명, 디아스포라와 같은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사실 이 모든 프로젝트들은 현지 체류 기간보다 훨씬 더 긴 리서치 기간과 복잡한 작업 제작 과정을 거쳐 수행되었다. 이 자료집은 그 지난했던 과정에 대한 세심한 기록으로써 이소영이 진행해온 프로젝트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