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gan, Un-learning 

: 비거니즘으로 그리는 문화 예술의 새로운 지형도

이 행사 준비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기후위기 시대의 상징적인 장면으로ᅠ폭염, 미세먼지, 산호의 백화, 미세 플라스틱 문제 등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가시적인 무언가를 직접 보고 느끼고 나서야 겨우 사태를 파악하고야 마는 직관적 감각이 떨어지는 모자란 존재라서 그럴까요. 그 후 몇 개월 사이에 우리는ᅠ기후위기를 넘어 모든 생명 종의 생존위기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돼지열병으로 11만 마리가 넘는 돼지가 생매장당했고 주변의 강은 피로 물들었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초 대규모 산불로 지역 생태계가 초토화되었고, 펭수의 고향 남극의 기온은 영상 20도가 훨씬 넘게 치솟아 펭귄 생존권은 큰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숨쉬기조차 두려운 감염병 재앙의 정중앙에 서 있습니다. 이 어그러진 생태계에서 인간만 아무렇지 않게 건강 상태인 것이 더 이상하긴 합니다. 긴박한 위기상황을 버티며 사용된 1회용 마스크와 각종 방역용품 잔재들은 겨우 사용량을 줄인 테이크아웃잔이 무색하게 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되고 있을까요. 젠가 게임을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블록을 제거해 버려 와르르 무너지는 장면을 모두 다 함께 무력히 바라보는 것 같은 시간입니다.

비거니즘(veganism)은 단순히 식습관으로서의 채식이나 친환경적 천연 재료를 지향하는 생활 방식처럼 좁은 의미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 서구 / 남성 중심적으로 구축된 역사에서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대상화하고 이용해 온 과거를 돌아보고 동물 착취가 자본주의 대량생산과 만나면서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 되어버린 현재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너무 견고해서 무감각해진 생명 착취의 역사가 오늘날의 재난과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ᅠ비약 같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최근 몇 년ᅠ파괴의 시대를 말하는 ‘인류세’라는 말은 마치 컬렉션에 꼭 포함되어야 하는 키워드처럼 모든 분야 전반에 출몰하였습니다. 문화 예술계 내에서도 변화나 실천은 부재한 채 미학/철학 담론으로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비거니즘적 시각으로 예술을 바라보면 다양한 문제가 눈에 들어옵니다. 수없이 많은 생명이 대상화되며 재현에 동원되어 왔을 뿐 아니라 창작ᅠ재료의 전성분이 명확히 공개되지도 않습니다. 전시 후 폐기물 처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영구적 보존을 고민했던 예술의 권위나 신화와도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기후위기의 난제를 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통과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콘서트 투어를 포기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의 방식을 고민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보그지는 패션 잡지의 존재 이유일 수도 있을 화보 사진 없는 특별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실험들을 보면서, 창작, 전시, 보관, 소장 등 미술에서 익숙한 프로세스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방식의 실험이 있는지 찾고 싶어졌습니다. 예술을 실천하는 방식과 세계와의 관계망 사이를 점검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감각에 균열내기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3개의 섹션, 총 8개의 릴레이 이야기 자리가 열립니다.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Go-vegan, Un-learning 

: 비거니즘으로 그리는 문화 예술의 새로운 지형도

  • 일정 : 2020년 6월 24, 26, 27일 7월 4,5일
  • 장소 : 통의동 보안여관 보안클럽 (신관 B2) 
  • 전체기획 : 김화용
  • 기획협력 : 가옥, 남선우
  • 장소협력 : 통의동 보안여관
  • 디자인 : 우유니게
  • 진행도움 : 김영글 유재인 전유진
  • 후원 : 서울문화재단
  • 참가비 : 무료
  • 신청하러가기
1. 대상화, 희화화, 애지중지 그 사이에서

*

<동물, 고통, 취약성> / 6월 24일 수요일 오후 7시

<박물관/미술관과 '문명화'의 습관들> / 6월 26일 금요일 오후 7시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 6월 27일 토요일 오후 1시

1. 대상화, 희화화, 애지중지 그 사이에서

<동물, 고통, 취약성> / 6월 24일 수요일 오후 7시

근대 이후 동물-인간 관계는 희생과 고통이라는 상상력 안에서 지배적으로 구성되어 왔다. 실천의 차원에서 동물-인간 관계가 곧바로 ‘착취’와 ‘대상화’로 환원되지 않는 동시에 그 상상력을 넘어선 윤리와 정치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을 살펴본다. (전의령 /인류학자)

전의령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한국의 이주와 다문화 담론, 반다문화 정동, 동물복지 담론 등에 관해 연구해왔다.

<박물관/미술관과 '문명화'의 습관들> / 6월 26일 금요일 오후 7시 

수집, 전시, 관람 등의 기본적인 기능을 통해서 인식되고 있는 박물관/미술관, 그 속 깊숙이 새겨져 있는 ‘문명화’의 흔적이 어떻게 사물, 동물, 인간에 대한 인식과 시각적 관습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함께 생각해 본다. (박소현 / 박물관학자)

박소현

미술사학, 박물관학 그리고 문화 예술 정책의 경계를 넘나들거나 아우르는 학술과 정책 그리고 현장을 연구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 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전공 교수이다.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 6월 27일 토요일 오후 1시

조선시대 그림부터 현대미술 작품 그리고 상업 광고까지 시각 재현물에 닭과 오리로 대표되는 가금류가 어떻게 등장해 왔는지 살펴보면서 우리가 동물을 인식하고 바라보는 방식을 환기해 본다. (김화용 / 미술작가)

김화용

고정관념, 관습,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며 이를 둘러싼 제도, 경계, 다양성, 젠더에 대한 고민을 만남, 여행, 워크숍, 퍼포먼스 등의 방법으로 작업해왔다. 최근에는 예술 그 자체보다 삶을 예술적으로 조직하는 이들에게서 정치적 힘과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으며 문화/예술 신화 뒤에 가려져 있던 비인간 생물의 착취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 중이다. ‘옥인 콜렉티브’ 멤버로도 활동했다.

2.  희생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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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재료학자에게 제안한 비거니즘> / 6월 27일 토요일 오후 4시

<종이 한 장 차이> / 7월 4일 토요일 오후 1시

<내 옷장 속, 비거니즘> / 7월 4일 토요일 오후 4시

2.  희생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창작

<미술재료학자에게 제안한 비거니즘> / 6월 27일 토요일 오후 4시

미술창작자가 많이 사용하는 미술재료의 성분 구성 및 그 중 동물성 성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또한 동물성 성분의 문제와는 별개로 어떤 방식으로 재료를 바라보고 사용하는 것이 환경에 가장 덜 해가 되는지 재료학자의 입장을 들어본다. (전창림 / 미술관에 간 화학자)

전창림

미술학도를 꿈꾸었으나 화학을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프랑스 유학 당시 다양한 미술관을 오가며 어린 시절 화가의 꿈을 화학자로 풀어냈다. 현재 미술에서 발생하는 화학의 문제를 연구 중이고 미술재료학 강의를 하는 등 미술과 화학, 예술과 과학의 접점을 찾는 일을 하고 있다.

<종이 한 장 차이> / 7월 4일 토요일 오후 1시

종이 한 장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종이 한 장 차이>는 어라우드랩이 진행한 ‘지구를 존중하는 창작자를 위한 종이인쇄 가이드+샘플북’ 프로젝트로 나무를 덜 베는 재생종이와 비목재종이, 종이가 덜 버려지고 환경오염이 적은 제작방법 등을 소개한다. (어라우드랩 / 그린디자인스튜디오)

어라우드랩

환경 문제와 연대하는 디자인을 지속해 온 디자인스튜디오 ‘라운드트라이앵글’이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적 가치를 들을 수 있도록 활동을 확장하며 ‘어라우드랩’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 옷장 속, 비거니즘> / 7월 4일 토요일 오후 4시

비거니즘을 기본 철학으로 삼고 소재부터 유통, 포장재 그리고 홍보까지 운영과정 전체의 패러다임을 고민하는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의 운영 전반에 대해 듣고, 패션을 둘러싼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박진영 /낫아워스 대표/디자이너, 신하나 / 낫아워스 대표/브랜드 마케터)

낫아워스(Not ours)

개인의 삶 속에서도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는 듀오가 운영중인 ‘낫아워스(Not ours)’는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가치를 담은 비건 패션 브랜드이다. 동물성 소재가 고급스럽다는 기존의 편견을 깨고, 좋은 비동물성 소재로 세련된 디자인의 퀄리티 높은 제품을 제작하며 불필요한 재고는 최소화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지향한다.

기후재난 이후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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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현장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 / 7월 5일 일요일 오후 1시

<하나의 전시를 만들기까지, 지구에 찍힌 탄소의 발자국들> / 7월 5일 일요일 오후 4시

기후재난 이후의 미술관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현장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 / 7월 5일 일요일 오후 1시

강현석 건축가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투발루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시간. 해수면 상승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인 투발루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관한 이슈를 공유하고, 관련 기술과 사례들의 아카이브를 토대로 작성한 건축적 시나리오를 통해 우리가 곧 직면할 미래를 투발루에 투영하여 상상한다. (강현석/  SGHS 설계회사 소장, SIA 회원)

강현석

내러티브와 텍토닉에 중점을 두고 있는 설계회사(SGHS)의 소장이다. 코넬건축대학원에서 투발루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일민미술관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년 특별전 ≪상상의 항해≫, ≪제16회 베니스베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현재 스위스 건축가협회(SIA)의 정회원이며,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나의 전시를 만들기까지, 지구에 찍힌 탄소의 발자국들> /7월 5일 일요일 오후 4시

전시를 만들고 허물기를 반복하면서 생기는 수많은 물리적 폐기물들의 종류와 양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원인이 ‘전시의 속성’ 때문이라는 성마른 핑계 앞에서 과연 전시의 속성이 무엇인지, 앞으로의 미술관과 미술 작품, 전시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남선우 / 큐레이터, 김화용 / 미술작가)

남선우

예술학과 미학을 공부하고, 월간미술, Curatorial Lab Seoul, 일민미술관 등에서 일했다. 현재는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에서 일한다. ≪막후극≫(2015, 인사미술공간, 공동기획), ≪마무리: 별 일 없이 산다≫(2018, 연남장), ≪무무≫(2019, 플랫폼엘컨템포러리아트센터, 공동기획), ≪연극의 얼굴≫(2020, 명동예술극장, 공동기획) 등의 전시와 ≪Artist As≫(2014~2018, 일민미술관), ≪역자후기≫(2015~2018 일민미술관)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게이트웨이미술사』 (2017, 이봄출판사)를 공동 번역했다. 생각과 입장들이 언어라는 형태를 입을 때, 언제나 남겨지는 나머지 부분들에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