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개인전
《비어있는 사이》

  • 일시: 2023. 06. 09 – 06. 30
  •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1
  • 운영시간: 12:00 –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Kim Doyoung SOLO EXHIBITION
Space Between

  • Date : 09. Jun. 2023 – 30. Jun. 2023
  • Venue : ARTSPACE BOAN 1
  • Hours : 12PM – 6PM
  • Closed on Mondays
  • Free Admission

마찰을 동반한 확장의 모색

사진을 다루는 다수의 동시대 작가는 매체의 관례적 범주 바깥에 시선을 두고 사진의 확장을, 현대 미술과의 접점을 의식적으로 모색해 나간다. 그 과정 중에 이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건 오히려 작업 속에 굳건히 잔존하는 사진의 지난 행적과 의미작용이다. 사진을 다루는 작가들이 탈 장르 시도라 언급하는 것들은 이들이 의식하든 않든 간에 매체의 지난 역사를 참조하거나 물리적 특성과 직결한 물음, 문제의식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사진의 기존 개념과 용례라는 테두리를 사이에 두고 밖으로 밀고 나아가려는 힘과 구심점1)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쌍방향으로 작동하는 꼴이다. 한편, 매체의 경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와 같은 밀고 당기는 탄성력과는 무관하게 작가들은 부단히 경계의 바깥에 시선을 두고, 사진으로 아직 만들어 보지 못한 이미지를 창작하는데 몰두한다.

그런데 여기 매체의 확장을 도모하는 선상에 함께 서 있으면서도 사진의 ‘전례 없는 변형과 실험’보다는 사진의 ‘오래된 가치’를 집요하게 탐색하는 작가가 있다. 그는 경계 바깥쪽보다는 안쪽을 향해 서서 매체의 본질에 상응하는 구심점을 끈질기게 붙잡고 살핀다. 확장의 선로에 서 있지만, 시선은 오히려 가는 방향의 반대편을 줄곧 응시한다. 여느 작가들에게는 오히려 부지불식간에 작업 안에 포섭되는 사진의 매체적 특질이 그의 경우에는 ‘여기 이렇게 엄연히 존재하고 여전히 유효하지 않나?’ 묻고 설파하듯, 그 존재를 스스로 의식하고, 재차 소환한다. 사진의 테두리를 한 방향으로 ‘밀어내는’데 주력하기보다 이미 만들어 온 행적을 의식하고 참조하며 ‘안으로 당기는’ 힘도 존재함을 실천한 확장이다. 그렇게 밀고 당기는 행위의 무게중심이 앞쪽에만 있지 않고 오히려 뒤쪽에 편중한 모색은 훨씬 지난하지만 의식적인 모색일 수밖에 없다. 사진의 지난 역사와 현재의 행보 사이의 상응 관계가 더욱 뚜렷할 수밖에 없다.

그 주인공인 김도영의 첫 개인전이 보안여관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두 독립된 연작이 교직하며 의식적인 매체 확장의 모양새를 구체화한다. <평평한 방>(2022)과 <80g>(2022)은 실재와 사진 이미지 사이의 (작가가 공고하다 믿는)2) 관계성에 천착한 사진, 설치 작업이다. 두 연작은 각자의 목소리로 실재와 이미지 사이에 언제나 존재했던 벌어진 틈에 관해 이야기한다. 김도영은 줄곧 실체와 가장 닮은 이미지임에도 그것의 모사이자 허상에 불과한 사진의 숙명적 한계, 즉 실재와 사진 사이에 벌어져 있는 틈을 붙잡고 고민했다. 사진을 대할 때마다 그를 괴롭힌 이 ‘비어있는 사이’는 작가가 실체와 이를 재현한 이미지 사이에 어쨌거나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연결성을 전제했기 때문에 인지하는 빈틈이다.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며 갖는 허탈함이 할머니란 실체가 카메라 앞에 존재했었고 , 그 실체에서 이미지가 비롯한 과정을 체득했기 때문에 오롯이 느끼는 감정인 것처럼. 세상은 어느새 실체 없이도 이미지를 만드는 지경이 되었고, 김도영은 그 속에서 여전히 그를 불편하게 만드는 빈틈을 가지고 고군분투한다. 그의 첫 번째 개인전은 그 비어있는 사이를 때로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확대하고, 때로는 옆으로 흘깃 보듯 가볍게 도치시키며 그 틈 사이에서 작가가 상상할 수 있는 재현 이미지의 새로운 가능성과 실재와의 관계를 모색하는 실험장이다. 이는 오랜 시간 사진이 실천해온 궤적을 올곧이 인지하는 동시에 새 선로를 모색하는, 마찰을 동반한 사진 확장의 실례다.

전시는 <평평한 방>과 <80g>을 통해 실재와 사진 이미지가 때로는 서로 ‘대치’하다 어느새 하나로 이어져 ‘대응’하는 복합적인 관계성을 연출한다. 김도영은 두 작업을 가지고 마치 종이접기하듯, 독립된 두 연작을 그리고 사진과 실재라는 다른 두 면을 때로는 완벽하게 마주보게 하거나 때로는 어슷하게 만나도록 교차시키며 몸소 체험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3차원의 새로운 구조물을 전시장에 내보인다. 접는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면과 면이 다르게 만나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종이접기처럼 김도영의 전시 또한 작가와 관객이 개별 작업을, 그리고 그 안에 실재와 사진 이미지를 각자의 생각대로 관계 짓는다. 작품을 경험하는 개인의 생각과 심상에 따라 종이접기의 최종형태는 계속해서 변형한다. 보안여관의 공간 특성상 긴 복도를 축으로 두고 양옆에 작은 방들 사이를 오가며 관객은 실재와 사진 속 공간을 넘나드는 직관적인 체험을 한다. 김도영이 실재와 이미지의 틈 사이에서 사진의 새로운 선로를 모색하듯, 관객은 방과 방 사이에서 서로 다른 차원의 면들을 여러 모양새로 접어본다.

그 과정 가운데 이미지와 현실은 더 이상 대립 항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전시 안에서 다양한 관계성의 변주를 경험하며 둘은 대치와 대응을 포함한 관계의 확장을 끌어낸다. 사진이 결코 재현 이미지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 공간을 점유한 물리적 실재로서 기능하는 순간이 전시 공간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김도영의 사진이 여전히 ‘실재와 구분된’ 시간성과 지시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가 슬그머니 현실로 빠져나와 현실의 일부로 완벽히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사진의 특질을 온전히 기억하고 유지하며 현실과의 간극 사이에 점멸하는 빛을 만든다. 실재와 사진의 시공간, 어느 한쪽이든 온전한 몰입을 제한하는 그 ‘비어있는 사이’는 그것의 변주와 존속의 이유를 계속해서 모색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구심점을 향해 서 있으므로 오히려 마찰을 감내하고 확장을 지속할 수 있는 매체 실험의 실례다.

김선영 / 뮤지엄한미 학예연구관


1) 그간 사진의 실천에 따라 이해되어 온 매체의 고유한 특질로 이해할 수 있다.

2) 작가는 재현 이미지로서 사진이 어떤 형태로든 실체와 관계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이를 사진 매체의 변하지 않는 특성으로 이해한다. “저는 전시 <비어있는 사이>를 통해 정의 내리기 힘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진을 ‘변치 않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하여 새롭게 바라보려 합니다 …(중략)…여전히 유용한 ‘사진 고유의 개념(복제성, 시간성, 지시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그것을 되풀이하고 비틀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나갑니다.” ‘’는 필자 강조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