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0이 예술이다 > 시리즈, 첫번째 프로젝트
0.0001%의 미래, 멸종 위기의 ‘토종벼’

< 먹는게 예술이다. 쌀 >

2017.10. 16. Mon – 2017. 11. 4. Sat
화–일, 오후 12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오프닝   2017.10. 21. 토 오후 6시

참여작가
김이박, 김준 , 김지수, 송호철, 이소요 X 이근이(우보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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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통의동 보안여관,
후원 일맥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 우보농장, 한국영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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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통의동 보안여관
총괄 디렉터 최성우
객원 큐레이터 송고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신현진, 신나라
프로그램디렉터 전정훈
인턴 이한나, 최범석

통의동 보안여관은 현대 미술과 생활의 경계를 넘나는드는 생활밀착형 예술 시리즈 ‘ 000 예술이다. ’ 첫번째 프로젝트 < 먹는게 예술이다. 쌀 >을 개최한다. 한반도 주식인 쌀, 그 중 에서도 최근 멸종위기에서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토종벼’에 주목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토종벼’를 중심으로 바라본 종자의 소멸과 변이, 육종, 고정화에 이르는 생태학적 관점을 포함해 ‘벼-쌀-밥’으로 바라 본 한반도의 문화, 역사를 농부, 예술가, 학자, 요리사의 시각으로 조명한다.

< 먹는게 예술이다. 쌀 >은 한반도와 가장 넓고 깊게 교감해왔지만 오늘날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의 한 종, ‘토종벼’를 새로운 시선으로 주목한 전시< 흔들리며 서서; 교감식물 >, 생태인류학적 관점에서 쌀과 인류의 문명을 탐색하는 교육, 좌담< 토종벼와 풍토, 시간, 사람 >을 비롯해 < 토종 쌀 생산자 워크숍 >과 농부들이 귀하게 키운 토종 쌀의 풍미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 테이스팅 테이블 >, < 세모아 토종 마켓 >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이와 같은 다각적 시도는 ‘토종 쌀’이 갖는 인류 생존의 근원적 문제 제기와 한국 사회 문화, 역사의 상징성을 내포한 ‘토종’ 과 ‘쌀’에 대한 해석과 접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토종 쌀’에 대한 관점이 자칫 국지적인 표상이나 환경생태 보호 등의 단조로운 시각으로만 비춰지는 것을 넘어 우리 시대의 역사와 문화 곁에 가까스로 그 명맥을 이어온 ‘토종 쌀’을 내밀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경험하게 할 것이다.

Workshop

< 토종 쌀 생산자 워크숍 & 테이스팅 테이블 >
2017. 11. 1. (수)
토종쌀 생산자 워크숍 15:00 – 18:00
이근이(우보농장)과 자연농, 토종벼 생산자

테이스팅 테이블 19:00 – 20:30
두오모/ 허인, 디미/ 이희재

토종 쌀을 짓는 농부의 ‘말’과 그 귀한 쌀로 서촌 동네 요리사들이 선보이는 ‘맛’의 테이스팅 워크숍.
토종 쌀 생산자 워크숍은 12년 전 처음 두 세알의 토종볍씨로 시작해 이제는 약 3000여평의 논에 80여종의 토종 벼를 재배하고 있는 농부 이근이를 중심으로 자연농 재배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나눈다. 이들이 귀하게 키워낸 토종 쌀과작물들을 서촌의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 쉐프들의 솜씨로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테이블을 통해 새로운 ‘맛’으로 재탄생한다.

토종쌀 테이스팅 테이블 Native Rice Tasting Table

Education program
< 먹는게 예술이다. 토종, 쌀, 풍토, 시간, 사람 >
2017. 10. 28. (토) 12:00 – 14:00
최성우 (강연, 전시투어)
한식분야의 최고의 멘토들과 함께하는 토종 쌀 이야기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는 먹는 것을 그리는 원시인의 식탁이었다. 먹는게 예술이다는 담론이 전시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강연과 한반도 주식으로써 한식의 가장 근간을 이르는 음식재료인 쌀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한다. < 먹는게 예술이다. 쌀 > 전시를 통한 토종 쌀의 다층적인 담론들을 한식분야 중견 조리사들과 함께 이야기한다. 오늘날 농수산물 생산 식자재, 유통 등 전후방 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한식 산업에서 ‘토종 쌀’의 가능성을 점쳐보며 한식 산업과 관련 된 산. 학. 연 전문가와 함께 우리의 ‘맛’에 대한주체성을 논한다.

Talk
< 교감하는 생태와 문명 >
2017. 10. 28. (토) 15:00 – 17:00

조경만 (목포대/생태인류학), 전시 참여작가

세계 여러 민족들의 생태적 활동과 그를 통한 문화에 주목해온 조경만 목포대 교수와 자연적 방식에 따라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활동들을 체험한 시각예술가들의 좌담이 열린다. 토종 벼에 담긴 우리 사회의 역사,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쌀과 문명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흥미를 더한다.

좌담: 교감하는 생태계와 문명 Talk: Connecting Ecology and Civilization

Pop-up store
< 보안 쌀 가게 >
2017. 10. 21. (토) ~
12:00 – 18:00

식탁 위에 올려 질 가장 좋은 재료와 소통이 있는 ‘보안 쌀 가게’

끼니로 음식을 같이 먹는 행위인 식사는 인간의 경이로운 제도다. 이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와 소통이다. 생활 밀착형 예술공간을 표방하는 통의동 보안여관은 한국적 일상의 근간을 이루는 ‘밥’에 주목하고 그 중 우리의 풍토에 서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길러진 ‘토종 쌀’을 다시 우리의 곁에 되찾는 시도를 벌인다. 흑갱, 북흑조, 자광도, 자치나 처럼 이름도 다양한 토종 쌀들은 고유의 야생성과 생명력을 지녔다. 볍씨안에 감춰진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 보안 쌀 가게 >는 식탁 위에 올려 질 가장 훌륭한 소통과 재료를 파는 곳으로 프로젝트 기간 중 한시적으로 운영 될 예정이다.

Market
< 세모아 토종 마켓 >

2017. 10. 21. (토)
세모아 토종 마켓(12:00 – 17:00)
자연 농부들의 친환경, 토종 먹거리 마켓.

생태농업을 지켜오는 농부들의 토종 작물 마켓이 프로젝트 기간 중 열린다. 기계와 화학비료가 아닌 온전한 농부의 시간과 손길 그리고 자연이 빚어낸 토종의 곡식과 과일, 식재료가 판매된다.

11번째 세모아 <토종농부들> 11th SaeMoAh

기획의도

물 위에 서서 가만히 바람에 흔들리는 벼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도시에서 탈출해 농부의 삶을 택한 누군가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 자신의 마음도 벼처럼 가지런히 가라앉는 것만 같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쌀이 내포한 한반도의 역사 문화적 매개체의 상징적 내피와 외피 즉, 생명 자체가 지닌 외형적 아름다움과 환경적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식물로서의 벼를 다룬다. 특히 한반도와 가장 깊고 넓게 교감해왔으나 오늘날 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 벼’에 주목 하고자 한다. 사실 벼와 쌀은 고대 인류 문명의 구전설화에 등장하며 주요 식량자원 이상의 초자연성을 지닌 숭배의 대상으로 묘사되어 왔다. 이것은 인류의 주식으로 사용된 감자나 고구마 등의 덩이줄기 식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태도다. 한 예로 라오스의 라메트 부족은 추수가 쌀의 영혼을 헤친다고 여겨 논의 한 구석에 꽃을 심어놓아 그 영혼의 넋을 기렸다고 한다. 이렇게 벼는 논이라는 특수한 환경적 조건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신성을 통해 인간과 각별한 교류를 지속해 온 존재다. 이런 교류의 흔적은 그 명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인류 공동의 지식 공유 차원에서 주요 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당대 이뤄졌던 다채로운 인간의 정신 활동과 사물 사이의 관계를 반증하기도 한다. 이는 구전되어 오는 한국의 토종 벼에도 잘 나타난다. 족두리를 쓴 새색시 모습 같다고 해 붙여진 ‘각씨나’, 붉은 돼지의 등에 비유한 ‘돼지찰’, 까투리의 색깔과 모양을 닮은 ‘자치나’, 토종벼 가운데 가장 키가 작다해 ‘졸장벼’로 불리 우는 이름들이 그 예다. 이렇듯 과거 한반도의 선조들 역시 벼에 특별한 애정과 시적열정을 쏟았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쌀과 벼’를 대하는 모습은 어떠한가? 이번 전시는 오늘날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 토종 벼를 통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 생태 환경의 각 고유성과 주체성에 대한 자각과 회복을 투영하고자 한다.

이런 회복의 움직임은 한국적 일상의 가장 기본 요소인 쌀과 벼를 다시 바라보는 것 에서 부터 시작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벼의 생태적 교감과 관계한 작품을 선보이는 김준, 김지수, 김이박 그리고 표본제작자로 협력한 이소요는 모두 식물이 갖는 모양, 움직임, 냄새 그리고 그 주변부를 이루는 다양한 자연적 혹은 인위적 요소에 주목해왔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식물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요구가 있기 전부터 꾸준한 관심을 가지며 단순한 미적 대상으로써의 식물이 아닌 생명을 지닌 하나의 생물체로 교류와 탐구를 지속 해온 시각예술가들이다. 이들은 그간 이루어져 온 식물에 관한 리서치와 아카이빙을 토대로 흔히 ‘식용 작물’로 단조롭게 치부되는 ‘벼’에 미학적 관점을 제시했다. 이런 시도는 토종 벼의 주변을 이루는 풍경을 둘러싼 사운드 아카이브(김준, < 층간소음 >), 풍토에 따른 60여종의 토종 벼의 독특한 특성을 보여주는 표본과 아티스틱 리서치(이소요), 토종 벼의 성장에 따른 특수한 환경을 시각, 후각 등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설치(김지수, < 공중정원 >), 토종 벼의 외관과 과거 볏짚의 쓰임에 내포된 역사성을 재해석한 설치와 드로잉(김이박, < 노심초사 시리즈 >)등 으로 표현 되었다. 일련의 작품들이 식물의 성장과 순환에 관계한 작품이라면 인간 문명의 역설적 풍경을 포착하는 송호철은 영상 < 4≢88 >을 통해 벼의 재배 과정에서 보여지는 자연 친화적 농법과 일반적 기계농법의 대비를 통해 문명의 합리성과 기술의 속도에 반문 한다.

이런 작가적 태도는 토종 벼를 둘러싼 특징과 사건들을 풍토, 시간, 사람이라는 세 개의 구조로 분리한 아카이빙 내 영상 <봄, 여름, 가을, 자연농법 토종벼 이야기>에서도 이어진다. 먼저, ‘토종 벼와 풍토’는 앞서 언급된 이소요의 포본 제작을 기반으로 재래종이 자라는 특수한 환경적 요소와 관계된 ‘토종’의 국지적 해석에 대해 재정의한다. 사실 지구상의 어떤 생물도 완벽히 분리된 토종의 순수성을 갖을 수 없다. 모든 생물은 환경과 문명의 구조 안에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토종 종자보존을 목적으로 세워진 한국토종연구회 조차 “토종은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 왔거나 농업생태계에서 농민에 의하여 사양 또는 재배되고 선발되어 내려와 한국의 기후풍토에 잘 적응된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토종’은 결국 한 지역에만 국한되어 자생한 생물이 아닌 자연스럽게 그 지역에 자라며 ‘고정화’된 상태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과 인간의 가장 자연스럽고 민주적인 관계 안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인간의 일방적인 행위들은 이런 관계성을 자주 깨어지게 만든다. ‘토종벼와 시간’은 이런 인위적 행위에 따른 멸절의 사건에 따른 역사를 이야기한다. 본래 이 땅에 수천 년 동안 이어진 토종 벼의 종자는 그 수가 1500여종에 달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농정과 수확량을 중심으로 시행한 1970년 대 종자개량으로 인해 현재는 멸종 위기의 종이 되었다. 이런 과거의 시간들을 되돌리고자 하는 개인과 공동체적 활동은 ‘토종벼와 사람’에서 소개한다. 여러 사회, 경제적 상황에도 ‘토종 벼’를 지켜온 농부들의 이야기는 한국영상대학교의 다큐멘터리 < 조선 농부에게 묻다 >인터뷰 자료가 포함되었다.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기반으로한 아카이빙은 작품과 더불어 인류 생존과 진화의 논리 안에서 간과되었던 가치들을 새롭게 드러내며 토종 벼의 종자적 특성과 ‘토종’이 품고 있는 사회적 함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토종 벼에 대한 이런 탐색의 여정은 사실 한 농부로 부터 비롯되었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벽제동에서 약 3000평의 논에 80여종의 토종 벼를 생산하고 있는 우보농장의 이근이는 농업유전자원센터에 잠들어 있던 토종 볍씨들을 오랜 공명의 상태에서 꺼내어 시간 흐름 위에 다시 되돌려 놓았다. 하지만 멈춰진 자연의 운동성을 거꾸로 거스르기란 쉽지 않았다. 토종 벼의 특성을 가장 잘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까락’은 그 고유한 멋을 아름답게 드러내지만 현대적 재배 방식에는 매우 까다로운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토종 벼는 과거의 자연농법을 따라야만 한다. 이런 재배방식의 수고스러움이나 수확량 등의 경제적 가치로 볼 때 토종 벼가 오늘날 종의 도태를 맞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토종 벼를 고집스럽게 키워내는 그에게 이 실천들의 이유를 물었다., 그는 “역시, 아름다워서!”라는 단순하지만 가장 명료한 답을 내놓았다. 물론 역사와 사회적 구조의 모순들로 거세된 종에 대한 회복과 저항의 의식도 그 저변에 있겠으나 토종 벼를 다시, 계속 바라보게 하는 가장 큰 힘은 자연물이 지닌 그 외형의 고유성과 야생성 때문일 것 이다. 또 어쩌면 우리 안에 내재된 원시성이 이 개체가 만드는 풍경으로 하여금 자연물에 대한 태고의 제의적 감각들을 소환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대미술의 언어로는 드물게 다뤄지는 토종 벼를 마주한 예술가들에게도 작은 낱알들 속에 담겨진 이미지와 함의에 호기심과 상상력이 불러일으켜 진 듯하다. 이처럼 ‘토종’과 ‘벼’는 한 개인이나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인간 중심적 사고의 차원을 넘은 또 다른 전환을 일으키게 한다. 이제 계절은 가을 녘, 가만히 흔들리는 벼를 바라보며 새로운 사유를 이어가기에 가장 적당한 때로 흐르고 있다.

송고은, 통의동 보안여관 객원 큐레이터

Director’s Commentary

풍토, 시간, 사람, 쌀 과 밥

매끈한 우주선 같은 완벽한 포장속의 볍씨는 한반도의 풍토, 시간, 사람들을 담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쌀은 식물로써의 벼, 곡물로써의 볍씨, 식량으로써의 쌀, 볏짚은 건축자재 였다. 쌀은 화폐를 대신하고 쌀로 세금을 걷어 들였고 논농사가 모든 근간이어서 ’정치는 치수(治水)’라고 했다. 민족은 기억의 공동체 이고, 풍토와 지역의 시간이 동일 한 생존 운명 공동체이다. 한반도에서는 쌀을 재배하고 밥을 지어 먹고 생존한 사람들이 살았다. 특정 음식재료를 집단적으로 먹고 진화하며 특정 음식을 좋아한다. 우리의 내장과 이빨, 우리의 문화, 식탁은 쌀과 밥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밥은 곡물인 쌀에서 영양소를 해방시키고 물과 불, 그릇을 만나 먹을수록 깊어지는 쌀의 풍미를 끌어내는 쌀 요리의 정점이다. 포도주나 커피의 품종들에 대한 관심들은 많지만 쌀의 품종에 대해서 잘 알지를 못한다. 좋은 쌀로 지어진 밥 한 그릇은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먹을수록 깊은 풍미를 우리한테 가져다준다. 끼니로 음식을 같이 먹는 행위인 식사(食事)는 인간의 경이로운 제도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와 소통이다. 인간문화에서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는 자신들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원재료를 되찾는 일이다. 기업화된 농업과 음식의 치명적 결함은 자연을 우리에게서 부터 멀리 떼놓는 것 이다. 인간과 자연의 단절은 우리의 식탁에서 부터 치명적이다.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재료를 직접 만져보거나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들이 어디서 자라고 누구에 의해서 키워졌는지를 알지를 못한다.

우리는 볍씨 안에 갇혀있는 여러 담론들을 끌어내 동시대 사회와 예술의 경계에서 ‘쌀 ‘을 다시 만난다. 쌀에서 벼와 쌀, 밥 그 이상의 의미를 확장시킨 담론들과 예술가들의 창의적 발상들을 잘 지어진 쌀밥과 함께 다시 우리 몸으로 들어가게 할 것이다.

시간
쌀이 한반도에서 등장한 것은 약 1만 5000년전으로 충북 청원에서 발굴된 ‘소로리 볍씨’다. 중국 일본 보다 나이가 많다. 소로리 볍씨는 야생종과 재배종 중간형태인 순화종이고. 쌀 재배는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가와지마을에서 5030년 전에 탄화미가 발굴 된 걸로 보아 5000년 전부터 쌀이 한반도에서 재배되었다. 쌀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풍성한 만족을 준적이 없는 곡물이었다. 주식으로 자리잡기는 오래 걸렸다. 한반도에서의 쌀은 오랜 투쟁의 결과 이다. 쌀은 귀족과 특수계층의 곡물이었고 지금은 잡스런 곡물 잡곡이라 불리 우는 콩, 피, 조, 수수, 보리 등이 오히려 한반도의 주식이었다. 한반도 반만년 역사 중에는 13세기, 이양법을 시작한 조선 중기 시대부터 쌀이 겨우 우리의 주식이 되었으니 주식으로써의 쌀의 역사는 600-700년 이다. 한반도에 재배되던 토종 벼는 1000 여종에 이르렀지만 일제강점기와 박정희 정권의 통일벼로 인해서 이 땅에서 종으로써 사라지게 된다. 토종벼는 이 땅의 자연적인 선택이었지만 역사와 시간 속으로 강압적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토종벼의 소멸은 슬프다.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식민정책에 의한 ‘산미증산계획 ‘이 본격화되면서 일본 품종이 1940년대에 전체 재배 면적의 90%까지 되었다. 박정희는 1960년대 필리핀에서 개발된 난쟁이 밀의 성공을 한국에서 재현하고 싶어 했다. 1960년대 식량증산에 앞장선 것은 농민들이 아니고 중앙정보부 였다. “통일벼로 통일, 유신 벼로 유신”이라는 수확량 중심의 쌀 생산으로 인해 한반도는 오랜 숙원이었던 식량자급에 성공 하게 된다. 그렇게 1970년대 중반 통일벼와 후계품종들이 토종 벼를 이 땅에서 밀어냈다. 쌀의 자급과 수확량은 얻었지만 한반도에서 자생한 토종 벼로 형성되었던 문화와 쌀과 밥의 풍미를 우리는 잃어버렸다. 밥은 맛없는 식량의 대명사가 되었다. 한반도에서의 토종의 소멸은 생물 다양성의 소멸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밥의 맛과 풍미, 쌀을 둘러싼 문화가 사라졌다는 것 이다. 그렇게 우리는 ‘밥 맛 없다. ‘라는 속된 표현을 쓰게 된다. 쌀은 세계인구 1/3이 주식으로 하는 곡물이지만 한반도의 쌀 소비량은 점점 줄어들어 쌀이 주식이라는 의미가 흐릿해졌다.

풍토, 지역
신자유주의 시대의 우리는 풍토와 지역을 잃어버렸다. 세계 어디서든 표준화된 시간이 흐른다. 한반도에 1000여종의 토종 벼가 자랄 때는 큰 산 하나를 넘으면 벼의 품종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고 1910년 이전에는 주막이 12만개(조선주조사)나 있었다니 주막마다 근처 지역의 쌀로 담은 다른 술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괴산 불정 삼방리의 중요무형문화재 70호 “흙살림 벼놀이굿”중에 있는 < 종자타령 >에 이런 대목들이 있다. ‘

알록달록 까투리찰 먼저먹는 황토조라, 여주태생 조동지요 김포토종 자광베라, 밭에심어 보리베요 뻘건수염 돼지찰베, 수염세다 쪽제비찰 보은청산 대추베라 짜리몽당 쫄장베요 늘어지니 버들벤가, 임금먹던 대궐찰베 한가위라 가위찰베, 검은이삭 북흑조요 하얀수염 노인베라 이베저베 많을씨고 ‘

토종벼의 소멸은 종의 소멸뿐 아니라 지역과 농사꾼의 특성의 소멸을 뜻한다. 토종벼 마다 가지고 있는 이름 속에 들어있는 지역과 자신들의 생김새, 농사꾼의 손의 기억을 지워냈다.

사람, 토종, 석유, 손노동
토종벼는 아름답다. 생긴것도 성질대로 거칠고 야생적 이다. 화학비료 만 닿아도 잘 자라지 않는다. 풀들속에서도 꼿꼿히 높이 성장해서 키가 크다. 길들여 지지 않는 자연미를 가졌고. 볍씨 10알만으로도 1000배로 증폭하는 생산적 생명력을 가졌다. 이름도 각양각색 다양하고 생김새도 천차만별 이다. 자신만의 색깔과 성질이 분명 하다. 남을 닮으려 일부러 애쓰지 않고 자신의 땅과 기운에 맞는 스스로의 모습으로 자란다. 토종벼논에 기계가 들어가면 꼬이고 휘말려서 고장이 난다. 제도나 시스템에 안 끼워 맞추어지려고 스스로 애를 쓰는 듯 하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토종벼, 토종씨앗만이 아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토종벼를 재배하는 소농들의 태도에 주목한다. 자신들이 키운 곡물에 폭력적인 가해를 하지 않는 농부들에 주목한다. 기계로 1~2시간이면 할 수 있는 일을 하루종일 걸려 손으로 홀태를 써서 손으로 볕씨를 털어내고 있는 다품종 소농들이고 생태농업을 지켜오는 이들을 말한다. 풍종을 다양화 하는 것은 기계화된 관행 논으로는 불가능해서 석유농업을 거부한다. 석유농업이나 비료를 땅에 쓰기 시작하면 땅과 자신들의 태도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토종종자를 찾는다는 것은 문화주체성을 가지자는 꼰대적 발상이나, 과거로 돌아갈려는 한갖 향수, 자신의 것을 주장하는 아집이 아니다. 토종종자는 그 땅의 시간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 이다. 전남 장흥에서 만난 이영동 농부는 밭에 가는 것은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했다. 토종씨앗은 시간과 땅이 만나면서 각자의 개별생태계를 구축하며 얻어가는 자신들만의 정체성 속에서 만들어진 씨앗들이고 종자가게나 자본에 뺏긴 씨앗을 매년 받아심는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땅에서 땀과 정성, 오랜 기간의 육종과정을 애정과 신념들로 거두어서 다시 본인 스스로 자신의 땅에 되돌리는 것 이다. 근원에 대한 끊임없는 진지한 탐구, 나에대한 정체성, 자신의 일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최성우, 통의동 보안여관 대표

Artist and Work

김준

< 층간-소음 >
복합매체(발아된 볍씨, 볏짚, 흙, 스피커, 앰프, 채집된 사운드), 가변설치, 2017

< 층간-소음 >은 한반도에서 사라져버린 토종 벼를 연구하고 재배하여 재생산하는 소농과 도시농부들의 땅을 답사하고 그 현장의 여러 지표면의 층-간들에서 채집한 생태환경의 미세한 울림을 사운드 설치의 형태로 구현하는 작업이다. 전시공간에는 지표를 상징하는 흙 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진동과 소리를 중첩으로 표현하여 땅의 근원을 상상하게 하고 여러 개의 스피커에서 발현되는 소리들은 실제 토종 벼가 성장해온 장소에서 채집된 소리의 울림을 통해 볍씨를 성장시킨다. 급격한 도시 산업화된 환경의 층-간에서는 느낄수 없는 토종 벼가 재배되고 성장하는 땅의 생태환경을 소리로 녹음하고 들려주는 <층간-소음> 작업은 관람객들에게 토종벼가 살아가는 땅의 에너지들을 소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김지수

< 공중정원 >, 혼합매체, 가변설치, 2017

< 공중정원 >에서 작가가 제시한 ‘교감의 단면들’은 생태계 가장 근원에 위치한 이끼와 그 위에 발아 된 토종 볍씨 그리고 그 사이 수행적 움직임이 반영된 드로잉을 통해 식물이 겪는 다양한 감각들을 새롭게 관찰 할 수 있게 한다. 이 단면들은 빛과 냄새, 습도가 예민하게 조정된 전시공간에서 공감각적인 상황을 경험하게 하며 개체의 성장과정을 다층적으로 사유하게 한다.

이소요  

60여개의 토종벼 표본제작

도심의 공공 공간에 자생하는 식물들에 대한 아티스틱 리서치와 아카이빙 작업을 지속해온 이소요는 이번 전시에서 우보 이근이 농부와 협업하여 ‘토종 벼’의 표본 제작자로 참여 했다. 토종 벼(흑갱)의 대형 표본과 함께 약 60여종의 토종 벼 고유의 이름과 특성, 자라온 풍토에 대한 토종 벼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김이박

< 식물요양소; 토종 벼 >, 혼합매체, 가변설치, 2017
< 노심초사 시리즈 >, 토종벼 볏짚, 싸락, 종이위에 드로잉, 가변설치,2016

식물과 사람의 사이의 교류와 관계성을 기반으로 퍼포먼스적 상황과 실치를 제시해온 작가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다수의 참여자에게 ‘토종 벼 씨앗 키트’를 제작하여 전달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수집했다. 전시에는 도시에서 토종 벼를 재배하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아카이브와 함께 통의동 보안여관의 내부와 외부에 볏짚을 이용한 장소특정적 설치, 드로잉(노심초사 시리즈)을 선보일 예정이다.

송호철

< 4≢88 >, 단채널 비디오 영상, HD 1902 X 1080, 3분30초, 스틸이미지, 2017

효율과 속도 그리고 기술에 의한 문명에서 느리게 살아가가거나 느리게 살아야하는 이들이 밀려나거나 도태되어 가고 있다. 작가의 영상은 자연농법의 느린 방식의 농사를 현대의 기계와 기술이 결합한 세상의 속도와 대비시킨다. 토종벼를 자연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는 홍성의 어느 논에서 있었던 시간의 기록을 통해 진보적의 합리성을 추구해온 인류의 문명에 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