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선 개인전 Jiseon Kim solo exhibition
《머물다 사라지는 Stay Awhile》

  • 일시: 2022. 11. 01 – 11. 20
  •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2 (신관 B1)
  • 운영시간: 12:00 –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 Date : 01. Nov. 2022 – 20. Nov. 2022
  • Venue : ARTSPACE BOAN 2 (B1)
  • Hours : 12PM – 6PM
  • Closed on Mondays
  • Free Admission

크레딧

  • 작가┃김지선
  • 기획┃이현경
  • 그래픽 디자인┃모조산업
  • 전시 디자인┃김연세
  • 사진┃홍철기
  • 후원┃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Credit

  • Artist┃Jiseon Kim
  • Curating | Hyunkyung Lee
  • Graphic DesignㅣMOJO INDUSTRY
  • Exhibition DesignㅣYeon Se Kim
  • Supported by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밝음과 어둠이 뒤섞여 낮 혹은 밤이라 칭하기 힘든 경계의 시간, 하늘이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이 시간은 주체를 둘러싼 내외부의 새로운 감각들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빛과 어둠을 모두 머금은 풍경은 형상과 윤곽이 흐릿해져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며 끊임없이 사건(event)을 만들어낸다. 이 시공간에 작가는 자신을 내맡기고 자유분방하게 휘몰아치는 경험에 빠져든다. 얼마나 지났을까. 머물던 빛들이 서서히 사그라든다.

《머물다 사라지는 Stay Awhile》은 기억 속 희미한 과거부터 비교적 선명한 현재까지 작가가 인상적으로 경험한 낮과 밤 경계에서 본 석양의 순간들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작가에게 있어 자신의 시지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는 하나의 실험적 무대이며 낮과 밤 경계의 시간은 전시 전반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동시에 작업의 방향성을 갖기 위한 장치이다. 직전 자신의 개인전에서 주로 특정 장소성을 기반, 한정된 시간성을 담보로 자신의 감각과 감정에 집중하며 작업하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낮과 밤의 경계라는 시간성에 집중하되, 물리적으로 화면 안에 테라핀, 콜드 왁스, 오일 스틱 등 여러 물성을 가진 재료들을 활용하여 기억들을 계속해서 얹거나, 다양한 장소의 복합적 기억들을 응축시켜 콜라주 하듯 병치시키는 등 회화적 실험을 감행하며 작업 방식에 있어 여러 변화를 모색하였다. 전시된 작품의 대부분은 작가의 머릿속 잠재해 있던 기억들을 상기시키며 작업한 것으로 완성된 풍경은 겹쳐진 붓질의 시간만큼 처음과는 다른 모습으로 작가가 남기고 싶은 순간들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전시장 중앙 설치된 세 개의 가벽은 동선을 만들며 보는 위치에 따라 풍경들이 상호 호응하며 서로 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이번 전시 대표 작업인 120호 세 점은 작가가 자신의 기억들을 작업적으로 어떻게 시각화하는지 엿볼 수 있다. (2022)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 빛, 바람, 온도 등 비/가시적인 것들을 화면화 하며 사라지는 기억 속 풍경의 잔상들을 회화 안에 머무르게 한다. (2022)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기억들을 지속해서 상기시키며 그때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정서를 반영, 풍경들을 레이어링 하듯 얹혀 익숙하지만 낯선 장면을 만든다. 마지막 (2022)는 석양을 바라보며 느낀 강렬했던 순간을 직관적으로 시각화 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 작품 중 크기가 가장 큰 작업 (2022)은 석양을 모티브로 작가의 기억 속 여러 장소의 풍경을 콜라주 하듯 그린 초현실적 풍경이다. 마치 영상의 여러 장면들을 한 컷에 담으려는 듯 공간, 시간, 움직임 등을 다차원적으로 한 화면에 포착한다. 작품 대부분에서 특징적으로 두드러지게 보이는 선(stroke)들은 무정형의 빛을 시각화하며 이미지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이자 생명력을 함유한 존재로 운율과 리듬감을 만들며 화면을 가득 메운다. 작품들은 각각의 시공간에 따라 시각적 환영의 몰입을 극대화해 환상적인 순간 너머 현재 감각으로 이행, 조응하는 과정을 통해 발현된 결과물로 역학적 에너지를 가지고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촉발시킨다.

넓은 층위로 해석하자면 세상을 둘러싼 풍경 안 우리 또한 그 풍경의 일부이다. 그리고 그 풍경의 대상 대부분은 머물다 이후 일정 시간 또는 영원히 사라진다. 작가가 주목한 해질 무렵 즉 낮과 밤 경계의 시간은 하루 중 가장 화려한 빛으로 마치 다신 오지 않을 것처럼 모든 것을 내보이며 짧은 시간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고 사라진다. 작가에게 있어 빛의 잔상들이 극대화된 이 순간의 풍경은 곧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 애틋하고 아쉽다. 이렇게 포착된 풍경들은 작가의 붓 끝을 통해 캔버스에 흔적을 남기고 그것을 본 우리는 각자의 주관적 기억과 경험을 덧입혀 심중(心中)에 흔적을 남긴다. 작가의 기억과 감성으로 채워진 풍경이 전시를 본 관람객 곁에 오래 머물다 사라지길 바란다.

이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