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_201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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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KOREA_2010.6월호(NO.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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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사람처럼 성장하고 진화하며 퇴화하기도 한다. 그 시간의 흔적을 마구잡이로 뜯어낸다면 혼란만 초래하고, 단지 물리적 실체에만 집중하여 복원한다면 지루할 뿐이다. 그 때 자리에서 한 시대를 공유했던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보안여관 그리고 그 시간의 켜를 충분히 누릴 줄 아는 특별한 주인을 만났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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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 영추문 길에 자리 잡은 보안여관은 짙은 붉은색 벽돌의 담백한 외관을 자랑한다. 거기다 흰 바탕에 멋없이 쓰여진 파란 글자의 간판은 80여 년의 긴 세월을 버텨왔을 건물의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꼭 파란만장한 세월을 살아왔지만 겸손해할 줄 아는 노신사 같다. 여관 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수십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뼈대가 다 드러나고 네모 반듯한 구획의 복도를 지나 좁은 방에 들어서면, 손님 대신 작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육중한 기운의 공간에서 2007년 ‘통의동 경수필전’을 시작으로 벌써 몇 차례 사진전과 기획전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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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을 다한 건물은 소리 소문 없이 폐기되거나 새 건물로 탈바꿈하기 마련인데, 80년이나 된 여관건물이 문화예술을 전달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현재 이곳의 소유주인 메타로그 최성우 대표 또한 보안여관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여전히 고민 중이다. “본래는 문화경영이란 걸 제대로 해보겠답시고 다 허물고 새 건물을 지으려 했어요. 하지만 보안여관은 40년대에는 서정주 시인을 필두로 한 ‘시인부락’이 문학잡지를 만들고, 군사정권 시절에는 청와대 직원들이 묵어간 공간이예요.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젊음의 꿈과 희망, 현실에 대한 불만을 토론하던 곳이죠. 이런 서사적인 스토리가 있는 곳의 아이덴티티를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예술가들이 숨 쉬던 이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그런데 이 전시장, 그대로 드러난 뼈대와 곰팡이 핀 벽지까지, 작품을 들여놓기에는 공간 자체가 주는 인상이 너무 강하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보안여관은 완성된 작품을 전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서 전시를 여는 작가들은 무엇보다 보안여관의 역사적 특징에 주목하고, 자신의 경험을 투영한다. “보안여관의 공간적 가치를 살리고 싶어요. 요즘 미술계는 그들만의 섬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 같아요. 보안여관에서는 일반인의 삶과 전혀 무관하고 사회적인 기능이 없는 형식적인 전시는 하지 않을 거예요. 공간을 잘 활용하고 공공성을 가진 전시 위주로 기획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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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기억을 결국 지워버리고야 마는 서울에서 보안여관은 무수한 기억의 레이어를 간직하고 있는 몇 남지 않은 공간이다. 최성우 대표는 보안여관의 상징적인 의미를 그대로 남기되, 전시장으로서의 기능을 보완하고자 한다. “여관이라는 공간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머물렀다 가는 노마드적 행위가 일어나는 곳입니다. 문화예술 작가들과 보안여관의 관계도 마찬가지죠. 앞으로도 이곳이 작가들과 사회가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정할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방향이든 문화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수 많은 답들을 내놓을 공간임은 변치 않을 사실이다.

 

 

원본링크

Jungle_2010.5월호(vol.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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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로 통하는 제 3의 내비게이션
[제3의 전시공간]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입력시간 : 2010/04/27 13:39:55수정시간 : 2010/04/30 11: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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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미술의 지형이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뜻 아닐까요?”

정형화된 화이트 큐브, 미술관과 갤러리의 고정 관념에서 탈주한 프로젝트형 전시 공간이 많아진 것에 대해 브레인팩토리의 오숙진 디렉터는 “판매될 수 없는 미술 형태들을 수용하려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회화나 조각이 아닌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사운드 아트 등등으로 확장된 현대미술은 이미 엄숙하고 견고한 전시장을 벗어난 지 오래다.

외양뿐 아니라 주제, 메시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맥락, 환경과의 상호작용은 중요한 화두다. 갇혀 있기보다는 제 자리를 찾아가는 미술이야말로 동시대적인 것이다.

전시 공간 역시 이에 조응하고 있다. 전시장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공간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행인의 발을 붙들고 일상 속에서 숨쉬려는 공간들이 늘고 있다.

어떤 공간은 그 자체가 프로젝트이며 무엇보다 미술과 만나는 또다른 방법에 대한 설명서다. 미술관, 갤러리보다 더 가깝고 반갑고 즐겁게 우리를 유혹하는 제3의 전시 공간들을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생각의 지도를 새롭게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미술 제도의 바깥, 자유로운 소통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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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의 뒷골목에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었다. ’16번지’다. 제 주소를 외벽에 크게 써붙인 이 2층짜리 하얀 주택은 갤러리현대가 마련한 또 하나의 전시 공간이다. 그야말로 주택이어서, 지나가는 누구나 기웃거릴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하다.

건물부터 이 공간의 성격을 말해준다. 한국 근현대미술의 원로, 중진작가를 주로 소개하는 갤러리현대 본관 및 신관과 다르게 젊고 진취적인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것. 물론 이때 젊음의 기준은 몸의 나이가 아니라 정신과 마음의 나이다. 갤러리현대 홍보팀의 고희경 씨는 “장르의 변화를 꾀하거나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16번지 개관은 갤러리현대의 정체성 확장의 일환이다. 갤러리현대는 각각 특성을 지닌 다양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강남 전시장은 대중적 전시를 표방하고 있으며 신관 전면 쇼윈도는 1995년부터 신진 작가의 신작을 소개하는 ‘윈도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듯 프로젝트형 전시 공간의 동시대적 성격이 대형 갤러리의 일부로 포섭되고 있지만, 원래 이런 공간은 미술 제도 바깥에서 젊은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업하고 나름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매개로서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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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운영된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브레인팩토리가 대표적인 예다. 대안공간이 많지 않았던 당시 젊은 작가가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고안된 곳. 그만큼 공간과 기획자, 작가 간 위계 없고 활발한 소통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오숙진 디렉터와 매년 달라지는 5~8명의 객원 큐레이터는 공모를 통해 한 해 10여 명의 작가를 선정, 전시를 지원한다. 올해 객원 큐레이터는 김학량 동덕여대 교수, 류한승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박영택 경기대 교수, 안미희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 뉴욕 아멜리 월러스 갤러리의 이혜원 큐레이터, 첼시 말보로 갤러리의 에릭 그리즌 아트디렉터 등이다.

오숙진 디렉터는 지난 7년간의 운영 성과로 미술인들 간의 자율적이고도 돈독한 네트워크 형성을 꼽았다. “브레인팩토리를 거쳐 간 작가만 해도 거의 90명이다. 그만큼 작가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가 쌓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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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미술관의 ‘the room’ 역시 작가와 기획자 간 네트워킹과 정보 공유의 장이 되고 있다. 작년 초 미술관 내에 마련된 가로 5m, 세로 4.5m, 높이 3m 상자 모양의 이 공간은 기획자인 이여운과 미술평론가인 서원석이 매달 6명의 작가를 선정해 그들의 신작을 모아 쇼케이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전시뿐 아니라 아티스트 토크 등의 부대 행사를 마련해 다른 작가, 평론가, 연구자들의 만남을 도모했다. 박보나, 노순택, 문무왕, 이유나와 양아치 등 현재 한국현대미술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이 선보였다. 올해에는 이대범 미술평론가와 신보슬 큐레이터가 어드바이저로 참여하며 6월부터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다.

 

미술에 반대하고 장소와 어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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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놓인 컨테이너의 형태로 미술에 대한 일반의 인식에 도전하는 전시 공간도 있다. 바로 갤러리쿤스트독의 쿤스트독 프로젝트 스페이스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골목에 덩그러니 자리한 이곳은 작년 5월에 만들어진 후 명물이 되었다. 특히 밤에는 내부 조명이 켜져 공간 자체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내뿜는다.

컨테이너는 이동하는 장소다. 컨테이너를 전시공간화 했다는 것은 일상 속에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미술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현대사회의 유동적인 환경을 반영하는 동시에, 미술이 미술관과 갤러리 등 고정된 장소 안에 머물러 있을 때 생기는 단절을 극복하려는 것이다.

김동섭 큐레이터는 이 공간의 의의에 대해 “문화소외계층이 미술에 참여, 향유할 수 있고 나아가 미술이 공공의 문화적 환경으로 기능하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시 내용도 이와 맞물린다. 도시에서의 삶의 감각에 주목한 작업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개관전이었던 황은화 작가의 전은 동네 주민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기획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으며, 7월에 전시된 태국 작가 젯사다 땅드라쿤웡의 작업은 평화롭지만 폐쇄적인 효자동에 대한 이방인의 시선을 표현한 것이었다.

이택근 작가는 컨테이너의 표면을 거울처럼 꾸며 거리를 비춰 보이기도 했고 김현주, 조광희 작가는 전시 공간 내부에서 에 대한 대답으로서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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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이 주요한 화두인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전시 공간의 장소성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근대화의 역사가 녹아 있는 장소들은 그 자체가 미술의 주제이자 소통 방식이 되기도 한다. 거의 80년간 서울 청와대 를 올라가는 길목을 지킨 보안여관이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 사연이다.

1930년대 서정주 시인이 하숙하며 김동리, 오장환, 김달진 등과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을 탄생시킨 이곳은 2004년까지 운영되다가 문을 닫았다. 재건축이 결정되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작가들이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2006년 쿤스트독갤러리 작가들은 일상과 미술을 접목시키는 ‘통의동 골목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안여관에서 먹고 자고 작업을 하고 전시를 했다. 보안여관의 역사성을 살려내는 것이 문화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한 것이다.

이후 문화예술 프로젝트 그룹 메타로그가 이곳을 인수해 전시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존된 것은 옛 풍경뿐만이 아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묻혀졌던 사적 기억과 사회적 트라우마까지 이어지게 됐다. 보안여관에서 전시를 하는 작가들 역시 이에 조응하는 작업을 종종 선보인다.

작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는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옥인아파트의 곳곳에 미술 작품이 설치되고 퍼포먼스가 벌어지기도 했다. 옥인아파트 거주자인 한 작가가 동료 작가들을 불러 모으며 시작된 일이었다. 건설사와 세입자 간 보상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진행된 이 광경은 개발 논리 속에서 삶의 평화와 연속성이 어떻게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불확실성과의 상호작용, 미술과 삶의 공통 화두

많은 프로젝트형 전시 공간은 도시의 유동성과 불안정성에 대한 대응이자 극복의 방법으로서 고안되고 있다. 이는 작가 자신의 생존, 동시대 미술의 역할과도 관련된다.

재개발 지역, 오래 되고 가난하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는 지역은 가장 진취적인 프로젝트의 실험실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이런 곳이 젊은 작가가 스스로 작업실을 차릴 수 있으며 시대적 이슈를 일상적으로 호흡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다문화 지역의 프로젝트형 전시 공간들이 이를 대변한다.

2007년 문을 연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 위치해 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 거주해 국경 없는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은 다문화를 테마로 한 축제를 기획하거나 아시아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 레지던시를 운영하는 등 지역의 현황을 미술로 조망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태원 지역에도 최근 프로젝트형 전시 공간들이 여럿 생겼다. 몽스트르와 공간해밀톤, 꿀이 그것이다. 이들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의 다양한 지형 속에서 각각의 실험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올해 초 프랑스의 작가 협회 몽스트르가 도깨비시장길의 옛 짚시의상실에 차린 전시 공간은 한국과 프랑스 작가 간 교류를 그 궁극적 목적으로 한다. 어떤 제도적 공인보다도 실험정신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예술을 높이 쳐주는 이 협회는 지금도 뜻을 함께 할 작가들을 열심히 찾고 있다.

작년 10월 옛 해밀톤 중고가구점에 들어선 공간해밀톤은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 작업을 하는 작가이자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교수인 홍성민의 연구팀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그만큼 매체 다변화, 장르 간 융합 등 현대미술의 최전방을 탐색하는 전시, 세미나, 워크숍 등이 많이 기획된다.

‘노마드’라는 주제로 몽고 전통 문화와 현대 미술을 연관짓는 전시가 열렸는가 하면 사운드 아트, 디자인과 퍼포먼스를 결합시킨 장르 등 미술의 새로운 형태를 소개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 공간은 올해 말 건물의 리노베이션 공사 전까지 한시적으로 존재할 예정이다.

지난 16일에는 작가 최정화가 ‘혼성 공간’ 꿀을 열었다. 외관이나 인테리어 자체도 미술 작업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간의 속성이다.

지하, 지상, 옥상이 유기체처럼 얽혀 있는 이 공간에서는 전시와 휴식, 회합과 기획이 동시에 일어난다. 원래 슈퍼마켓이자 중국집이었던 1층의 통유리와 낮은 문턱은 주민들을 친근하게 반기고 반지하의 방들에는 젊은 작가들이 수시로 드나들어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중 한 명인 윤지원 작가가 한쪽 벽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꿀은 창작 레지던시, 전시장, 기획 사무실, 작은 광장, 아트숍 중 어떤 하나로 결론지을 수 없는 혼성공간이다. 작가가 새로 작업할 때마다 예술이란 말을 재창조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처럼.”

이런 “불확실성과의 상호작용”이 아마도 프로젝트형 전시 공간의 공통의 모토일 것이다. 이들은 동시대 미술의 한 풍경이지만 동시에 도시와, 우리 삶의 한 풍경이기도 하다. 미술을 담기보다 살려내는 이 새로운 전시 공간들은 미술의 정의와 상식을 다시 만들고 있다.

 

원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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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처럼 묘사해 놓은… ‘Going nuts-돌아버리겠네’展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기은혜 인턴기자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4년
입력시간 : 2010/03/30 09:41:45수정시간 : 2010/03/30 09: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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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버리겠네’

 

스스로 원하는 순수한 형태를 얻기까지 긴 시간 석고를 바르고 갈아내는 일을 반복하는 박소영 작가의 전시.

절묘한 타이밍에 무한할 것 같은 반복을 멈춘 결과의 실체는 바로 ‘덩어리’ 연작들로 나타난다.

덩어리처럼 묘사해 놓은 ‘Going nuts-돌아버리겠네’는 창작의 고통과 번뇌, 혹은 개인적 괴로움을 작품의 큰 외형과 섬세하고 고운 외피로 표현해 무거운 심경과 예민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장치되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박소영 작업사의 숨겨진 레이어인 ‘하얀 수석’ 시리즈를 목격하게 된다. ‘덩어리’와 ‘반복하다’의 교집합적 위치 정도로 해석되는 이 작업들은 소용을 다하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가치 재발견의 행위다.

또한 작가는 이번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에 대한 사유와 필연도 놓치지 않고 작업과의 상관관계를 유기적으로 이끌어 낸다.

여관이 개인의 익명성을 전제조건으로 하지만 동시대인의 구성원들이 머물며 시간을 소요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듯,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익명의 개인과 동시대인의 교집합이 되는 시대적 고민과 사유들에 주목한다.

이렇게 접근된 개인의 현상과 사유는 개별공간의 익명성으로 대변되는 오늘의 역사를 발견하고, 버려진 것들을 재해석한다. 3월24일부터 4월9일까지. 통의동 보안여관. 02) 720-8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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