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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_20100917

이상을 품어라 새 문화 창조의 날개 돋으리니…

문화유산 지킴이 ‘아름지기’ 李箱탄생 100주년 앞두고 강연-시낭독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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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이상의 거리를 거닐다’ 행사에서 소설가 한유주 씨(마이크를 든 사람)가 이상의 문학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쓴 산문을 낭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920년대 말 경성고등공업학교 재학 당시 교내 화실에서의 이상.사진 제공 소명출판
“이상(1910∼1937)은 일본 학자들도 ‘문학적 천재의 영웅전설’이라고 표현합니다. 당시 일본의 모더니즘 문학을 모방했다기보다 오히려 뛰어넘었으니까요. 그는 아시아를 대표했던 시인이었습니다.”

1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통인동 대림미술관 4층 전시장.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강연에서 박현수 경북대 국문학과 교수는 시인 이상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상의 거리를 거닐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단체 아름지기가 이상 탄생 100주년(9월 23일)을 앞두고 그가 주로 살았던 통인동 일대에서 그의 문학과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했다.

박 교수의 강연에 이어 스티븐 카프너 서울여대 영문학과 교수가 ‘20세기를 사는 19세기식 모던 보이’,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날개 달린 식물의 공간’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이상의 작품 속에서 다양한 공간의 오디세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실험정신은 이 시대 건축가들에게 영감의 저수지로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2시간여의 강연을 마친 일행은 인근 통의동의 ‘보안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1930년대 문을 연 보안여관은 서정주 김동리 오장환 등의 문인들이 기거했던 곳으로 현대문학사의 상징적 공간 중 한 곳이다.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이 여기서 발간됐다. 현재 여관은 전시업체 메타로그아트서비스가 인수해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서울대 국문과에서 이상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독일인 기테 초흐 씨가 이상의 시를 낭독했다. 무용가 정영두 씨는 이상의 실험정신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행사에 참가한 KTX 기장 강은옥 씨는 “강의를 들으니 이상이 왜 천재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다. 상상력의 빈곤에 빠진 문화계는 그에게서 새로운 문화적 키워드를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부 정은숙 씨는 강연을 듣고 이상의 가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이상의 문학작품을 다시 읽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아름지기는 통인동 154에 있었던 이상의 집을 복원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이 집은 이상이 1912∼1933년에 기거했던 곳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2009년 7월 이 땅을 매입해 아름지기에 복원 및 활용을 맡겼다. 건축가들이 매주 모여 설계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름지기는 이곳에 내년 말까지 ‘이상의 집’을 만들어 그와 관련한 기록을 보관하고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집은 서촌 일대의 문화적 거점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 종로 집터 복원해 전시-기록보관 계획

이 밖에도 올해 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다양하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은 11월 6일까지 ‘2010 이상의 방(房)’ 전시를 통해 그의 육필원고 27점과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50여 점을 선보인다. 극단 오늘은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소재를 얻어 위성신 씨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연극 ‘오감도’를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4가 축제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은 이상 관련 사진자료 등을 선보이는 ‘木3氏의出發’전을 17일∼10월 13일, 대산문화재단은 17일∼10월 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부남미술관에서 ‘이상, 그 이상을 그리다’를 주제로 문학 그림전을 연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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