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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_20090922

사라진, 사라질 풍경을 담은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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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곳곳에서는 지금 재개발이 한창이다. 쇠락하고 낡은 건물들은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대신 번듯한 고층건물들이 들어선다.

동대문구 휘경동도 재개발이 한창인 곳 중 하나다. 1970년대 소위 ‘집장사’가 지은 집들이 모여 있는 휘경동 곳곳에서는 재개발과 관련된 광고문과 스티커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휘경동에 살거나 작업실을 둔 작가 6명은 2008년부터 주변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 이를 나름의 방식대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리는 ‘揮景 : 휘경, 사라지는 풍경’ 전은 이들이 기록한 휘경동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다.

‘사라지거나 사라질’ 공간을 기록한 작업이 전시되는 공간 또한 ‘사라져가는’ 곳이다. 전시장인 통의동 보안여관은 일제 강점기에 지어져 여관으로 사용되던 곳으로 65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

한 때 그 역시 지도 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지만, 최근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준비하는 곳으로 쇄락한 공간은 재개발이 주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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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은 작업 배경이 된 ‘휘경동’을 비튼 것이다. 원래 휘경(徽慶)동은 조선 정조의 후궁 수빈 박씨의 묘소 ‘휘경원’에서 따온 것이지만 전시 제목의 ‘휘경'(揮景)은 ‘곧 흩어져버릴 풍경’을 의미한다.

강지호는 철거된 집들의 잔해가 널려 있는 휘경동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초토화'(草土花)를 그리고, 신은경은 이주와 철거 때문에 버려진 세간 집기와 건물 잔해를 귀중한 유물인 듯 전시한다.

김형관은 낡고 허물어져 가는 보안여관의 외벽을 색색의 테이프로 치장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묻고 김주리는 흙과 물을 이용해 쓰러져 가는 휘경동 124번지 다세대주택을 재현한다.

김태균과 권용주 등 작가 6명의 작업 외에도 휘경동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자신들이 살고 싶은 집을 그리고 인터뷰에 참여한 공공 프로젝트 ‘어디 사시나요?’의 결과물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10월8일까지. 전시 기간에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저녁 7~9시까지 관람시간이 연장돼 손전등을 들고 어두컴컴한 보안여관을 돌아볼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02-720-8409.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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