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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_20150721

비워서 채운 공간의 여유

등록 :2015-07-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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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건축가는 제주도 서귀포시 하예동에 70.97㎡ 크기로 만든 단독주택 ‘리틀 화이트’의 모형을 전시장에 내놓았다.

효자로 보안여관서 23일부터 ‘최소의 집’ 전시회

집을 지을 때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애초 계획보다 좀 더 크게, 화려하게, 돋보이게 만들고 싶어한다. 허름한 속재를 그대로 드러낸채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공간인 서울 종로구 효자로 보안여관에서 23일부터 열리는 ‘타인의 시선. 하나 -삶의 최소주의’는 집에 대한 이런 열망을 묘하게 비튼다. 크고 화려한 게 꼭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이영조 건축가는 제주도 서귀포시 하예동에 70.97㎡ 크기로 만든 단독주택 ‘리틀 화이트’의 모형을 전시장에 내놓았다. 방, 거실, 부엌, 화장실 이렇게 주택의 기본적인 기능만 부여한 뒤 마당으로 이어지는 큰 방안에 커다란 툇마루를 설치했다.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소파나 침대 대신 마당에나 놓음직한 툇마루를 아예 방안에 고정된 구조물로 끌어들인 것이다. 매트리스가 놓이면 침대로, 걸터앉으면 소파로 변용된다. 집을 유연하게 즐기고, 방 안을 덜어내고 비워냄으로써 작은 공간에서 여유와 호사를 누려보자는 취지다.

오래된 건물의 원형과 장식을 재해석해온 최영준, 우지현, 차상훈 건축가는 일제시대 적산가옥을 재활용한 신혼 살림집을 선뵌다. 이름하여 ‘북성로 살림집’이다. 이들 3명의 건축가가 실제 대구시 중구 북성로에서 80년 째 버텨온 연면적 57.92㎡ 규모의 일제시대 2층 목조주택을 신혼부부의 살림집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기간 동안 서울 자하문로 8길 19번지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선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에 건축가들이 ‘최소의 집이란?’이라는 주제로 잇따라 특별강연을 펼친다. 지난 2013년부터 ‘최소’라는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구현하며 대안 주택을 모색해온 ‘최소의 집’ 전시가 5번째를 맞은 것을 기념해 지금까지 전시에 참여했던 12명의 건축가들이 자신의 완공작을 중심으로 최소의 집을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다. 강의는 무료다. 8월 17일까지. (02)762-9621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신경섭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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