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03(2)

SPACE Magazine_20101112

2010 / 11 / 12
보안여관의 문화 잠재성을 엿보다.

보안여관에서 열리는 <닫혀진 회로(Closed Circuit)>전을 조명함과 동시에 보안여관의 운영자인 최성우씨를 만나보았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른바 ‘서촌’지역의 랜드마크처럼 떠오르고 있는 보안여관은 수년전까지 실제 여관으로 사용되던 낡은 건물을 인수한 최성우씨에 의해(특별한 리노베이션 없이) 자연스럽게 전시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시끌법적한 시작은 없었으나 회를 거듭하는 전시로 인해 그 문화적 가능성과 잠재성을 인정받게 됨으로써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보안여관을 현재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인터뷰: 고원석(공간화랑 큐레이터), 진행: 이경택(VMSPACE 에디터)

b03(2)

실제 숙박장소로 사용되던 보안여관을 영업 목적으로 인수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보안여관을 인수하게 된 계기와 목적은?
처음에는 보안여관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이 공간이 내게 말을 걸어 오더라.(웃음) 보안여관은 거칠고 게릴라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더욱 작품 전시에 대한 욕심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를 ‘문화 숙박업’이라 명명했다. 작품이 머물다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화이트 큐브가 아닌 장소인 보안여관은 기존 제도적 규정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모호한 성격의 작품들을 담아내면서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기존의 대안공간도 아니고 제도권은 더더욱 아닌 이 모호함. 이 공간에 대한 정의를 강압하지 않았으면 한다.

보안여관이 한동안 특별한 전시공간으로 기능했던 것에 대한 자평은?
보안여관에는 지나는 행인들부터 등산객들 까지 다양한 관객들이 드나든다. 만일 여기에 갤러리라는 이름을 붙였으면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현대미술에 대한 패배감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보안여관은 지나는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이름보다는 통의동 보안여관, 이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장소가 주는 특별한 느낌과 모호한 정체성이 보안여관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b08
b06b04b09
앞으로 보안여관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전시를 밀도있게 지속해야만 공간이 살아나는 것만은 아니다. 전시를 많이 하다보면 적절한 고민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내년 한해동안은 전시의 횟수를 줄이고 장소의 성격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는 리서치의 과정을 갖기로 했다. 일단 2010년 12월부터 새로운 전시 기획자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리서치에 대해서는 당장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하고 싶다. 또한 운영의 재원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진행하게 될 것이다. 최소한 공간이 만들어진 후 컨텐츠가 들어가는 형식만큼은 지양하고자 한다. 공간의 해석에 대한 해답을 찾아 가는 과정이다. 건축가들과도 이런 대안을 공유하고 싶다. 보안여관에 대한 성격규명을 건축 공모전 형식으로 진행할 생각도 있다. 이는 건축가들에게도 굉장히 흥미로운 도전이라 생각한다. 건축은 껍데기가 아닌 평면으로 말하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공간에서의 문화 동선도 건축가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일년간의 리서치의 결과는 한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올 것이다.

b000
‘전시를 밀도있게 지속해야만 공간이 살아나는 것만은 아니다. 전시를 많이 하다보면 적절한 고민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내년 한해동안은 전시의 횟수를 줄이고 장소의 성격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는 리서치의 과정을 갖기로 했다.’

그 리서치는 보안여관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과정일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매우 궁금하다. 계획중인 책은 어떤 식으로 구성할 것인지 계획이 있는가?
기대 이상으로 보안 여관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왔기 때문에 나역시 정신이 없었다. 이제 신중하게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하며, 그 과정동안 얻어진 자료들을 모아 한권의 책을 출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구체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책은 총 네 챕터로 구성된다. 첫 번째 챕터는 한유주 작가가 보안여관에서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물론 이는 팩트가 아닌 픽션이다. 최석태와 이중섭과 같은 인물들이 머물다간 보안 여관이 가진 시대성, 역사성에 대한 사실을 두 번째 챕터에 담을 예정이다. 아다시피 보안여관은 80년의 긴 세월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건축적 역사도 지니고 있다. 민현식 교수도 이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고 싶어한다. 또한 근대 건축물이 보통 입면에 출입문이 나지만 보안여관은 옆쪽으로 문이 있다. 근대 건축물 보존측면에서 실사도 필요하며 실측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보안여관의 건축 공간적인 이야기가 그 세번째이다. 네번째는 이 공간을 지나쳐간 작가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앞의 세 가지 챕터를 가지고 포럼과 토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를 기반으로 리노베이션에 대한 기획을 하고자 한다. 건물의 정체성과 여관이라는 노마드적 삶의 정체성을 문화예술에 접목시키고 싶다.

b14
b11b07
b10

보안여관이 유지했으면 하는 정체성이랄까, 뭐 그런 것이 있는지?
보안여관이 가지는 공간의 이미지는 화이트 월 보다는 감성적이다. 공간이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공간을 백그라운드로만 이용하고 떠나는 작가들이 있다. 보안여관만큼은 밀도 있는 전시로 진행하려 한다. 나는 보안여관이 너무 로컬한 것으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한다. 보안여관은 사실 좀 더 큰 차원에서의 기억과 연결된다고 본다. 보안여관이 기존의 대안공간을 대체할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나 역시 궁금하다. 이번 리서치가 이에 대한 답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원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