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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GUE GIRL_2015.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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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다. 옛 모습 그대로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 이색 공간들.


신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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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에는 일명 아구찜 골목이 있다. 몇 해 전부터 각종 브랜드의 행사 장소로 이 아구찜 골목으로 초대되곤 했는데, 의아함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옮기면 그곳에 신사장이라는 건물이 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본디 이 건물은 신사동에 있던 허름한 여관이었다. 크리에이티브 그룹 리어가 이 오래된 공간에 새 숨을 불어넣기 전까지 40여 년간 그래왔다. 신사장은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명칭으로 그 새로운 쓰임새를 간단히 설명하고자 하지만, 여관일 때 모습 그대로를 건물 곳곳에 남겨둔 채 수많은 창작자들의 프로젝트를 통해 매번 새롭게 태어난다.

INFO
위치_서울시 서초구 나루터로 65
전화번호_070-7724-0158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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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의 보안여관은 어쩌면 여기 소개된 다른 공간들에게 모티브를 제공했을 수도 있다. 보안여관은 1930년에 지어져 2004년까지 무려 80여 년 동안 실제 여관으로 이용돼왔다. 더 이상 영업할 수 없을 만큼 낡아 버리자 문화 그룹 메타로그에서 보안여관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다. 간판과 외관, 내부 등 곳곳에서 아직도 이곳이 여관이었을 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옛 쓰임새의 흔적을 놔둔 채 매번 달리하는 공연과 전시의 색을 조화롭게 녹여내는 일은 꽤 녹록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현재에 진행되는 이곳의 전시와 공연들은 늘 과거의 상징인 보안여관과 조화를 이뤄왔다. 80여 년을 지켜온 공간의 내공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INFO
위치_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전화번호_02-720-8409


중앙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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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 골목에서 가장 정겨운 풍경은 뭐니 뭐니 해도 골목 중간에 자리한 옛 목욕탕에 드나드는 동네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1963년에 지어져 한동안은 인근 중앙고 운동부의 목욕탕으로, 1969년부터는 동네 주민들의 목간으로 사랑받았던 곳. 50여 년간 우뚝 솟은 굴뚝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성업할 것 같았던 중앙탕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느낀 젠틀몬스터가 목욕탕 곳곳을 그대로 살려 자신들의 네 번째 쇼룸으로 탈바꿈시켰다. 외벽, 간판, 물을 데우는 보일러실, 목욕탕 타일 등을 그대로 두고도 젠틀몬스터는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녹여냈다.

INFO
위치_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92
전화번호_070-4895-1287


정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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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방이 위치한 문래동에는 지금 양천구로 이사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이 30여 년간 자리하고 있었다. 법원에 들락거리던 많은 사람들이 차 한잔을 하며 분투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곳. 법원이 마을에서 사라져 정다방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지자 결국 수많은 인생 이야기로 가득 찼던 다방도 문을 닫게 되었다. 하마터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이곳이 다행히 정다방 프로젝트로 재탄생되어 전시 공간과 카페, 그리고 디자인 랩으로 다시금 살아 숨쉬게 되었다. 어두컴컴했던 지하 공간에서는 실험적인 연극과 뮤지션들의 음악 공연이 열리고, 크게 꾸민 것은 없지만 그런 게 오히려 이 문래동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1층 카페 겸 펍에서는 맛있는 커피와 맥주를 시켜놓고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건물 2, 3층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매일 새로운 창작 활동을 펼치는 포스트 정다방으로 말이다.

INFO
위치_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 475
전화번호_02-2633-4711


경성방직 사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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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타임스퀘어몰은 옛 경성방직의 공장 터로 쓰이던 곳이다. 번쩍이는 타임스퀘어몰 뒤에 숨은 경성방직의 사무동 건물은 1936년에 지어진 한국 근대산업 시설로 그 역사적인 의미가 매우 커 후에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등록문화제가 되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남쪽 출입문과 붉은 벽돌로 올린 외관, 목재 대들보로 받친 천장 등 대부분의 골격은 그대로 둔 채, 넓고 층고가 높은 내부를 레노베이션해 베이커리 오월의 종과 카페 리브레,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다.

INFO
위치_서울시 영등포구 영중로 지하20
전화번호_02-2636-3801


구슬모아 당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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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리첸시아 골목으로 불리는 한남 오거리 뒷골목이 지금처럼 힙하지 않았을 때 구슬모아 당구장은 어땠을까? 장담컨대, 아마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듯싶다. 대림미술관의 구슬모아 당구장은 재개발로 없어질 뻔한 한남동 뒷골목의 허름한 당구장을 색다른 분위기의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대림미술관이 프로젝트 스페이스로 사용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매년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가 8팀을 선정해 본디 공간이 지니고 있는 키치함을 잘 살려낸 이색적인 전시를 비롯해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전시가 열린다.

INFO
위치_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73-4
전화번호_02-3785-0667


피처 에디터_천혜빈
포토그래퍼_KANG KYUNG SUK, LEE HO HYUN
발행_201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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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gue Girl 표지
제공 Vogue Girl
영 프리미엄 패션 매거진
www.voguegir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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