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스탄의 우물》

강경구, 김성호, 김을, 안창홍

  • 전시일정: 2020. 03. 18 ~ 04. 04
  • 전시장소: 아트 스페이스 보안 1 (구 보안여관)
  • 운영시간: 12:00 ~ 18:00
  • 휴관: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 주최: 통의동 보안여관
  • 디렉터: 최성우
  • 큐레이터: 박승연
  •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윤지혜
  • 그래픽디자인: 김동우

《Well of Rajasthan》

Kang Kyung Koo. Kim sung ho, Kim Eull, Ahn ChangHong

  • Date: March 18 – April 4, 2020
  • Venue: ART SPACE BOAN 1
  • Opening Hours: 12PM – 6PM
  • Closing Days: Every week Monday
  • Admission Free
  • Organized by BOAN1942
  • Director: Sungwoo CHOI
  • Curator: Seungyeon Park
  • Assistant Curator: Jihye Yoon
  • Design: Dong Woo Kim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오는 2020년 3월 18일부터 4월 4일까지 강경구, 김성호, 김을, 안창호 네 작가가 참여하는 《라자스탄의 우물》이 아트 스페이스 보안 1(구관 전시장)에서  열린다. 

   《라자스탄의 우물》은 2003년 갤러리 피쉬에서 개최되었던 강경구, 김성호, 김을, 김지원, 안창홍 5명의 작가가 인도를 여행하며 제작한 드로잉과 회화들로 구성한 전시 《다섯사람 여행도-인도기행》를  이어 17년만에 또 다른 인도를 기록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인도의 자이푸르, 조드푸르, 자이살메르를 지나 타르 사막에 들어가는 여정동안 느끼고 겪었던 순간들을 기록한 드로잉들을 보여주며 여행과 스케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동일한 장소와 풍경등을 보며 작가들은 자신만의 시지각적 표현으로 스케치북에 담았다. 각자의 방법대로 재해석한 드로잉들은 풍경과 인물 같은 사실적인 요소들과 자연과 자아의 추상적인 장면들이 결합되어 있다. 인증 사진처럼 단지 여행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닌 실재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한 모습을 이번 여행을 통해 나온 작품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요즘 여행의 목적은 단순히 관광과 유희가 아닌 자아를 실현하고 발견하며 성찰하고자 떠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국내의 템플스테이와 올레길, 스페인 산티아고 성지 순례길 등 사회로부터 심리적 공허감과 불안감을 치유하거나 정신적 수양을 할 수 있는 여행지가 유행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여행을 통해 삶의 진정성을 고민하고 내적 자아를 고찰함으로써 실존의 의미를 찾아 떠난다. 

   『길 잃기 안내서』를 쓴 리베카 솔닛은 인간의 영혼이 길 잃기를 통해 성숙해진다고 주장한다. 상실과 방황을 거쳐야 진정한 자아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인도를 인간 본연의 감성과 직관의 언어를 고스란히 담아낸 곳 그리고 신과 수행자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참여 작가 네 명은 인도인들이 섬기는 신보다 그 자리에 있는 인간들에 주목하며, 신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이국적인 것 같으면서도 과거로 돌아간 듯한 풍경들로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인도를 여행함으로써 기존의 자아와 시간을 잠시 잃게 된 것이다. 

이번 《라자스탄의 우물》은 2003년  《다섯사람 여행도-인도기행》 이후 약 17년만에 다시 찾은 인도로부터 여행과 삶의 메커니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준비한 전시다. 이를 통해 여행의 의미와 목적 그리고 예술가의 태도를 돌아보고자 한다.

——

“길을 잃는 것, 그것은 관능적인 투항이고, 자신의 품에서 자신을 잃는 것이고, 세상사를 잊는 것이고, 지금 곁에 있는 것에만 완벽하게 몰입한 나머지 더 멀리 있는 것들은 희미해지는 것이다. 베냐민의 말을 빌리자면 길을 잃는 것은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고,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은 불확실성과 미스터리에 머무를 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그냥 길을 잃었다(get lost)는 표현 대신 자신을 잃었다(lose oneself)는 표현을 쓰는데, 이 표현에는 이 일이 의식적 선택이라는 사실, 스스로 택한 투항이라는 사실, 지리를 매개로 하여 도달할 수 있는 어떤 정신 상태라는 사실이 함축되어 있다.”

「길 잃기 안내서」 中

강경구
Kang Kyung Koo

여기에서는 모든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심원을 그리며 끝도 없이 뒤섞여 돌고 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현란한 원색조로, 때로는 음울한 흑백 모노톤으로.

소리를 구별할 수 없는 아우성들은 높은 고음이 되어 메아리로

돌아 나오고 머리 위로 솟은 메아리는 다시 폭포처럼

온몸을 휘감아버린다.

우물 안 개구리, 개구리 안 우물.

김성호
Kim Jung ho

荒凉한 광야의

한 점에 서서,

現狀은 比喩로 감지되고

감성은 소녀의 가슴처럼

두근거린다.

끝도 없이 불어오는

아! 자유의 바람.

스쳐가는 바람의 윙윙거림은

대지의 노래.

그 태고의 가락 속에서

나는 평화로워라.

내가 여기에서 자유롭고

또 평안해 하는 한

이곳이 진정한

나의 고향땅이라.

언덕 저 너머

바람이 불어 가는 그곳,

거기는 순수한 處女地

내 영원한 설레임과

동경의 영역.

– 타르사막에서

김을
Kim Eull

인도로 간 까닭

.

십수 년 만에 다시 인도를 찾았다.

처음 인도에 갔을 때 여기는 다시 와야할 곳이라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는데

꽤 오랜 세월을 보내고서야 그 기회를 가진 것이다.

인도 여행은 현지의 독특한 문화와 여러가지 불편한 여건들로 인해

매우 고생스러운 편인데도 그곳에 젖어들다보면 무언가가 브레인을 때리는

충격과 묘한 매력을 경험하게 된다.

그 경험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잊혀진 것들,

혹은 다소 거창하지만 존재의 의미?등과 같은 본질적인 것들을 다시금 상기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작업의 잡다한 소재나 재료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고

작업의 동력도 나름 충전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 여행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인도 북서부의 타르사막을 목표로 하였고 그 여정에

핑크시티로 불리는 자이푸르, 블루시티로 알려진 조드푸르, 그리고 사막의 관문도시

자이살메르에서 재미있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타르사막으로 들어갔다.

사막에서의 여행 코스가 다소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래도 유익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을 급하게 몇 점의 작품으로 만들어 보았다.

안창홍
Ahn Chang Hong

내가 경험한 lndia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우물 속이자 갑자기 눈알 속을 파고드는 송곳 끝 같은 통증이었다.

1996년 겨울, 캘커타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틈날 때마다 lndia의 이곳저곳 골목길을

헤메는 동안 늘 그랬다.

혼돈의 블랙홀이자 최악의 여행지이고 최상의 여행지였다.

동전의 양면처럼 최선과 최악이 서로 달라붙어 한 공간 속에 존재하는 곳.

나 자신의 내면을 온전히 들여다보기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여행지를 떠도는 동안 내내 가슴 속에 쌓인 검은 아픔들을 쏟아냈다.

육체가 기력이 다하고 피로에 짓눌릴수록 나의 마음은 한결 가볍고 맑아졌다.

2020년 1월 India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