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재 개인전
《RGB 하이웨이

  • 일시: 2023. 8. 24 (목) – 8. 31 (목)
  •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3
  • 운영시간: 12:00 – 18:00
  •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Hee Jae Kim Solo Exhibition
RGB Highway

  • Date : 24. Aug. 2023 – 31. Aug. 2023
  • Venue : ARTSPACE BOAN 3
  • Hours : 12PM – 6PM
  • Closed on Mondays
  • Free Admission

Credit

  • 작가: 김희재
  • 음악&사운드: 박찬용
  • 그래픽&모션디자인: 신준혁
  • 촬영: 이정훈, 채정석, 김희재
  • 3D 디자인: 김기주, 정서연
  • 배우: 김일옥, Yoni, NK, HJ, 박채린
  • 텍스트: 장진택
  • 공간 설치: studioDAC
  • 미디어 설치: 올미디어
  • 포스터 디자인: 홍진우
  • 전경 촬영: 최요한
  • 후원: 서울문화재단
  • Artist: Hee Jae Kim
  • Music & Sound: Chanyong Park
  • Graphic & Motion Design: Junhyeok Shin
  • Camera: Jeonghun Lee, Jungseok Chae, Hee Jae Kim
  • 3D design: Kijoo Kim, Seo Yeon Jyoung
  • Cast: Il Ok Kim, Yoni, NK, HJ, Chaerin Park
  • Text: Jintaeg Jang
  • Installation support: studioDAC
  • Media support: all media
  • Poster design: Jinu Hong
  • Supported by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총체로서의 그리고 세계, 유한성과 무한성 사이에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에는 한정이 없다. 다만 그것의 유형은 당대의 조건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특히 주체와 집단, 또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어떠한 방식이나 태도로 상정해 내는 가에 따라서 개별 주체의 삶, 나아가 이들의 그 삶이 구동하는 세계가 각기 다른 특징을 표상하게 된다. 이러한 표상은 다시금 개인의 삶을 결정하고, 개인의 삶은 마찬가지로 공동체의 조직에 다시금 영향을 미친다. 그 역학 관계는 주체의 결심에 따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고, 또한 제 의지에 따라 통제 불가능한 것이 돼 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세계는 개별자로서의 어떤 존재를 이루게 하는 정체성, 그 형성을 위한 주요한 지지체로 보통은 역할 한다. 이때 그와 같은 정체화의 단계를 진전케 하는 중요한 동력이자 그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존재이기에 필연적인 유한함이다. 이상의 구조가 시사하는 전제라면 그것은 전체이자 부분으로, 부분이자 전체로 상시 현현하는 각기 다른 세계들의 불가피한 구축과 붕괴라는 반복적 순차다. 이 순차의 진전 과정을 ‘영겁회귀(永劫回歸)’라고 명명하며, 그 뜻은 동일한 것을 영원히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 형이상학적 모델을 통해 주체는 자기 행동의 결정에 있어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계속해서 되돌아갈 수밖에는 없을 무한한 시공 가운데서 유한한 존재는 선택의 기회라는 것을 부여받는다. 무한한 세계와 유한한 자아의 관계는 상호적이다. 그 관계의 설정에 따라 인간이라는 자아이자, 주체이자, 정체성이자, 하나의 총체 및 그가 갖는 위상은 유한하지만 동시에 영원해지기도 하고, 한정되나 다른 한편 무한해지기도 하며, 우연하지만 비로소 자유로워지기도 한다. 다만 현실의 차원을 돌이키면 상황은 달라진다. 모든 것이 순기능을 향해 작동할 거라는 예측이 통용되는 낭만적 현실은 실재하지 않는다. 특히나 개인 층위의 위상, 그 단계까지 진입해서는 그 상부 층위인 체계와 그것이 의지하는 목표를 위해 동원되거나 소거 당하는 일이 그 당사자의 경우를 포함해 산재하는 실정이다. 이때의 선택지는 크게 거시적인 각성을 통해 진짜 현실을 마주할 것인가, 혹은 현실의 일부로서 미시적인 현상으로 남을 것인가의 갈래로 나뉜다.

김희재는 이상의 상황을 기본값으로 둔 채, 《RGB 하이웨이》(2023, BOAN 1942)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와 그것이 속한 사회의 여러 관습의 개념들을 재고하려 한다. 여기서 작가가 주목하는 공동체라 함은  전체로서의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서의 개인, 이들 사이에 조직되는 중간계의 무리 혹은 집단을 지칭한다. 엄밀히 말해 김희재의 관심은 ‘우리’라고 칭하는 일종의 개념적 울타리 안팎을 사이에 놓인 경계로서의 소속성 혹은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입장을 해방할 방안의 모색에 있다. 전시의 제목인 “RGB 하이웨이”는 이렇듯 그가 조망하는 사회 내 다단한 인간 집단 구성의 복잡하게 얽힌 요건들을 좀 더 다각적으로 해제키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의 이름이기도 하며, 이는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2023)과 (2023)의 합본을 잇는 세 번째 미발표작까지를 더해 총 삼부작의 트릴로지로 완결될 예정이다. 그중 첫 편 (2023)은 사회적으로 독립화하기 어려운 특수한 집단 관계성, 그 안에서 조차 당연스레 위계를 편성하는 체제의 자기 유지성으로 인해 반드시 소외당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입장을 중심으로 이질한 것 사이의 섞임이 결과하는 혼성성에의 인정을 통해 극복의 서사를 창출코자 하며, 두 번째 편 (2023)에서는 그러한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으로서 공상과학적 상상을 통해 죽음과 환생의 윤회 과정에서 승계할 수 있는 어떤 변증법적 연동의 방법론을 꾀한다. 그와 같은 미적 시도는 어쩌면 붉거나 초록이며 푸르른 각기 다른 색상들이 디스플레이의 범주에서 뒤섞이며 결국 백색이 되어버린, 곧 사라져 버릴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한 결말을 차치하고서라도 김희재는 여전히 사라짐을 향해 질주하는 생명의 존재들을 향해, 존재들을 위해, 존재들에 의해 필요한 개정된 변화를 꿈꾼다. 그가 제안하는 틀림이 아닌 다름의 명제, 이는 서로를 보완하고 지지하며, 종국에는 구원하는, 어떤 연대적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와 다름없다.

장진택(독립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