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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2010.3월호

최근 1년새 통의동 & 팔판통에 들어선 컬처 스폿 10

새로운 아트 밸리, 통의동 & 팔판동

오랜 기간 인사동과 청담동이 화랑의 주요 거점지였으나, 최근에는 통의동과 팔판동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만 10여 개의 신생 갤러리가 오픈했으며, 카페나 공방 같은 문화 공간이 더해져 새로운 아트 지구를 형성 중이다. 그 일대의 ‘아트 지도’를 소개하니, 한번쯤 둘러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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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공근혜 갤러리 본관
(오른쪽) 리씨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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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H-WORKS
(오른쪽) 팔판동 까뻬

지난 1년 사이, 화랑들이 마치 숨바꼭질하듯 더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 숨어들기 시작했다. 한때 인사동이나 청담동같이 접근성이 뛰어난 곳을 선호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중에서도 청와대 춘추관 맞은편인 팔판동과 경복궁 근처 통의동은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지난해 갤러리 조선과 리씨 갤러리를 시작으로, 올 상반기에는 팔판동에 이화익 갤러리 신관과 갤러리 시몬 등 화랑 10여 곳이 둥지를 틀 예정. 이곳이 새로운 아트 밸리로 떠오른 것은 무엇보다 ‘한적함’ 때문이다. 리씨 갤러리 이영희 대표는 “팔판동의 아기자기한 골목길에는 걸음을 멈추고 작품을 감상하고 싶은 여유가 흐른다”고 설명한다. 이화익 갤러리 대표는 화랑의 본질과 미술 애호가의 변화하는 취향을 언급한다. “화랑은 호객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번화가에 있을 이유가 없다. 진정한 미술 애호가는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곳에서 작품을 감상하길 원한다.” 워낙 동네가 고즈넉하다 보니 차 한잔 즐기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와 서점도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다. 주로 디자인이나 건축 등 아트 관련 서적을 구비한 작고 아담한 공간이다. 카페 로소 전수영 대표는 이 변화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팔판동 근처에서 카페나 갤러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최근 들어 ‘한국의 첼시’라고 할 만한 독립 예술가의 터전이 마련된 것 같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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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근혜 갤러리 신관 “4년 전 오픈 당시에만 해도 팔판동의 상업 화랑은 우리밖에 없었다.” 공근혜 갤러리 대표 역시 이곳의 변화를 실감하는 사람 중 하나다. 팔판동은 인사동 화랑가와 삼청동 메인 도로가 포화상태가 되면서 ‘일찌감치’ 선택한 곳이었다. 오는 3월에는 청와대 춘추관 맞은편에 공근혜 갤러리 신관을 오픈할 예정. 본관보다 더 한적하고 외진 곳이라 지금껏 시도하지 못한 스케일 크고 대범한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본관에서 주로 국내 유명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면, 이곳에서는 젊은 작가의 비디오아트나 설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문의 738-7776
리씨 갤러리 비록 5분 남짓한 거리일지라도 삼청동길과 팔판동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표적 화랑. 5년간의 ‘삼청동 시대’를 정리하고 지난 12월 이전했다. 이영희 대표는 “삼청동에 비해 한결 한산해 손님을 더욱 정성스럽게 응대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리씨 갤러리는 총 3층 규모로, 옥상 테라스에서 한눈에 내다려다보이는 경복궁 안뜰의 풍경이 일품이다. 전시장 한쪽에는 와인 셀러와 별도의 티 테이블을 두어 가벼운 전시 파티를 열기도 한다. 개관 기념전으로 서용선・황주리・오원배 작가 3인전을 열었으며, 3월에는 마키 호소카와의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문의 3210-0467
H-WORKS 팔판동에서는 갤러리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복합 문화 공간도 둘러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H-WORKS’는 카페와 쇼핑 공간을 결합한 곳으로 삼청동 총리공관 뒤편에 자리한다.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김성익 교수와 김훈정 씨 부부가 운영하며, 3층 가정집을 개조한 것이 특징. 젊은 시절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김훈정 대표가 직접 만든 수제품을 전시하며 벨벳, 구슬, 원석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목걸이와 브로치를 2만~5만 원에 판매한다. 문의 723-6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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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판동 까뻬 여행 작가 변종모가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여행자 카페. 작가는 “오후 4시, 노을이 내려앉은 팔판동 풍경이 마음에 들어 덜컥 가게를 차렸다. 차 한잔과 함께 여행 관련 이야기를 즐기는 소통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카페는 미로처럼 여러 공간으로 나뉜다. 먼저 3000여 개 타일로 만든 대형 테이블이 눈에 들어오는데, 여럿이 앉아 토론을 즐기기에 좋다. 안쪽 공간은 일본 만화와 여행 서적이 꽂혀 있는 작은 책방. 다르질링, 아삼 등 모든 차는 변 작가가 인도에서 가져온 것이다. 문의 737-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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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 드 서울 지난 1월 8일 통의길에 문을 연 7층 규모의 대형 미술관. 심병석 관장은 “한옥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한국 미술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곳으로 통의동만 한 동네가 없다”며 공간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다. 팔레 드 서울의 매력 중 하나는 7층 옥상에 자리한 야외 가든. 좌측에는 경복궁 경회루가 내려다보이고, 우측에는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닮은 인왕산의 수려한 풍경이 펼쳐진다. 2월 10일까지 한만영, 서승원, 김선두 등 작가 10인의 작품을 담은 개관 기념전을 열며, 3월부터는 경인년을 맞아 이만익 작가를 포함한 국내 중견 작가의 호랑이 그림을 전시한다. 문의 730-7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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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팔레 드 서울
(오른쪽) 보안 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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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B612
(오른쪽) 가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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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린 가가린은 작년 초 경복궁 옆 영추문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헌책방이다. 가게 앞 좌대에 무료 독립 출판물이 쌓여 있는 풍경은 뉴욕 첼시나 런던 브릭 레인 거리의 빈티지 책방을 떠오르게 한다. 회원으로 가입(평생 회원비 5만 원, 1년 회원비 2만 원)하면, 본인이 소유한 서적을 위탁 판매할 수 있다. 가격은 정가의 절반 이하로 책정되며, 판매 시 수수료 30%를 제한 금액을 받는다. 비치된 책은 소설과 국내외 독립 출판물이 주를 이룬다. 앨범과 엽서 등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이 만든 오리지널 작품도 사고팔 수 있다. 문의 736-9005
보안 여관 1930년대부터 자리한 통의동 ‘보안 여관’은 지방에서 올라온 젊은 작가들이 신춘문예를 준비하기 위해 장기 투숙하던 역사적인 공간. 재정난으로 허덕인 끝에 지난해 9월 근사한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일맥문화재단과 메타로그가 옛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실험적이고 반짝이는 전시를 기획 중이다. 2층 규모의 ‘여관’은 긴 복도를 마주하고 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그 안에 설치 작품과 회화 등을 전시한다. 지난 10월 8일까지 오픈 기념전으로 권용주, 김형관 등 6인의 작가가 <휘경, 사라지는 풍경>전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문의 720-8409
B612 작년 12월 문을 연 따끈따끈한 신생 카페로 차 한잔에 <스크린>, <월 페이퍼> 등 대중 잡지를 열람할 수 있다. “가로수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다가 좀 더 한적한 공간을 찾던 끝에 통의동을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 박진호 대표의 설명. 매장 이름은 어린왕자가 사는 소행성 ‘B62’에서 따온 것으로, 복잡한 도심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휴식 같은 공간을 지향한다. 책장 가득 인테리어, 디자인, 건축 관련 잡지를 구비하고 있으며, 심플한 스탠드 조명도 갖추고 있어 편하게 책을 읽기 그만이다. 문의 733-0612

 

바이라인 박나리 사진 황보라미
디자인하우스 [LUXURY 201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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