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ist is a fist is a fist》
Performance 1 – 〈응결 Condensation〉

  • 일시: 2023. 9. 2 (토) – 9. 3 (일)
  •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3
  • 시간: 19:00 (러닝타임 약 40분)
  • 입장료 무료
  • Date : 2. Sep. 2023 – 3. Sep. 2023
  • Venue : ARTSPACE BOAN 3
  • Hours : 7PM (running time: approx. 40 min)
  • Free Admission

크레딧
Credit

a fist is a fist is a fist

작가: 루킴
Artist: Ru Kim
기획: 이지언
Curator: Jieon Lee

<응결 Condensation>

퍼포먼스: 루나, 루킴, 신채은
Performance: LuNa, Ru Kim, Chai Eun Shin
사운드: 김수진
Sound: Sujin Kim
영상: BYOA Project(김햇살, 윤성준)
Videography: BYOA Project(Haetsal Kim, Sungjun Youn)
디자인: 김국한, 임주연
Graphic Design: Gukhan Kim, Juyeon Lim

사진: 양승욱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Supported by Arts Council Korea
협력: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Cooperated with BOAN1942

루킴 《a fist is a fist is a fist》 Performance 1_응결 Condensation

응결하는 마디

글. 이지언

《a fist is a fist is a fist》는 두 번의 퍼포먼스와 전시로 이어지는 시리즈 프로젝트(serial project)로 작가의 지난 작업 과정과 같이 몸의 선단이자 다층의 사회적 함의를 가진 ‘주먹’에 집중한다. ‘주먹’은 쥐는 손의 모양, 만나는 장소, 접두사의 속성에 따라 그 성질이 극화되거나 격변한다. 관절들이 구부러지고 엉키는 공간, 각기 다른 손가락들이 지시하는 방향을 한곳으로 모으는 광장으로 기능한다. 프로젝트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곳에 대문자는 없다. 특정한 손이 만든 악력을 진리로 보지 않는다. 모든 손의 기억들은 선험적이며 동시에 경험적이게 된다.

프로젝트 《a fist is a fist is a fist》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퍼포먼스 <응결 Condensation>은 지층의 표면에서 퇴적된 기저로, 주먹의 표피에서 진피층 안으로 흐르는 물(watercourses)들의 관계를 탐구한다. 각기 다른 배경에서 흐르던 물들은 어떻게 하나로 모이게 되었는가.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통의동 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 보안 3에서 웅덩이를 만든다. 여기에 세 줄기의 물이 흐른다.

물줄기 1은 심해로 더 깊고 넓은 유영을 원한다. 아가미의 개폐, 지느러미를 치고 흐르던 촉각을 기억한다. 물줄기 2는 찰랑이던 양수, 안락한 물살, 쉽게 변치 않는 일정한 온도를 기억한다. 물줄기 3은 모든 여정을 지나며 회상한다. 먹구름에서 지층으로, 화산의 폭파, 용암의 분출, 열기와 함께 바다를 굳히고, 찐득한 송진으로 흘러 이제는 표피 아래에서 일련의 기억을 추적한다. 이들은 해체(de-body)되었던 하나의 몸에서 서로를 새기며(embody) 같은 리듬으로 흐른다.1 각축장(arena)과 같은 이들의 만남은 움직임을 통해 하나의 리듬을 인식한다. 「신체 움직임이 리듬 지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험연구」에 따르면 각자의 과거(배경이나 교육 따위)가 리듬 지각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 결과는 물줄기를 타고 흐르듯 우리의 리듬 처리 과정이 생득적이고 본능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2 우리는 얽혀서 흔들린다. 아주 자연스럽게.

지난 2015년 유타대학교(University of Utah)에서 인간의 주먹은 세상에 나올 때부터 타격을 위해 설계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3 비교생리학자 데이비드 캐리어는 영장류 중에서도 인간의 손이 타격에 용이하게 엄지가 길고 손바닥이 짧은 구조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고작 생후 3개월의 영아는 외부 자극을 느낄 때마다 주먹을 쥔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의 일부인 ‘파악반사’로 무언가를 꽉 쥐는 힘은 생후 4개월 이후 점차 사라진다.4 이렇듯 정치-사회-문화적인 대립을 상징하기도 하는 주먹은 동시에 안정과 자기방어의 성질을 가지는 모순점을 지니며, 이를 환유적으로 겹치게 하는 지점을 퍼포먼스의 질료로 삼는다.

<응결 Condensation>은 세 개의 악기에서 나온 사운드를 담는다. 퍼포먼스를 위해 제작된 augmented vessels는 시각적으로 똑같아 보이는 수조-악기로 각기 다른 핏치(pitch)를 낸다. 같은 물성과 형태로 존재하지만 미묘한 두께와 곡률의 차이가 즉각적으로 작동하며 물의 표면을 타격하는 소리, 물을 휘젓고, 첨벙이는 소리,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를 다르게 송출한다. augmented vessels 연주는 손이 수조의 바닥을 터치하는 감각은 ‘트리거’가 되어, 또다른 물의 파생된 소리로 전환된다. 소리는 멀어지고 가까워진다. 소리에서 리듬으로, 리듬에서 음악으로 변태한다. 손을 펴 주먹을 쥐듯, 주먹을 펴고 손가락을 풀 듯.

무대의 장치로 들어선 수로들은 바닥에서 솟아나 천장에 걸려 늘어진다. 외압에 흔들리지만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주먹으로 비치는 비정형의 혈관을 닮은 반짝이는 줄기들의 늘어짐 속에서 관객들은 무엇을 상상할까. 형체 없이 순환하고 체화된 기억을 공유하는 순간은 생성될 수 있을까. 퍼포먼스로 이어진 주먹들이 일시적으로 한 공간을 점유한 상황에서 루킴은 질문한다.

하나의 웅덩이로 모인 우리는 어떤 잡음을 내며 응결하는가. 응결된 집합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1. 오민석, 「몸의 정치학:빌리–레이 벨코트의 이 상처가 세계이다 읽기*」, 영어영문학연구 제47권 제3호, 2021, 57-59쪽.
2. 조세은, 「신체움직임이 리듬지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험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2012, 1-20쪽.
3. Joshua Horns, Rebekah Jung, David R. Carrier; In vitro strain in human metacarpal bones during striking: testing the pugilism hypothesis of hominin hand evolution. J Exp Biology, 2015; 218 (20): p3215–3221.
4. 권순학, 「영유아의 신경학적 진찰」, Korean Journal of Pediatrics, 47권 11호, 2004, 11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