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선택

THE CHOICES WE MAKE

  • 참여작가: 박예나, 박윤주, 백연수, 장한나
  • 일시: 2023. 09. 15 – 10. 15
  •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1, 2, 3
  • 운영시간: 12:00 –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 Artists: Yena Park, Yunju Park, Yeonsu Baek, Chang Hanna
  • Date : 15. Sep. 2023 – 15. Oct. 2023
  • Venue : ARTSPACE BOAN 1,2,3
  • Hours : 12PM – 6PM
  • Closed on Mondays
  • Free Admission

Credit

  • 디렉터: 최성우
  • 기획: 박승연
  •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최정욱
  • 인턴 큐레이터: 손효진
  • 그래픽 디자인: 문정주
  • 공간 디자인 및 조성: 손정민
  • 영상장비: 시스미디어
  • 운송 및 작품 설치: 유니아트
  • 홍보물 제작설치: 그라운드57
  • 주최 및 주관: 통의동 보안여관
  •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년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하반기 기획전시 《은밀한 선택》은 사물과 인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고 사물의 고유한 존재가치를 찾아본다. 이들 사이에는 함께한 시간의 축과 그로부터 비롯된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의 기억과 사고에 따라 사물의 존재가치는 불규칙적으로 변하지만 때로는 우연한 인식으로 인해 새로운 존재로 다가오며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양가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객체의 힘과 무게를 인식하고 서로 상호작용하여 존재가치를 제고시킨다.

   이러한 구조는 인간이 대부분의 상황에서 사물과 일방적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이 사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도구로서의 가치를 발생시키고 존재적 의미를 유지시킬 수 있지만 다수가 인간과 단기적 관계로 얽혀있어 자연스러운 망각으로 이어지고 실제와 기억 속에서 모두 대량 소멸되고 만다. 그러나 우리는 사물이 쓸모를 다한 이후의 세계가 존재함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물은 우리의 기억에서 흐려질 뿐 그 객체의 세계에서는 아직 존재하며 인간이 아닌 또 다른 무언가와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네 명의 작가는 우리 주변에 눈에 띄지 않게 존재하며 목소리를 내 온 사물들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그들이 지닌 시간과 경험을 보여준다. 백연수 작가는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물체들을 진지한 작가적 태도로 바라보고 있다. 묵묵히 곁을 내어준 일상의 물건들과 관계 맺는 과정을 작품으로 재현시키며 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을 돌아보게 한다. 박윤주 작가는 인위적인 힘에 의해 운동성이 발생된 사물들의 내면에 얽혀있는 메커니즘을 상상하게 한다. 기존의 가치체계를 벗어나는 순간의 사물을 포착하며 그들만의 고유한 생애주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박예나 작가는 인류가 탄생시키고 폐기해온 인공물들이 부식되어 파편이 되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 일종의 생태계를 이루게 된 미래 세계를 가정한다. 이때의 생태계는 물리적인 세계와 비물질의 데이터 세계 둘 다를 포함한다.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객체들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적 시선으로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가진 고유한 물리적 힘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장한나 작가는 우리와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새로운 생태계인 뉴락을 주목한다. 쉽게 소비되는 인공 재료들인 플라스틱들이 우리의 인식에서 떨어져 나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인간에게 돌아오는 과정을 함축된 세계로 펼친다. 이와 같은 작품들로부터 사물의 탄생과 소멸의 순환에 대해 살펴보고 인간과의 관계와 더불어 생태적 밀접함까지 느껴볼 수 있다.

   《은밀한 선택》은 인간이 사물을 바라볼 때 내밀하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선택”에 대해 고민해 보는 전시다. 개개인의 필요성으로 인해 선택된 사물은 마지막까지 우리의 선택에 의해 지속과 소멸이 결정된다. 이 과정에 내포되어 있는 인간의 태도와 객체의 존재성을 참여작가 네 명의 작품 세계를 통해 질문하고 상상해 볼 수 있다. 태생적으로 인간의 필요에 의해 탄생된 사물은 존재 가능한 시간과 가치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인간의 기준으로 나뉜다. 이러한 순간의 선택이 쌓여 인간에게 버림받은(게 될) 것들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와 또 다른 선택의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 때의 지속과 소멸은 사물이 선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시 제목 《은밀한 선택》은 일본 작가 오가와 요코의 「은밀한 결정」에서 모티브함. 

참여작가 소개

박예나

박예나는 인공 문명에 대한 관심을 설치와 디지털 미디어 작업으로 풀어가고 있다. 인공 사물과 인간이 관계 맺는 양상을 탐구하며, 인간의 효율적 사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물이 다시금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제한하는 상황에 주목한다. 이는 우리를 둘러싼 인공 생태계를 인간 중심적 목적을 수행하는 객체적 세계가 아닌 자체적으로 생동하는 독립적인, 주체적 세계로 보고자 하는 태도에 기반한다. 인류로부터 탄생한 다양한 사물들을 물질적 또는 비물직적으로 재구성하며, 그들이 군림하는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발견하고, 재건한다. 최근에는 인간의 행동양식을 양분 삼아 번성해 나가는 또 다른 세계-생명체에 대한 상상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박윤주

박윤주는 공공영역과 개인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물의 생동감’을 주제로 작업한다. 사물(오브제)은 운동성, 변이, 변환의 과정을 통해 생동(vitality)을 얻게 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의미를 찾는다. 주변부의 이슈와 풍경을 담아 소설적 무드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각 내러티브에서 ‘사물, 즉 오브제’는 영역을 넘나드는 매개이자 살아있는 존재로 죽음과 삶의 차원을 이동하는 존재로 해석된다. 최근 몇 년간은 가상영역을 죽은 사물의 사후세계로 상정하고, 이종의 세계를 가상건축설계를 통해 건설하고 그 내부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사물의 의미와 생동감의 확장과 변이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장한나

장한나는 인간이 다양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효율적인 생산을 한 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인간이 생산한 모든 것이 통제 하에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인간의 창조물들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에 대해 수집, 관찰, 조사한 내용들을 사진, 드로잉, 설치, 영상 등을 활용하여 드러낸다. 최근 암석화된 플라스틱에 대한 〈뉴 락 프로젝트〉와 〈신자연〉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백연수

백연수는 나무를 다루는 조각가이다. 2003년 이후로 나무 조각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결혼 후 백연수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들을 나무 위에 재현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변 일상의 사물이 눈에 들어오게 된 시점은 두 아이를 양육하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신경 쓰고 돌봐야 하는 그 외의 대상들, 감정을 지속적으로 소모해야 하는 다른 대상들과 관계하기를 의도적으로 줄이면서부터이다. 사물은 항상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그 자리에 존재한다. 사물은 적당히 다정하고 적당히 무미건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