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 개인전

설탕을 녹인 공기

Melting a Lump Sugar

  • 일시: 2020. 09. 05 ~ 09. 26
  • 장소: 아트 스페이스 보안 2 (신관B1)
  • 운영시간: 12:00 ~ 18:00
  •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 전시서문: 장진택
  • 그래픽디자인: 테이블스튜디오
  • 공간디자인: 박석민, 고창근
  • 도움: 방수연, 이동혁, 홍성준
  • 후원: 서울문화재단

Melting a Lump Sugar

PARK SEOK MIN

Solo Exhibition

  • Date: 05. Sep. – 26. Sep. 2020
  • Venue: ART SPACE BOAN 2 (B1)
  • Opening Hours: 12PM – 6PM
  • Closing Days: Every Week Monday
  • Admission Free
  • Text: Jintaeg Jang
  • Graphic Design: Tablestudio
  • Design: Park Seok Min, KO Chang keun
  • Assistant: Bang Soo Yeon, Lee Dong Hyuk,Hong Seong joon
  • Supported by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ture
반응을 향한 어떤 예술 화학적 실험의 가능성

비교적 채광하기 용이한 값싼 광물을 귀하고 값비싼 금으로 누군가는 바꾸어 낼 수 있을까. 알려진 바처럼, 이러한 염원을 기초로 하는 근대 이전의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운동이자 학문을 우리는 연금술(alchemy)이라 부른다.

고대 이집트의 현자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Hermes Trismegistus)가 집필한 저서 《에메랄드 태블릿(Emerald Tablet)》에 등장하는 연금술은 사실 계몽을 통해 인간을 곧 신의 지위로 승화할 수 있음을 은유하고자 인용되었다. 따라서 연금술은 일정한 일반적 규칙을 따르면서 기술이나 학문 그리고 지식에 기초한 합리적 활동의 전반을 의미하는 테크네(techne)의 한 부문이자, 나아가 그러한 생산 활동으로부터 영적인 차원에서 인간의 비합리적 계몽을 이끌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성과 감성을 양가적으로 점유하려는 예술(art)의 형상과 꽤나 닮았다고도 할 수 있다. 박석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일견 메타(meta)적인 입장에서 예술을 취하면서, 그가 지향하는 미적 인지의 형식 그 자체를 공유하고자 시도한다. 그리고 그 시도를 행함에 있어 작가는 대상의 형상을 마치 시간당 프레임으로 분할한 이미지 데이터와 유사한 방식으로 저장하거나, 또는 동일한 시간 속에 존재하는 대상의 형상을 다면적으로 촬영하는 듯한 형식의 평면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와 같은 그의 방법론을 통해 박석민은 대상을 마치 원소적으로, 즉 더는 분해할 수 없는 기본 성분의 합으로 대상을 인식함으로써, 진실로 대상과 공감하기 위해서는 물질의 기본 단위 수준에서의 접근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전시 «설탕을 녹인 공기»는 그처럼 작가 자신의 태도를 작품에서 전시의 범위로 확장해 적용하면서, 동시에 자연스레 이를 연상케 하는 시공간적 여과 장치를 표면이라는 경계에 투사한다.

물로 설탕을 녹인다면 여기서 만들어진 용액의 무게는 최초 사용한 용매의 그것과 같지만, 그 맛은 처음과 달라진다. 이렇듯 용질을 용해하기 위해 공기라는 용매를 사용한다면 그 물리적인 성질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지언정, 그것이 발산하는 감상의 생성물 또한 분명 처음의 그것과 같지 않을 수 있다. 박석민은 그처럼 연금술의 행위와 유비하는 예술적 실천을 통해 다시 한번, 또 다른 금의 가치를 정련하려 한다. 그 가운데 작가는 그가 감각하는 형이상학적 사유로 우리를 감싸 안으면서 모호한 자의적 감상의 단계, 그 너머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조우하게 될 상호 이해를 명징하게 도출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그리고 이곳이, 언제나 너와 나 사이에서 침전해 있던 그것을 처음으로 맞닥뜨릴 순간일지도 모른다.

장진택(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