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개인전 Naomi solo exhibition
《파시波市 Lost village on the sea

  • Date : 11. Nov. 2022 – 2. Dec. 2022
  • Venue : ARTSPACE BOAN 3 (B2)
  • Hours : 12PM – 6PM
  • Closed on Mondays
  • Free Admission
  • 일시: 2022. 11. 11 – 12. 2
  •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3 (신관 B2)
  • 운영시간: 12:00 –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Credit

  • Text: Naomi, Eunhye Grace Nam
  • Video Edit: Alex
  • Video_China part: Huang haobin , Jin longhao
  • Sound: Synn Yejune
  • Graphic design: Kimbak Hyunjeong
  • Sponsored by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크래딧

  • 글: 나오미, 남은혜
  • 영상편집: 박선주
  • 촬영_중국: 황호빈, 김룡호
  • 음악: 신예준
  • 그래픽 디자인: 김박현정
  • 후원: 서울문화재단

이번 전시는 《Liberation of coastline landscape》, 《River of shadows》 등 개인전과 기획전으로 진행해오며 확장시켜온 《연안해방》프로젝트(2019-)의 일환이다. 자연 해안선의 변화, 연안 기능의 상실, 갯벌의 매립 등 해항 풍경의 변화를, 서해(Yellow Sea)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 해항에서의 시선의 교차를 통해 사라진 혹은 잔존해 있는 이미지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인천항은 육지-연안-바다로 이어지며 바다의 서사가 강한 반면 중국 해항은 육지와 연안, 바다 그 사이 좁고 깊은 강의 서사가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

근현대 사진을 통한 역사적 사건들의 이미지, 개인의 구술기록이나 문헌, 설화 등의 텍스트 자료를 통해 장소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비교연구하는 작업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이때 수집된 이미지들이 장소, 이데올로기, 시대에 따라 어떻게 번안되고 사라지고 있는지 발견하고 추적하며, 이를 회화적으로 장면화하거나 공간에 설치한다. 선택한 이미지들은 화면 안에서 다큐멘터리적 서사구조를 취하며 병치되고, 그 이미지들간의 갈등과 충돌이 생산해낸 서사적 맥락을 통해 주제의식을 표현한다.

매립이 진행중이던 북성포구를 연구조사 할 당시 이 곳에서 선상 파시(波市)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고, 실제 마주했을 때 그 특징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목도했다. 파시는 해류를 따라 북상하던 어류와 같이 어선들이 이동했던 해상 시장의 한 장면으로, 연평도 파시를 기록한 근현대 사진을 보며 그 잔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임시성과 이동성의 특징으로 인해 마치 해상 도시가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과 같은 일시적 풍경이 펼쳐졌던 것이다. 작품 <파시波市_Lost village on the sea>는 이러한 일시적 풍경을 디오라마 형식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배가 땅이 되고 수평선이 없던 바다, 일본인이 설립한 동양포경주식회사의 대청도 고래잡이 등 사라진 풍경과 현재 배는 없고 닻만이 놓인 연안, 매립과 개발에 의한 생태계의 혼란으로 사라지고 있는 새와 물고기의 초상을 회화적으로 장면화한다.

파시로는 사라진 풍경을 표현했다면, 작품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새와 물고기>에서는 풍경의 요소인 물고기와 새를 호명하고 어류도감의 형식으로 기록, 이미지화하고자 했다. 전시장 가운데 놓인 은박 비늘 오브제 <물고기탈>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실체를 표상하려는 듯, 마치 데스마스크(death mask)와 같은 물고기의 표피를 상징화하는 작업이다. 회화의 뒷면, 풍경의 바깥에는 영상 <바다의 신, 바다를 건너간 신>이 위치한다. 서해의 지역성, 역사성에 기반해 맥아더 장군을 바다의 신으로 모시는 이정자(1955-)만신을 알게 되었고, 맥아더 장군 무신도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아버지의 부재, 인천에 미군기지가 있던 시대적 상황, 모뉴먼트의 설립(1957) 등 그로 인해 스스로 만들어낸 대항 기억 이미지라 판단되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시대적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과거와 동시대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느껴졌다. 이에 반해 바다를 건너간 신, 백의신녀상은 단군신화의 웅녀로 현재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만천성 국립공원에 높이 18m의 거대한 석상으로 세워져 있다. 이렇게 현재 맥아더장군은 최영, 임경업 장군에 이어 새롭게 바다의 신으로 웅녀는 바다를 건너간 신이 되었다.

아카이브 실천으로서의 회화: 나오미의 <연안해방> 프로젝트

남은혜

개인적이고도 개별적인 자료들로 구성된 나오미의 현재진행형 프로젝트 <연안해방>(2019-현재)는 주류에서 배제된 영역에 대한 기억으로서의 아카이브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회화의 이미지들이 단순한 기록물의 집합으로 머물지 않도록 작가가 새로운 내러티브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이와 같이 미시사에 초점을 둔 대안적인 역사 쓰기로서의 아카이브 작업은 오래 전부터 대항적인 성격을 가지고 작동해왔는데, 이러한 움직임을 가능케 한 이론적 기반은 단연 미셸 푸코의 논의일 것이다. 푸코는 물질적이고 실증주의적인 역사학에서 벗어나 ‘대항 기억(counter memory)’과 반역사적 실천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아카이브를 행정적 기록을 넘어선 또 다른 시공간 속에서 새롭게 구축되는 것으로 재정의한다.1 그의 아카이브에 대한 재정의는 역사적 기록, 즉 과거의 시제, 기억과 상이한 아카이브가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나의 역사가 아닌 복수의 역사가 탐색되고 표현될 수 있도록 그 조건을 이론화한 것이다. 푸코에 따르면 적법한 ‘공식’ 역사는 지식의 형성을 조정할 힘이 없는 이들의 ‘소외된’ 역사와 나란히 존재한다. 큐레이터 더글러스 포글(Douglas Fogle)은 이 용어를 “주변부와 일상이 세계사의 위인들보다 우위를 점유하는 새로운 종류의 역사 기술”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2 즉 기존의 역사주의적 담론이 그의 대항적 실천과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담론의 장을 열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1980년대의 역사적 그리고 정치적 격변을 지나며 아카이브의 의미가 변화되었고, 기존 기록학에서 수용되고 관용적으로 인지되어 온 것의 대항지점으로 푸코의 아카이브 개념을 제시할 수 있는 것처럼 푸코의 주장은 보다 미세하고 미시적인 실천 방식을 통해 힘의 구조가 전복될 수 있음을 밝혔다.

가려져 있던 개별적인 역사 서술에 대한 관심은 나오미 작가의 작업 에서도 중요한 주제이다. 특히 작가는 인천과 단둥의 포구, 금강산, 압록강 근처의 국경 지대의 고증과 조사의 단계를 거쳐 회화를 구성해낸다. 이는 자본주의, 사업의 발전의 거대 담론에 묻힌 지역의 역사를 복원하고 전함으로써 어떤 지역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속에서 지역의 경험을 역사화하고 미시적 시각에서 지역의 의미를 검토해 개인적 주체성과 행위성을 가시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테리 쿡(Terry Cook)의 말처럼 집단 기억 또는 사회적 기억을 형성하는 적극적인 아카이브의 역할을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3 연안지역에 대한 수많은 기록물들이 회화에 녹아들어 실제와 상상의 이미지들이 혼재되고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면, 이 또한 개별적이고도 다층적인 기억을 만들어내는 아카이브적 실천이 아닐까.

회화로 나타나는 아카이브

나오미는 2019년부터 근대 역사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있는 해양 도시의 연안 풍경을 리서치하고 그 자료를바탕으로 한 회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인천뿐만 아니라 단둥, 요코하마의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그 장소의 역사를 탐구하여 이루어진다. 작품에 포함시킨 여러 요소들은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근현대 사진, 인터뷰를 통한 구술 자료, 기존 자료연구에서 중시되었던 요소들을 함께 배치하는데 중요한 점은 이 자료들이 물질 그대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 작업을 통해 가공된 아카이브의 형태로 탄생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구축된 나오미의 회화는 그 자체로서 연안에 대한 집약이자, 아카이브이다. 또한 회화의 재료가 되는 수많은 기록물은 사적인 자료와 공적인 자료가 뒤섞여 나타난다. 이는 개인사와 거대한 역사 담론을 반드시 상반된 것으로만 인식하기보다 상호 보완적인 것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4 그렇다면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이 회화는 하나의 장소에 대한 단순한 기록의 집합일까?

대항 기억으로서의 서사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과거와 현재, 개인과 공적 역사가 혼재되어있는 <연안해방>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단순한 자료의 집합에 그칠 수 없다. 즉 나오미 작업의 다층적, 확장적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연안 역사를 새롭게 직조하고자 시도한 점은 자료의 총체를 넘어 다층적인 맥락이 구현되고 있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작가는 더 이상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재생하거나 정통성을 회복하는 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외형적으로 전혀 연관성 없는 일상적인 풍경들을 연안과 관련된 사실, 설화 등과 병치시킨다. 이는 특정한 사건, 인물, 사물들을 전혀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을 실험해보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실질적이거나 상징적인 의미에서 아카이브를 필요로 하는 욕구는 진정으로 과격한 종결 없이는, 혹은 망각의 가능성을 없애지 않고는 불가능하며 덕분에 억제되지 않았음을 주장한다. 또한 그는 아카이브가 보존적이면서 도 혁신적이고 심지어 새로운 기억과 기억의 틀을 창출해내는 예상치 못 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5 유사한 맥락에서 연안의 미시적인 역사를 끌어내려는 작가의 시도 또한 근본적으로는 창조적일 수 밖에 없다. 유용한 아카이브의 범위에 대한 고민은 단순히 과거를 발굴하여 나열 하기 위함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과거가 지니는 의미를 재해석해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 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오미는 자료를 모아 기록물 그 자체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그것을 바탕으로 회화에 새로운 서사를 구현하고자 한다. 이는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보존된 기억에 대한 확실성과 그 역사에 대한 의문에서 파생된, 즉 푸코로부터 시작된 아카이브의 선형적 의미와 가치에 대한 해체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기존의 대서사와 뒤섞여 나타나는 개별적인 역사는 보는 이마다 다른 서사를 직조하게 만들며 이른바 대항 기억의 발굴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다큐멘터리적 사실성과 미학적 허구성을 결합하여 선형적 역사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는 나아가 전시 공간에서 그 설치방식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새로운 서사를 구현해낸다.

확장되는 서사

작가가 회화를 통해 아카이브적 실천을 했다면 직접적인 전시 공간에서 그의 기능이 강화되도록 하였다. 작가는 무대예술에 참여한 바 있으며 폐관한 청계천의 바다극장을 섭외하여 《동시상영》(2018)이란 제목의 전시를 열었다. 당시 폐관된 극장의 무대에 그림을 배경으로 세워놓거나 카페트를 깔고 오래된 의자를 설치하는 등 공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연극적 상황을 만들어냈다. 즉, 작가는 공간의 특징을 섬세히 반영하고 특정한 장소와 작품의 설치 방식이 어떠한 효과를 내는지 영민히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거대한 회화가 벽화 혹은 장벽처럼 보이도록 설치한 부분이 돋보인다. 전시 《보더리스 사이트》(2021)에서 <끝 없는 환희를 그대에게>는 거대한 디오라마 형식으로 설치되었다.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아치형 벽에 설치되어 그 앞에 관객이 서게 되면 마치 벽화와 같은 거대한 느낌을 주었다. 거대한 회화는 그 확대된 크기만큼이나 다층적인 개별적 서사를 생성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오미는 <연안해방> 프로젝트의 풍경 대부분을 여러 캔버스에 걸쳐 그려내고 그 사이의 빈 공간을 인식할 수 있게 설치한다. 멀리서 회화를 보면 매끄러운 하나의 이미지 같으나 다가서보면 두 개 이상의 캔버스를 사용하여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바로 캔버스 사이의 작은 틈이 장소에 대한 새로운 스토리를 강화시키고 있는 지점이다. 마치 연안의 모습을 뚫린 창으로 부분적으로 볼 때 그 사이의 장면을 각자 다르게 그려내듯이 캔버스 사이는 전혀 다른 맥락의 서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을 품고 있다.

나오미의 회화를 렌즈 삼아 보면, 급격한 개발과 산업화로 인해 매립되며 변화하고 있는 연안 경계선의 풍경을 더 이상 하나의 정형화된 풍경으로 바라볼 수 없다. 작가의 연구는 대안적인 역사의 내러티브를 보여줄 뿐 아니라 특정 장소와 이를 둘러싼 기억이 서로 다른 시점과 역사적 맥락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오미의 작업과 전시는 현재의 시점에서 연안이라는 장소의 스토리에 보다 창조적으로 간섭하고 이를 재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회화와 모든 설치에서 왜 이러한 이미지 혹은 오브제가 보존되었고 제외되었는지의 문제는 단순한 과거사의 문제로 치부할 것은 아니다. 장소와 장소를 둘러싼 사람들의 기억, 그리고 양자 간의 역학성은 복잡해지며 이 점이 아카이브 실천으로서의 나오미 작업에서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1 미셸 푸코, 『지식의 고고학』, 이정우 옮김, 민음사, 2000, pp. 25-26.

2 Douglas Fogle, ‘Volatile Memories’ in No Place(Like Home)(exh. cat.), Minneapolis: Walker Art Center, 1997, p. 117.

3 Terry Cook, ‘Archival science and postmodernism: new formulations for old concepts’, Archival Science, vol.1 (March 2001), p. 4.

4 Susannah Radstone and Katharine Hodgkin, ‘Regimes of memory: an introduvtion’ in Memory Cultures: Memory, Subjectivity, and Recognition, New York: Routledge, 2003, p. 12.

5 Jacques Derrida, Archive Fever: A Freudian Impression,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6, p. 7.

그림1

본 글은 2021 서교예술실험센터 공성장형 창작지원사업 <링크(LINK)> 선정사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번 글은 전시를 위한 축약본으로 글 전문은 QR코드를 찍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