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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_20120905

[서울 핫플레이스]시간마저 느리게 걷는 골목길 `경복궁 서촌`

입력 : 2012.09.05 10:38:20 수정 : 2012.09.05 10:45:00


북촌은 익숙하지만 서촌은 조금 낯설다. 경복궁의 서쪽에 위치했다 하여 이름 붙은 서촌은 지금의 청운동, 효자동과 사직동 일대를 일컫는 꽤 광범위한 지역이다. 과거 권세 높은 양반가들이 주로 모여 살았다는 북촌과 달리, 이곳은 의학이나 천문학 등 조선시대 전문직 중인들이 모여 살던 지역으로 보다 사람 냄새 나는 살가운 풍경이 남아있다. 근대엔 화가 이중섭과 시인 윤동주, 작가 이상 등이 이곳 주민이었다고 하니 옛 서울을 가늠해보기엔 이만한 동네도 없다. 게다가 최근엔 서촌의 매력에 빠져 자리를 옮긴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가 즐비하니 그야말로 떠오르는 서울의 핫플레이스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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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의 살아있는 역사,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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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추문(경복궁의 서문) 건너편에 위치한 허름한 외관의 보안여관은 과거 서정주와 이중섭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장기 투숙했던 곳으로 그 자체가 통의동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세월의 더께를 고스란히 입은 낡은 간판은 이제 묵어가는 이 없는 쇠락한 여관의 냄새를 풍긴다. 한때 철거 위기에 놓이기도 했던 보안여관은 다행히 한 예술가의 도움으로 지금은 비정기적이긴 하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시기간 중에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고뇌가 가득했던 여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으니 놓쳐선 안 되겠다.

종로구 통의동 2-1/02-720-8409

cafe.naver.com/boaninn

미술계의 핫플레이스, 대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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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유럽 가구 스타일의 완성자로 평가되는 덴마크 디자이너 핀율을 국내에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던 대림미술관은 트렌드를 앞서가는 젊은 기획전으로 늘 주목 받는 공간이다. 특히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나 루이비통과 마크 제이콥스의 캠페인을 담당했던 유르겐 텔러의 광고사진은 기존의 미술관에선 보기 어려웠던 신선한 기획으로 젊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종로구 통의동 35-1/02-720-0667/www.daelimmuseum.org

 

아나키스트 이회영을 만나다, 우당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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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KBS드라마 <자유인 이회영>을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던 우당 이회영은 당대 손꼽히는 명문세가의 자손이었으나 조국의 해방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아나키스트의 위태로운 삶을 선택했던 독립운동가다. 신교동에 위치한 우당기념관은 이 같은 선생의 높은 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공간이다. 특히 가진 자의 특권을 누리기보다 사회적 책임을 더 깊이 고민했던 모습은 현대에도 전하는 바가 크다.

종로구 신교동 6-22/02-734-8851~2/ www.woodang.or.kr

 

한옥으로 들어온 사진 갤러리,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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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의 좁은 골목길 안쪽에 숨은 보석 같은 전시공간, 류가헌을 발견한 첫인상은 그러했다. 나란히 기와지붕을 맞댄 한옥 두 채를 각각 사무실과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는 이곳은 잔디마당과 툇마루, 탁 트인 하늘마저 관람객들과의 소통공간이 된다. 주로 국내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주제와 소재, 스타일의 경계가 없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마당 옆 작은 카페에선 잠시 쉬어가며 사진 관련 서적들을 읽을 수도 있다.

종로구 통의동 7-10/02-720-2010

www.ryugaheon.com

세련되고 감각적인 헌책방, 가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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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하면 으레 낡은 종이냄새와 미로처럼 얽힌 책더미를 떠올리지만 창성동 길가에 위치한 가가린은 조금 다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외관은 물론 내부도 깔끔하게 정돈돼 북카페 못지않은 ‘쌔끈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주로 수입 디자인 서적들을 취급하고 있어 관련 전공 대학생들이나 젊은 디자이너들이 즐겨 찾는다. 가끔씩 회원들이 내놓은 화장품이나 가방, 액세서리 등으로 꾸려지는 벼룩시장도 쏠쏠한 볼거리다.

종로구 창성동 122-12/02-736-9005

티베트 난민 지원하는 특별한 문화공간, 사직동 그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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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공원 뒤편에 자리한 사직동 그 가게는 서너 개의 테이블이 전부인 작은 카페지만 너무도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해내고 있다.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는 비정부기구 ‘록빠’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자원활동가들이 아이디어를 낸 이색적인 메뉴와 현지 여성들이 직접 제작한 수공예품을 판매해 그 수익금을 후원금으로 환원하고 있다. 각종 문화워크숍과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니 인도여행이나 티베트 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의외의 알찬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종로구 사직동 1-7/070-4045-6331/ blog.naver.com/rogpashop

오리지널 디자인 스토어, 마켓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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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친화적인 소재와 군더더기 없는 내추럴한 디자인으로 사랑 받는 마켓엠이 통인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소박한 가정집을 개조한 건물 1, 2층엔 마켓엠의 다양한 가구와 소품, 가드닝 용품 및 해외 오리지널 디자인 제품들이 가득하다. 특히 마켓엠이 직접 디자인해 생산하는 리빙 브랜드 M&B 퍼니처는 쇼룸을 통해 여자라면 누구나 꿈꿀법한 공간을 제안한다. 잠시 들러 집 안 분위기를 한번에 바꿔줄 마법의 소품 하나 구입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종로구 통인동 118-10/02-325-4769/ www.market-m.co.kr

기름떡볶이와 도시락 카페로 떴다 통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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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명물 통인시장은 기름떡볶이로 유명세를 얻었다. 고추장이나 간장으로 양념한 떡볶이를 기름에 볶아내는 기름떡볶이는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중독성 강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엔 쿠폰을 구입해 시장 내에 있는 반찬가게에서 먹고 싶은 반찬을 골라 담는 뷔페식 도시락카페가 대세다. 4000~5000원이면 푸짐한 반찬에 밥과 국까지 즐길 수 있어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에게 인기폭발이다.

종로구 통인동 44/02-722-0911

www.tonginmarket.co.kr

[글과 사진 권다현(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34호(12.09.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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