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작가 : 권자연, 김영미, 류호열, 박지훈, 박진범, 이배경, 임동원, 홍범

● 전시 소개

□ 기획글 / 이배경

2009년 10월 22일 갤러리 정미소에서 진행된 “refraction reflection” 전시를 통해 소통과 전달 등의 단어로 서술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의문들을 기획한바 있다.
“refraction reflection”전은 5명의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refraction/reflection (굴절/반사)이라는 제목으로 영상, 사운드, 설치를 포함한 공동작업 형식으로 전시를 마련했다. 수용과 양보, 대화와 자극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위해 매주 1회의 워크샵을 2달 동안 진행하고 그 성과물들이 전시형태로 진행되었다.
사운드, 영상, 평면, 미학, 입체 부분에서 각각 1명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했고, 따라서 작가들의 많은 참여와 토론의 시간을 요하는 순탄치 않은 작업과정이었다.
이번 Closed circuit 전에서도 소통의 문제로 전시를 기획한다.

“보안여관” 전시장소와 Closed circuit 시스템을 통한 외부와 작가와의 소통, 작가 상호간의 소통과, 공간과 시간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색다른 소통의 방향과 형식을 만든다. 시간과 공간의 해석과 작가의식이 만나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시간과 공간의 Identity를 소통을 통해 표현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1차 input: 공간(보안여관) 외부로부터의 input이 작업의 시발점이 된다. 이는 현 사회와 1930년대 문을 열고, 2006년 문을 닫을 때까지 80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켜온 통의동 역사로서의 ‘보안여관’ 또는 시대에 맞지 않은 시설로 전락하기까지 불특정 다수가 머물렀다 떠나가는 여관이라는 공간으로서의 보안여관과 관계일수도 있다.
1차 input을 받아들인 작가가 1차 input을 본인의 작품으로 소화하여 표현하고 작품화 한다. 그리고 그 작품이 바로 다음 작가의 input이 된다. input과 output의 과정이 8명의 작가들을 지나 마지막 output은 다시 외부를 향하게 되고 외부로 보내진 output은 언젠가 다시 첫 작가의 input으로 들어가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이배경)

● 프로젝트 소개

□ 전체주제 : 이상한 매개체 – 앤트로피의 관점에서 / 이병희, 갤러리정미소 아트디렉터

현대의 실험적인 예술행위들이 하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은 단순히 잘 알려진 사회 비판과 감시, 보완으로서의 매개자의 역할, 예를 들면, 사회봉사라든가, 기부와 같은 행위는 아니다. 실험적 예술행위가 하는 매개 행위란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주체형태들 사이를 미래적으로 매개하는 역할이다. 그 행위체는 말하자면, 알려지지 않은, 실험적인, 말 그대로 이상한 매개역할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현대의 알려지지 않은, 현대의 의미작용, 현대의 시스템으로 환원할 수 없는 어떤 잔여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쉽게 예를 들자면, 소제목인 엔트로피를 설명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엔트로피란 잘 알려진 대로 열역학적 개념으로 일로 전화될 수 없는 에너지, 즉 쓸모없는 에너지를 말한다. 물리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에너지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인 반면에, 일을 할 수 없는 에너지, 즉 일로 전환될 수 없는 에너지를 엔트로피라고 말한다. 이것을 정신분석에 바탕한 현대철학자 라캉은 의미 작용의 잔재, 잔여, 환원불가능한 잔여인 향유(의미작용의 찌꺼기 같은 것)를 이 엔트로피에 비유하여 이야기한 바 있다. 이것에 착안하여, 갤러리정미소와 (사)스페이스코디네이터는 2010년 프로젝트를 일종의 현대의 실험적이 할 수 있는 이상한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엔트로피(바꿔 말해 향유)의 관점에서 동시대성에 대해서 우연성과 통시성 두가지의 접근을 하도록 한다. 흔히 ‘향유’라는 개념이 실제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는 보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개념이라, 이것을 물리학적인 용어인 ‘엔트로피’로 바꾸어 화두를 던지게 되었다.
여기서 동시대성이라 함은 미래적 사건의 징후로서의 동시대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굳이 들뢰즈적 시간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재라는 것은, 과거적 현재, 현재적 현재, 미래적 현재가 공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직선적 시간성과 달리 우연이 겹쳐있는 현재에 발생하는 사건들을 우리는 ‘예술’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래서 우리 프로젝트에서도 세부 파트를 나눌 때, 우연성(동시성)의 관점과 통시성(미완의 역사적 관점이 부여된)의 관점이라는 두 개의 관점을 갖고, 릴레이형 프로젝트를 엮었다. 각 파트별로는 모두 엔트로피(향유)라는 운동을 실험적으로 시각화 시켜보고, 담화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첫번째 우연성(동시성)의 관점은, 일종의 현대미술의 시각미술의 입장에서, 두 번째의 통시성의 입장에서는 역사적, 공간적(건축적) 입장에서 접근하도록 시도해 보았다. 물론 이와 같은 시도는 결정론적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실험적인 화두를 어떻게 현대의 체제들과 작가들이 풀어갈 수 있느냐를 시험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각 파트별로 이 주제가 구체화-가시화되는 방식은 다양할 것이다. 형식실험, 담화개진, 작가소개 등등.
각각의 지형도 속에서, 일종의 쓸데없는 쓰레기라고도 부를 수 있는 엔트로피가 양산될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 그 엔트로피는 치명적인 것일 것임이 분명하다. 적어도 갤러리정미소에서는 그 치명적 엔트로피를 양산하는 매개자들, 혹은 매개체의 양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병희, 갤러리정미소 아트디렉터)

● 기획자 및 참여작가 소개

● 전시작업 및 작가노트

□ 기획자 / 이배경

EDUCATION
2002 – 2004 KHM, Post Graduate student at the Academy of Media Art Cologne,
(Media Art) 대학원과정 졸업(Diploma). 쾰른, 독일.
1996 – 2002 HBK, College of Fine Arts Braunschweig, (Film and Video)졸업
(Diploma), 부라운슈바익, 독일
1989 – 1995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학과 졸업.

Solo Exhibition
2009 “Repeated Freedom” 가일갤러리 기획전, 서울.
2008 “city.man.wind” 관훈갤러리 초대전, 서울.
2007 “Space-time continuum lll” (Relationship), Brain Factory 기획전, 서울.
2006 “Space-time continuum II”, (under the shadow of saturn), 노암갤러리 초대전, 서울.
2006 “Space-time continuum II “, (Mirror of the Real), 갤러리정미소 초대전, 서울.

장소와 상황 등을 기억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기억하는 당사자가 사라진 후에 그 기억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저장되고, 저장은 또다시 다양한 해석을 만들어 낸다.
보안여관은 주목할 만한 역사의 기억이나 사건의 현장이 아닌 관계로 문서나 이미지를 통한 정확한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신빙성 있는 추측과 상황들이 존재하고 이것들이 해석의 단초를 제공한다. 문자화된 보안여관의 모든 기록, 추측과 상황들을 담은 문자들을 분해하고 현재 보안여관 앞에서 일어나는 변화들로 이를 영상과 사운드로 해석하려 한다.
여관의 기능과 현재 그 기능의 상실과 상실을 통해 얻은 또 다른 기능성, 그리고 기억들, 이모든 것을 “기억과 시간 (인터랙티브 영상설치)”이라는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 참여작가

권자연

Solo Exhibition
2008 sleeping dolls (갤러리 진선, 서울)
2006 fragments-12th avenue (브레인 팩토리, 서울)
2002 fragments-drawings (한전플라자, 서울)
2000 Looping fragments in the Loop (대안공간 루프, 서울)

보안여관이 축적하고 있는 다양한 시간의 층과 흐름을 모래시계라는 형태를 빌어 표현한다.
보안여관2층에 보안여관 전체가 하나의 큰 모래시계처럼 모래를 쌓아두고, 오랜 시간 동안 자연스레 생겼을 여러 구멍들을 통해 모래를 흘려 보낸다.
모래들은 큰 구멍에서는 빠르게, 작은 구멍에서는 느리게 흘러서 1층에 쌓인다.
전시 기간 내내 진행 될 것이다.

김영미

Solo Exhibition
2008 QUEST (청계창작스튜디오)
2005 trace (갤러리아트링크)
2000 분절된 것에 대한 잔상(금산갤러리)

보안여관이라는 시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불특정 다수가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공간 속에 떠도는 간과된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는 것에서 이번 작업은 시작되었다. 이 낡디 낡은 공간에 밴 유기적 시간을 드러내기 위해 얇은 비닐로 막을 만들어 숨을 쉴 준비를 한다.
이제 이동원의 템포는 맥박이 되고 박진범의 전원은 유기적 에너지가 되어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보안여관 속의 공기와 냄새는 비닐 터널을 따라 호흡하게 되며 은폐되었던 시간들도 덩달아 움직이게 된다. 이배경의 시선들은 보안여관을 한 바퀴 돌아 마지막 숨으로 내쉬어져 창문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나가게 된다.

류호열

Solo Exhibition
2009 Samtoh Gallery / 서울, 대한민국
2008 Art Scola Gallery / 상하이, 중국
2007 Dr. Park Gallery / 양평, 대한민국
Kunstverein in Hannover / 하노버, 독일
2006 NKV Kunstverein-Wiesbaden / 비스바덴, 독일
Space Cell / 서울, 대한민국

작업의 주제는 ‘공간의 재구성’이라 말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사회, 문화의 변화와 건축양식의 변화가 흥미로운 주제로 다가왔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공간이 갖는 특색을 재해석 해보려 한다.
1930년대부터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이곳, 머뭄과 떠남이 공존했던 문화의 공간인 보안여관, 좁디좁은 여관방의 나열들을 작업의 모티브로 삼는다.
‘여관방’이라는 공간을 조금 더 세분화시켜 공간의 특성을 극대화하였다. 작업의 진행은 여관방의 구조를 양적으로 다양화시키는데 있으며, 공간을 구성하는 구조물과 문(門)들을 이용하여 보다 많은 방들로 나눠 나간다.

박지훈

Solo Exhibition
2009 “One Day, One Deal” (갤러리 팩토리, 서울)
2008 “One Day, One Deal” (호가컬렉션 갤러리, 뉴욕)
2007 “미치지 않은 사람을 위핚 모자” (김진혜 갤러리, 서울)
2007 “분절과 불확실성” (자넷 오 갤러리, 서울)
2006 “말더듬증” (남양주종합촬영소, Studio #7, 남양주)
2006 “YECA relay” (자넷 오 갤러리, 서울)
2006 “The Wet Dreamer” (호가컬렉션 갤러리, 뉴욕)

이번 작업은 내가 이제껏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다른 작가들의 작업에 반응하는 방식으로서의 작업’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지 않은 것(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었다. 우선 내가 스스로 한 질문은 ‘과연 철저히 개인적이지 않은 상태’가 가능한가. 이고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현재의 생각은 이러한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문현답’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생산성에 대한 설렘 혹은 어리석고 바보스러울 수 있는 상태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이때까지 가지고 있던 나의 ‘아집’은 (그래서 오랫동안 비인기작가군의 대열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이겠지만) 작업의 철저한 개인성이었다. 그렇다고 소통의 단절을 고의적으로 유발시키는 것이 아닌 단지 작업으로의 통로에 다소 옹졸한 제한을 두는 정도의 것이다. 이런 경우 말 그대로 철저히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소통의 실패에 대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고 그냥 부정적 결과를 개인적인 푸념에 적당히 섞어서 마셔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다른 작가들이 하는 일들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봐야 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작업들에 적절히 반응을 하는 결과를 작업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은 나이트클럽에서 혼자 춤을 추고 있는 이성에게 춤을 추면서 다가가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시를 한 구절씩 주고받았던 고상한 행위와도 다르다. 이것들은 ‘나’라는 개인에 의해서 다시 한 번 개인적인 감각의 장치를 통과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터무니없는’ 해석으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소심하게 하지만 간절히 바란다. ‘오역(誤譯)의 즐거움’이 바보스러움을 덮어줄 수 있기를.

박진범

Solo Exhibition
2009 박진범 조각전 <해태본사, 서울>
2008 박진범 조각설치전 <도배박사, 서울>
2005 An Assemblable Sculpture <브레인팩토리, 서울>
2003 KEEPING <사간갤러리,서울>

집이란것은 어찌보면 사람을 닮았다.
더욱이 오래된 집들은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고 늙어지는 것처럼 그것과 같다.
사람은 세월이 지나면 나이만 드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몸과 마음에 흔적이 남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적을 너무 샇이지 않게 지우며 산다.
그래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은 더욱 뚜렷이 각인되어지기도 한다.
이러하듯이 집이나 건축물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의 흔적들을 남기게 된다.
특히 보안여관 이란 특징적 상황은 많은 사건과 다양함을 담아내고 수많은 흔적과 흉터를 남기고 있다.
그간 원래 자신의 목적으로 수고 했을 보안여관에게 치유의 의미로 약간에 수혈을 선물로
주고싶다.

임동원

EXHIBITION
2009 갤러리 정미소 외부기획자 초대전 Refraction/Reflection

보안여관은 아직까지 여관이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숙박이라는 여관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한지는 오래됐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역할이 있었지만 이미 그 힘을 다 써서 더 이상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된 여관은 방문객을 바라볼 때 어떤 느낌일까요? 여전히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품어주고 싶은 할머니 같은 마음일까요? 아니면 더 이상 원래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퇴직자의 마음일까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저는 마음을 가진 존재로서의 보안여관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보안여관의 마음은 바로 제가 생각하는 방식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보안여관은 처음보는 사람이 자신에게 불쑥 몸을 집어넣으며 들어올 때 깜짝 놀라기도 하고, 동시에 두근거리는 기대감을 갖기도 합니다. 더 이상 잠자리를 내어줄 수 없는데 대체 왜 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경계심을 비추기도 합니다. 여관에서 좀 더 오래 머물다 간 관객은 잊지 않고 기억에 새겨두기도 합니다. 여관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도 못하고 무료한 일상을 되새기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어쩌면 그것이 가장 마음 편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홍범

Solo Exhibition
2009.06.01 Somewhere in Mind‟ Total Contemporary Museum, Seoul, Korea
2007.12.11 Lost woods‟ Art space, sarubia‟ Seoul, Korea.
2007.04.19 Space Entwine‟ Shin Choi, NY, NY

많은 기억들과 담론들이 혼재했었던 오래된 공간은 항상 밀도감이 높다.
뼈대만 남아있고, 달랑 흙벽만이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듯한 보안 여관도, 예상대로, 들쳐보면,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듯한 수많은 켜들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들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시간과 공간에 갇힌 채 세세한 이야기는 들을 수가 없다. 느껴지는 것은 침묵과, 어떤 거대한 사념의 덩어리들이 공간 어디엔가 뭉쳐져 있을 것 같은 추측뿐이다. 난 그 기억들과, 담론의 흔적들이 이 벽들사이에서, 구석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말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비밀들과 이야기들을 가득 안은 채로, 공간 어디선가 나름의 기억의 방법으로, 존재하고 있을 보이지 않은 ‘무엇’을 그려보기로 했다. 그 모습들은 기다림의 형태로서도, 죽어가는 새의 모습으로도, 썩어가고 먼지가 되어가는 과정으로 또는 그 기억들의 연결고리가 사라지는 소멸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작업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내 인식상에서 알 수 없으나 강렬한 시간의 무게로 전해지는 공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과정을 보여지는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