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tral Era. 중성적 시대

기획 의도

통의동 보안여관은 2015년 11월 18일부터 12월 16일까지 로와정, 염중호, 최대진 3인전 《중성적시대(Neutral Era)》를 개최한다. 《중성적 시대》전은 30, 40, 50대를 지내는 각각의 예술가들이시간과 시대에 대한 각자의 사유 과정을 펼치는 전시형 프로젝트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한국과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3인의 사진, 설치, 영상 등 최근 작업 18여점을 집중 선보일예정이다.

23시 59분에서 00시 01분이 되기까지 2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변화하는 것들, 그리고 세월을‘년’이라는 작위적인 단위로 쪼개어 살아가고 기념하는 현대인들의 삶에 주목하면서 발족된 본프로젝트는 세 팀의 예술가가 시간과 세대에서 감각하는 지각과 인식을 작업으로 구현한다.전시 제목인 ‘중성적 시대’는 모든 시대가 원칙적으로 중성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말로, 규칙으로 묶은 시대라는 특정 범주가 수치적으로 환산을 할 때에만 의미가 있는개념이라는 것에 반기를 든다. 그리고 각자 살아온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며 각 세대를 대표하는개인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반적인 시간과는 달리 특별한 시간 규칙 속에서 운영되는 여관이라는 공간이 《중성적시대》전의 연구 대상으로 선정됐다. 추상적 개념인 시간에서 구체적인 공간인 보안여관을 떠올린것은 [통의동 보안여관]이 시간의 흔적을 머금고 있어 예술가들로 하여금 몽상, 연상, 상상을피워내기 때문이었다. 보안여관은 염중호 작가가 어린 시절 직접 느꼈던 공간이고, 최대진 작가는생각을 하려고 애를 쓰면 조금씩 기억이 나고 연상이 되는 공간으로 여기며, 로와정 작가에게는상상으로만 채워지는 시공간이다. 기간의 덩어리인 보안여관에서 세 팀의 예술가가 그들만의시대를 재현해낼 것이다. 기획자는 역사적 그리고 장소 특정적으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보안여관에서 새로운 시간과 시대의 의미를 탄생시키고자 했다.

로와정은 보안여관이라는 장소에 유령이라는 존재를 들여놓는 설정으로 작업을 구현한다. 특히차력사나 유랑단의 일원 등 점차 사라져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진 어떤 이가 여관에서머무는 하루라는 설정으로 감정을 구체화 하는데, 이는 동시대 미술가의 존재와 보안여관의현재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철근을 트라이앵글 악기 모양으로 구부려 매단 설치작업과공간 곳곳에 놓여진 가늘고 흐릿하게 그려진 드로잉들은 자신들의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들려주는 발화 장치가 된다.

염중호는 본 전시에서 70년대를 관통하는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주로 표현한다. 이제는희미해지고 잊혀져만 가는 작가의 기억 속에 비교적 뚜렷이 남아있는 이미지는 다름아닌 동네이발소에 걸려있던 두 장의 그림이다. 이 두 이미지의 모티브를 통해 작가는 기억을발전시켜나가며 그 중 하나의 그림을 직접 그리고, 언어의 전달력을 형상화 하기 위해 삼각지의 직업 화가에게 그림을 의뢰하여 전시장에서 두 가지의 이미지를 병치시켰다. 또한 어릴 적유행했던 짧은 털실로 수놓아 만드는 스킬 자수도 전시에 등장하는데, 작가의 집에 걸려 있었던풀밭의 사슴 이미지로 제작되었다. 염중호 작가는 보안여관이라는 역사적 장소에서 그의 어릴적기억들을 재현하며 지나온 세대와 현세대의 공존을 드러낼 것이다.

최대진은 전시에서 사라진 혹은 매몰된 시간에 대한 생각을 드러낸다. 보안여관이 지닌 세월의흔적들을 천착하여 그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노력이 작업의 주가 된다. 특히 6,70년대를 풍미한가수인 김추자의 노래 중 몇 곡을 이용하여 추상적이고 크로테스크한 느낌의 사운드와 텍스트작업으로 변환 시킨 작업은 지나간 시간의 멜랑콜리함을 함축한다. 또한 작가는 초, 분, 시의숫자가 넘어가는 플립 시계를 변형시키는 작업으로 시간의 모호함과 추상성에 대해 그리고일상에서 쓰이는 물건, 색이 바랜 오브제, 인터넷에 부유하는 흔한 이미지들을 활용한 작업으로시간의 영속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우리의 무의식이 명확하다고 믿는 시간과 세대의의미에 대해 색다른 감각을 시각화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