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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_20131014

전시 보고 역사 체험하고… 근현대 건물이 미술관으로

기사입력 2013-10-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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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건물 터 등을 활용한 대안공간들. 서울 소격동 기무사 터에 들어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현대미술관 문화역 서울 284

보안여관 등 서울의 새로운 변신

장소 독특해 시민들 기억에 남고 작가들도 선호해

다음 달 12일 개관을 앞둔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2009년 옛 기무사 터를 부지로 선정할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다른 곳을 놔두고 국립현대미술관이 기무사 터를 부지로 삼으면서 1920년대 세워져 역사성이 있는 기무사 본관 건물의 보존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기무사 본관은 1층 아트숍, 2층 사무실, 3층 식당가로 쓰이며 식당가와 전시관을 잇도록 설계됐다. 공사과정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종친부 건물과 담장을 복원해 근현대가 뒤섞인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최근 근현대 건축물을 리모델링 한 미술 전시장이 서울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공립 미술관 뿐만 아니라 사립미술관과 화랑이 합세하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추세다. 운영자는 유명 건축물 덕분에 개관부터 입소문을 타 좋고, 관람객들은 미술작품과 전시장 일대 역사 정보를 함께 알게 돼 일석이조다.
문인과 화가의 협업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80년된 통의동의 보안여관.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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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개관한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은 흥선대원군 별장인 석파정을 미술관 부지로 사용했다. 사립미술관으로는 삼성미술관 리움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조선시대 전통 가옥과 인왕산 풍광, 현대식 미술관이 어우러지는 보기 드문 공간이다. 미술관 입장료를 내야 관람할 수 있지만 누적 관람객 수 10만 명을 넘었다.

서울미술관 관계자는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라 복원이 까다롭고 일대 부지도 고도제한이 있어 관광과 전시 기능을 합한 사립미술관을 열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개관한 ‘문화역서울 284’는 옛 서울역사를 리모델링 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1925년 개장 당시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벽체 내부 구조물을 노출해 시공방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주로 젊은 작가들의 현대미술 작품 전시장으로 쓰이며, 역내 이발소와 화장실로 쓰인 공간은 미니 박물관으로 만들어 서울역 옛 사진자료를 전시한다.

한남동 뒷골목의 40여 년 된 지하 당구장을 개조해 지난해 12월 문을 연 ‘구슬모아당구장’과 80년 된 여관에서 문인, 화가들의 협업을 선보이는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 등도 옛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대안공간으로 이름을 알렸다. 신발공장을 개조해 만든 마포구 합정동 카페 ‘앤트로사이트’, 30년 된 다방을 개조해 만든 문래동 복합문화공간 ‘정다방’ 등 한 달에 한두 번 신진작가들의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문화공간까지 합하면 근현대 건축물 전시장은 십여 개에 달한다.

근현대건축물은 특히 현대미술작품 전시장으로 각광받는다. ‘구슬모아당구장’ 전시를 기획하는 손명민 대림미술관 큐레이터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는데다 장소가 독특해 다른 전시에 비해 자주 회자된다”고 설명했다.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근현대 건축물을 리모델링 한 전시장은) 신축에 비해 비용이 저렴한데다, 현대미술이 물질의 본래적 속성을 드러내는 것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작가들이 낡은 건물이 갖는 역사성, 정체성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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