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길 수 없어, 뿜어져 나오는 (Spout, uncontainable) 》

  • 2020 doLuck 신진 작가 지원 전시_안솔지 개인전
  • 전시 일정: 2021. 1. 08 – 2. 07
  • 전시 장소: 아트 스페이스 보안  2 (신관 b1)
  • 운영 시간: 12:00-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주최 및 기획 : 보안1942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 : 비바프로젝트, 일맥문화재단

통의동 보안여관 (보안1942) ‘ 두럭DoLUCK 신진작가 개인전 지원 ’ 

두럭DoLUCK은 예술적 실행과 삶의 대안적 실천을 모색하는 청년작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입니다. 통의동 보안여관이 2013년 부터 진행해왔으며 이번이 일곱번째 두럭DoLUCK 이 됩니다. 그동안 매년 다수의 청년작가들과 함께 하였지만 2020년에는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개인전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작가 선정을 위한 공모에 320명의 작가분들이 지원하여서 1차선정된 68명의 작가분들과 각 작가별 20분씩 작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5주 동안 가졌습니다. 그 기간 동안에는 아트스페이스 보안2에서 68명의 작가분들의 포토폴리오 공개전시를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종 4인의 작가를 선정하여 최종 외부심사위원들을 통해 ‘ 두럭DoLUCK 신진작가 개인전 지원 ’ 작가를 선정하였습니다.

최종 선정된 작가가 요청한 다양한 멘토들과 (선배 작가, 큐레이터, 소설가 등) 5개월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통의동 보안여관 디렉터, 큐레이터들과 함께 전시를 준비하였습니다. 하나의 전시를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두럭DoLUCK 기간 동안에 작가가 자신의 예술 세계와 삶이 확장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본 프로그램의 지향점입니다.

– 지난 두럭 활동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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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길 수 없어, 뿜어져 나오는 (Spout, uncontainable)> 전시는 몸에 관한 이야기다.

몸(body)은 인간이면 부딪치게 되는 수많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와 상징을 부여받게 된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으로는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하게 해주는 특성을 지닌 대상이 되고 사회적으로는 국가나 어떤 단체를 이루는 기초 단위가 되기도 하며 경제적으로는 소비와 생산의 주체이자 객체가 되기도 한다.

안솔지 작가가 표현하고 있는 몸 또한 여러 범위를 아우르고 있는데,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 자신의 몸이자 타자의 몸이기도 한 이 대상은 끊임없이 실험하는 존재가 된다.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타지를 오가며 피부로 경험한 ‘몸’의 기억은 작가의 세계관에 심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본 작업에서 ‘실험실’로 치환되고 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험들은 신체가 맞닥뜨리는 외부의 시선,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분류와 평가, 그 과정에서 생기는 상처와 반응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험실은 크게 세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작가가 ‘1.기르던 것들 2.보이던 것들 3.내뱉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1.기르던 것들’에 자리한 식물들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 있던 것들을 모은 것이다. 임의적인 기준에 의해 수집되고 분류된 식물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 실험에 노출되고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2.보이던 것들’에 놓여진 오브제들은 특정 인종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특징들을 암시한다. 피부, 눈동자와 모발 등을 상징하는 물건들의 색과 은유를 통해 동양인 여성임을 유추해 낼 수 있다. ‘3.내뱉은 것들’에서는 몸을 유지하게 하는 음식과 몸으로부터 나오는 분비물 간의 관계를, 두 대상을 혼합하는 실험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정상적인 관계라면 몸은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영양분을 얻는 과정이 수반되겠지만 본 실험실에서는 몸으로부터 생성된 물질이 곧바로 식품의 일부와 물질 대 물질로써 섞여 버리면서 일반적인 신체적 반응과는 다른 화학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세 가지 실험의 현장은 대체적으로 무심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품는다. 수집된 식물은 길러지지만 보살펴지진 않으며 신체를 상징하는 오브제들은 조각 조각 해체되어 늘어 놓여져 있고 식품과 신체 분비물들은 섬세한 고려나 예측 없이 직관적으로 혼합된다. 이는 ‘몸’이 맞닥뜨릴 수 있는 각종 상황들과 연결된다.

원래 살던 곳에서 벗어나 타지에 빈번하게 내던져지는 현대인의 삶, 끊임없이 인종 혹은 몸매와 외모를 통해 관찰되고 평가되는 몸, 충분한 정보없이 수많은 식품, 약품, 화학물질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신체. 실험실 속의 실험체들처럼 우리의 몸은 빈번하게 강제적으로 길러지고 보여지고 내뱉어 진다. 그 과정에서 ‘담길 수 없어, 뿜어져 나오는’ 몸의 비명은 실험실에 울려 퍼진다. 그러나 이는 피동적인 고통의 표현이라기보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에 가깝다. ‘외부의 기준으로 재단되었던 몸이 자신의 내재적 경험을 풀어내는 것’ 그리고 더 이상 ‘당하는 상태’가 아닌 몸을 둘러싼 내외부의 요소를 명료하게 구분하고 적극적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상태로 가기 위한 실험의 과정임을 안솔지 작가는 말한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시각적으로 공명하는 ‘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이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몸을 지녔다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고통과 고뇌의 지점들을 직면하는 순간, 문득 잊고 있었던 몸의 존재가 다른 의미로 성큼 다가올 것이다. 신체에 대한 제한을 뛰어넘어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그 끝은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상상해 본다면 안솔지 작가가 이 전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과 메시지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글. 보안1942 (통의동 보안여관) 김유란 큐레이터